사진의 시작이라면,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기에 그러한 여러가지 동기로 우리는 셔터를 누릅니다. 그곳에 사진의 시작점은 존재하지 않을까. 그곳에서 부터 무엇인가 시작되는건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는 사진의 시작을 이즈음에서 찾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사진 끝이 있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질문은 막연하기에 대답도 막연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깊은 미학적 견지에서의 고찰이 아닌 일상적 상황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해본다면 '사진 완성의 끝' 은 결국 프린트(인화)에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아주 넓은 의미에선 단지 프린트 하기만 하는것을 넘어서 그것이 타인에게 보여짐으로 인해 완성이 된다고 볼때, 어쩌면 사진 완성의 끝을 맺기 위한 '시작점' 이라고 볼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셔터를 누르고 모니터로 사진을 봅니다. 물론 이것 만으로도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겠습니다.
허나 한번 이상 프린트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전통적인 암실이던 프로 Lab이 되었던 동네 인화점이 되었던) 와닿는 느낌과 생각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 완성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시 모니터로만 보는것과 프린트가 된 사진을 보다 보면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은 역시나 프린트 쪽에 손이 더 많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170여년 전 사진이 최초로 발명 되었을때 부터 현재 까지 프린트라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더불어 사진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프린트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학의 발전과 사진 재료의 발전, 컬러사진의 발명에 이어 현재 디지털에 이르러 사진으로서 표현 할 수 있는 한계는 좁아지고 표현 범위는 빠르게 넓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이미 상당한 성숙기를 지난 진지한 전통적인 암실 기법의 시각으로 볼때 디지털 프린트의 조악함은 쉽게 용납되기 어려운 재료였다는 것 입니다. 단지 싸게, 빠르게, 간편하게, 쉽게 만을 중시하는 풍조와 맞물려 디지털이라는 재료의 잠재성은 커녕 애초에 고려 대상 자체가 되지 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 디지털 프린트는 최초의 시작점을 지나 여명기를 거쳐 한창 가속도를 올리며 결국 납득할 수 있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Epson이 있었습니다.
Epson 최초의 사진 출력 전용 프린터인 Epson Stylus Photo가 1997년에 발매 되었습니다. 1440DPI 해상도에 6색 잉크를 사용하였으며 컬러 문서나 간단한 도안을 컬러로 출력하는것에서 벗어난 최초의 프린터였다는 것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시각으로 다시 보면 상당히 조악한 품질이였지만 당시로는 칙칙하고 눅눅하지 않은 출력 품질로 디지털 프린트의 가능성을 생각 해 볼 수 있는 최초의 제품이였습니다.
1997년 당시에 여러가지 용지를 테스트 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여기서 무엇인가 태어날 것이다. 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였습니다. 당시 열심히 필름을 스캔하여 프린터에 종이를 물리고 수백차례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하나의 가능성만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바로 트레팔지에 프린트를 하는 것이 그것 입니다. 그리고 제법 재미있는 작업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이외엔 사진으로 쓰기엔 역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름의 그 조악한 품질이 외려 작업의 표현 방법론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당시엔 그 만큼의 생각을 넓게 가지질 못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저 프린터를 사용해본 저와 비슷한 시도를 해보신 분들도 결국 비슷한 결론을 내렸었지요.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단순히 사진을 제대로 프린트 하는 것을 뛰어 넘어 전통적인 암실작업에 견줄 수 있는 혹은 어떤 부분에 있어선 표현의 한계를 넓힌 훌륭한 프린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프린터가 바로 Epson의 최신 900 시리즈 프린터인 Stylus Pro 7900(448,000엔)와 9900 (698,000엔) 의 발매를 맞이하게 됩니다.
7900과 9900의 차이는 단지 최대 프린트 사이즈와 자동 롤 감개(옵션품목)의 부착 마운트만 다르며 '모든 것이 동일'합니다. 때문에 7900의 리뷰는 곧 9900의 리뷰로 봐도 문제 없습니다. 리뷰 작성시 7900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으나 현재 제가 운영하고 있는 프린트 공방인 VueLoom은 EPSON 9900 Pro를 사용중 입니다.
000시리즈 부터 880 시리즈 까지의 Epson의 전통적인 디자인 라인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프린터들은 다소 곡선형에 부드럽고 여성적인 디자인 이였다면 900시리즈는 확실히 직선적이고 남성적이며 좀더 전문적인 느낌 입니다. 굳이 카메라로 비교하자면 캐논의 EOS라인과 니콘의 F 한자리수 라인과의 차이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금속 부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장시간 운용시 견고함과 운용의 편의성에 신경을 쓴 모습입니다.
밑으로 가면서 같이 보시겠지만, 겉모습은 직선적이나 전작에 비해 더 세심한 설계와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물로 봤을때 기존 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커진 크기는 직선적인 디자인에 따른 프로용 기기의 디자인가 맞물려 잠시 압도 당하는 느낌을 가집니다. 7880과의 크기와 디자인을 비교해봐도 와닿는 감은 확실히 다릅니다. 한가지 주목 할 점은 좌우의 크기는 늘어났지만 반대로 전후면의 필요 공간은 작아졌습니다.
LFP (Large Format Print)의 특성상 보통 벽에 붙여서 쓰는 경우가 많은것을 고려 했을때 전후폭이 줄어든것은 몇번을 생각해도 칭찬받을 일 입니다. 이와 더불어 롤 용지를 프린터에 급지하는데도 완전한 변화가 이루어 졌습니다. 이것 역시 작업의 효율과 공간을 생각한 배려로서 프린터 상단부에 금속으로 디자인된 부분은 단지 디자인을 위한것 만이 아닌 용지 공급에 있어서 주요한 역활을 합니다.
롤 용지를 프린터에 급지하기 위해선 프린터 본체와 용지를 물려주는 코어가 필요 합니다. 기존엔 스핀들 봉을 이용하여 롤 용지 한번 갈아 끼울때 땀좀 흘렸었다면, 새로운 방식은 단지 미디어 코어를 양 끝에 끼워주기만 하면 될 뿐 입니다. 기존에 비해 이루 말 할 수 없이 편리 해졌습니다.
롤 용지를 갈아 끼우기 위해 매우 긴 공간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히 맞물리는 강화 ABS수지로 만들어진 미디어 코어 디자인은 사용하기도 쉬우면서 매우 단단합니다.
롤 용지의 코어가 2인치, 3인치 이렇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의 미디어 코어로 해결 할 수 있으며 장착은 미디어 코어를 롤 용지에 삽입후 단지 텐션 레버를 내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프린터에 장착하는 것으로 모든것이 부드럽고 우아하면서 힘도 덜 드는 용지 장착 작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900시리즈에 새롭게 채용된 'ePlaten 미디어 로딩 기술'이 새롭게 투입되어 미디어와 헤드간의 거리를 보다 편리하게 설정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롤 용지를 사용하다 보면 남은 잔량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롤 용지를 프린터에서 제거할때 용지의 종류 및 설정 정보를 자동으로 바코드로 찍는것과 동시에 남은 잔량이 표시 됩니다. 이후 해당 롤 미디어를 다시 장착시에 바코드를 읽어들여 셋팅된 정보를 프린터에 자동으로 전송합니다.
때문에 용지 셋팅의 실수로 인한 잘못된 프린트가 발생될 확율이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끌수도 있으며 작업자의 작업 흐름 혹은 기호에 따라 선택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롤용지 급지시 골칫거리 중 하나가 좌우 수평을 맞추는 것 입니다. 이것이 틀어지게 되는 경우 용지와 이미지의 수평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잉크가 엉뚱한 곳으로 분사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자동 수평 교정 시스템에 의해 용지의 수평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교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은 롤 용지의 텐션 조정 입니다. 텐션 조정이 맞지 않으면 용지와 헤드간의 거리 (Platen)이 틀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곧 이미지의 품질 저하를 의미 합니다. 롤 용지 홀더에 내장된 모터가 용지 종류에 따라 텐션을 조정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이는 단지 지정해주는 것 만으로 내장된 센서가 감지하여 자동으로 진행 됩니다.
프린터 우측 상면에 위치한 외부 조작 패널의 모습입니다. Epson LFP 역사상 최초로 컬러 LCD를 채택하였습니다. 때문에 단순히 글자로서가 아니라 조작 패널에 보이는 색을 통해 직관적으로 어느 잉크가 소모가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린터의 초기 설정과 용지 설정등 Epson Stylus Pro 7900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항들을 설정 하게 되는 패널 입니다. 물론 일부 설정은 직접 조작이 아닌 컴퓨터를 통해서 할 수 있으나 최종 용지 셋팅에 있어선 프린터에 직접 용지를 설정해야 하므로 사용빈도가 높은 부분 입니다.
메뉴의 구성 자체는 크게 불만이 없으나, 이 정도나 되는 하이 엔드 프린터의 버튼 감촉이 딱딱거리는 뻣뻣한 느낌의 버튼을 사용 한 것을 쉽게 받아 들이기 힘듭니다. 아무것도 아닐 사소한 것일수도 있고, 사실 기능만 잘 작동되면 그만인 것이긴 합니다만, 사용 빈도가 낮으면 모르겠으나, 용지 셋팅시 꼭 거치게 되는 조작 패널부의 버튼 감촉이 너무 저렴한 느낌 입니다.
카메라와는 방향성이 전혀 다른 거치형 기기에 제가 너무 까탈스럽게 구는건진 모르겠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큰차이가 만들어진다고 전 믿고 있습니다.
용지절단의 경우 기존엔 블레이드 타입의 날을 사용하여 칼날이 용지 가운데를 찌른후에 좌, 우를 한번씩 훑어가며 절단하는 방식이였다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로터리 커터로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용지 절단을 했을때 깜짝 놀랄정도로 빠른 속도에 박력마져 느껴지는 첫인상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로터리 커터 방식 자채가 유지보수에 있어서 그 수명이 무척 길다는 점 입니다. 로터리 커터 방식이라 당연하달까요. 그리고 절단면의 모양 또한 깔끔합니다. 교체도 간단하고 안전한 설계로 되어 있어서 교체에 짜증나는 일이 없습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폭이 넓은 롤 용지의 경우 절단후 좌, 우 끝의 높이가 약 1~2mm정도 차이가 난다는 부분입니다만, 용지의 넓이가 넓은 롤 용지 기준으로 볼때 그 오차는 미미한 정도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께가 두껍고 고중량인 용지를 커팅할땐 경우에 따라 그 오차가 3mm이상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만약 액자나 오버 매트 없이 프린트 자체만으로 전시를 해야 할 경우 따로 재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잉크 도어 개패 버튼을 누르면 약 2~30초 후에 전자식 도어 락이 풀리면서 전면 잉크 도어가 딸깍 하며 튀어나옵니다. 그 뒤엔 손으로 끝까지 내리면 되는 구조 입니다. 잉크 삽입구는 좌, 우측으로 2개가 있으며 왼쪽엔 6개의 잉크 카트리지가 삽입되고 오른쪽엔 5개의 잉크 카트리지가 삽입되어 총 11개의 카트리지 장착이 요구 됩니다.
이 즈음에서 위 조작 패널 사진에 주목할 부분은 '블랙 잉크 교환' 버튼인데 Matte 블랙과 Photo Black를 교환하기 위한 것 입니다. '매트류'나 '아트 페이퍼류'의 잉크젯 용지들은 그 특성상 D-Max가 낮을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별도의 Matte Black 잉크와 그외 상황에서 널리 쓰이는 Photo Black잉크를 사용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기존에 비해 한가지 획기적 부분은 잉크 교환시 버려야만 하는 잉크량 입니다. 프린터 헤드 구조상 Photo Black과 Matt Black이 노즐을 공유 (Epson의 Micro Piezo TFP Head는 공정상 제조 단가가 대단히 비싼구조 입니다. 노즐 헤드 뭉치가 고장날 경우 헤드 유닛 교체비만 100만원이 넘게 청구 됩니다) 하게 되어 있는데, x000시리즈 부터 x880시리즈 까지는 잉크튜브를 통채로 비워낸후 (약 100ml 소모) 검은색 잉크를 교체했다면, x900시리즈는 노즐 헤드 유닛의 잉크 챔버에 있는 잉크만 비워주면 됩니다.
때문에 기존엔 출력 목적에 따른 잉크 교환을 2번만 하면 잉크 카트리지 1통이 거의 다 소모되지만 x900시리즈에서는 그 부담이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잉크 소모가 눈부실 정도로 작아졌다곤 하지만, 블랙 잉크 교환시 잉크 잔량과 유지보수 탱크 잔량이 툭툭 떨어지는걸 보면 심장과 위장이 여전히 움찔거리며 조그라드는 느낌은 어찌 할 수 없군요.
Epson 900시리즈 바로 이전 기종인 880시리즈 프린터인 7880, 9880 프린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잉크색상의 변화 입니다. 880시리즈는 총 8색의 잉크를 사용했다면 900시리즈인 7900, 9900 프린터는 총 10색(매트 블랙, 포토 블랙까지 합치면 총 11색)의 UltraChrome HDR(High Dynamic Range)잉크를 사용합니다.
880시리즈까지 사용되었던 색상에 추가로 오렌지와 그린 색상이 추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컬러게멋(색 표현 범위)만 넓어진 것이 아닌 최대 광학 농도 또한 상승되었습니다. 특히 UltraChrome HDR 잉크로 변화되면서 기존 D-Max 2.35에서 2.6으로 상승하여 더 깊은 검은색을 표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데이터는 2부 리뷰에서 언급하겠습니다.
* D-Max (Maximum Density) 인화물이 표현 할 수 있는 최대 농도를 말한다.
이 값이 클수록 쉐도우 농도가 증가하여 보다 깊고 농밀한 톤을 표현 할 수 있다.
잉크 카트리지만 일렬로 세워 놓아도 이렇게 가득찬 느낌이 납니다. 잉크는 110ml, 150ml, 350ml 그리고 새로운 용량인 700ml의 고용량 잉크 카트리지가 준비 되어 있으며 110ml 잉크는 프린터 구입시 잉크를 노즐 헤드까지 공급하기 위한 잉크 공급 튜브를 채우는 초기 공급용으로 실질적으로 프린트를 하기 위해선 프린터 구입과 동시에 잉크 카트리지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잉크색상이 11가지가 필요하니 700ml 카트리지의 반값인 350ml 잉크 구입비용만 해도 130만원이 넘어갑니다. 이런 종류의 하이엔드 프린터 잉크의 가격은 항상 압박을 가해오지만 높은 품질과와 이미지 유지 안정성을 생각하면 방도가 없습니다.
이러한 잉크를 뿌리기 위한 노즐 헤드는 위와 같은 주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즐의 갯수는 180개에서 360개로 2배 늘어났습니다. 헤드의 길이 또한 1인치로 대형 사이즈 입니다.TFP Micro piezo 헤드는 64인치의 초대형 프린터인 Epson Stylus Pro 11880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된 헤드로 현재 엡손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플래그 쉽 노즐 헤드 입니다. 이 헤드를 900시리즈의 특징 (추가 2색)에 맞게 개량된 헤드 입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 되었지만, 이 노즐 헤드가 고장하면 교체비만 100만원이 넘어가버리게 됩니다. 그냥 봐선 정말 아무것도 아닐 뭉치에 미세한 구멍이 1인치에 360개가 뚫여 있을 뿐인 것으로 보이는 (쓰고 보니 이것만 해도 엄청난 기술이군요) 헤드가 왜 이렇게 고가인지 이유를 알고 싶어집니다.
제가 쓰는 장비의 헤드를 뜯어 볼 수도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1420배는 커녕 210배나 되는 배율의 현미경도 없습니다. 그래서 관련 기술 자료를 찾아서 봤더니 이런것이 있더군요. 이 정도의 작은 크기의 높은 정밀도를 가지면서 각 노즐간 얼라이먼트가 정밀하게 잘 맞음과 동시에 노즐 구멍 하나 자체가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어지기는 결코 쉬운 기술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의 사진은 프린터 헤드 자체 센서가 있어서 프린트 헤드가 정렬하고 있는 것을 도안으로 알기 쉽게 연출 한 것으로 실제 눈으론 저렇게 빛이나는 멋진 장면은 아닙니다. 헤드가 좌, 우로 왕복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기계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헤드 정렬'입니다. 위의 잉크 분사구를 1420배 씩이나 확대해서 봤는데 왠 헤드 정렬이냐? 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헤드 노즐 유닛 자체는 저렇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헤드는 좌, 우 왕복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모터 서보 제어 기술이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서보 제어 기술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각 개체마다 미묘한 차이는 당연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일상 생활에 쓰이는 덩치가 큰것들을 움직이는 서보 제어야 조금의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피코리터 단위의 잉크를 제어, 분사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선 조금이라도 제어가 맞지 않으면 당장 어색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로서 우리는 프린트 밴딩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해결 하기 위해 프린트 헤드 정렬을 하게 되는데, 예전엔 헤드 정렬 패턴을 출력하여 루뻬를 통해 육안으로 직접 보면서 했다면, 지금에 와선 헤드 자체에 센서를 부착하여 자동으로 정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동 잉크 분사 감지 시스템이 있습니다. 프린트 하기 전에 노즐이 막혔는지 어떻는지를 알기 위해선 실제로 출력을 해보거나 노즐 테스트 패턴을 출력 해야만 했다면, 잉크 분사 감지 시스템으로 인해 노즐이 막혔는지 아닌지를 자동으로 감지하며, 소요 시간은 불과 15초가 걸릴 뿐 입니다.
만약 여기서 노즐 막힘이 감지 되면 자동적으로 노즐 클리닝 과정으로 이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 노즐 클리닝이 끝나면 한번 더 자동 잉크 분사 감지 시스템이 노즐을 확인을 하고, 여기서 통과가 되면 본 프린트로 이행 합니다.
매트 및 아트 페이퍼 류의 용지들은, 프린트 하고 나면 노즐이 막히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것을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프린트 해버리는 경우 이미 후회해도 늦은 상황 입니다. 대부분의 아트 페이퍼는 매우 고가입니다만 이런 경우 쓰레기 통 직행이 되어버립니다. 물론 그에 따른 값비싼 잉크도 함께 버려지게 됩니다.
통상 노즐이 잘 막히는 매트, 아트 페이퍼 류를 프린트 할땐 잉크 비용 지출을 감수 하더라도 사전에 노즐을 감지하여 노즐 청소를 하는 쪽이 결국 낫습니다. 물론 이 옵션은 끌수도 있고 켤 수도 있습니다만, 저의 경우 끄고 프린트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물론 노즐 검사에 사용되는 비싼 잉크가 아깝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발생될 대형 사고를 생각하면 그래도 이 쪽이 낫습니다. 결론적으로 용지 그리고 시간의 소모가 없게 됩니다. 매우 중요한 프린트를 하기 이전에 노즐 상태를 점검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일련의 모든 동작들이 전 시리즈에 비해 소음이 작아졌으며 상대적으로 무척 조용한 작동음을 들려줍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기능과 추가 사항이 있습니다만, Epson의 x900시리즈 프린터는 x880 시리즈에 비해 단지 숫자가 20이 올랐을 뿐이나, 속내는 완전히 다른 프린터로서 Epson 프린터 세계는 900시리즈를 기준으로 Before와 After가 존재 한다. 라고 할 만큼 기념비 적인 프린터 입니다. LFP 프린터계 전체를 보더라도 가히 Artisan 이라고 할만큼 많은 것들이 개선, 발전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스펙과 몇가지 특징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러한 하드웨어 스펙과 산업기계에 가까운 자동화 부분. 그리고 더욱 커지고 정교해진 노즐 헤드. 그리고 더욱 넓어진 컬러 표현 범위와 톤 표현력을 통해 사진가, 예술가의 물리적 표현 한계를 확장시킨 UltraChrome HDR Ink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품질은 어떨까요.
Epson의 새로운 프린터 라인업인 x900시리즈에는 새로운 잉크가 사용되었으며 또한 2가지의 새로운 잉크색이 추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계실것 입니다. 추가된 색은 Green, Orange로서 기존 Epson 프린터에 비해 얼마나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알고 싶어집니다.
이에 따라 프린터가 어느 만큼 색을 표현 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컬러 게멋 (쉽게 말하자면 색 표현 영역) 그래프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먼저 아래의 컬러게멋 그래프를 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하도록 하겠습니다.
붉은색 그래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프린트 형태인 Fuji FDI의 Frontier, 코닥의 Noritsu, 전문 작가들이 대형 전시 프린트를 할때 사용하기도 하는 Durst Lamda의 프린트의 방식인 Laser C-Print 방식의 컬러 표현 범위 입니다. 컬러 게멋 볼륨은 415,248 입니다.
총천연색으로 되어 있는 그래프는 UltraChome HDR 잉크를 사용한 Epson의 900시리즈 프린터의 컬러 표현 범위 입니다. 컬러 게멋 볼륨은 886,561로서 Laser C-Print방식에 비해 2배가 넘는 매우 넓은 컬러 표현 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모니터 색 표현 범위인 sRGB와의 비교를 다시 해보도록 합시다.
Laser C-Print에서는 대부분 사용하는 sRGB 모니터와 비교해도 컬러를 대부분 표현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모니터에서 보이는 컬러보다 표현 하지 못하는 색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Epson x900시리즈에서는 특정색 범위에서 컬러 범위를 훨씬 웃도는 표현 상태로 sRGB의 거의 대부분이 표현 가능해집니다.
컬러 범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프린트에 있어서 최대 광학 농도, 즉 D-Max 입니다. 최대 검은색 농도에 따라서 프린트의 콘트라스트 표현력과 생생함이 좌우 됩니다. 이를 비교하기 위해 다시 아래 그래프를 봅시다.
와이어 프레임으로 되어 있는 것은 Epson x900시리즈의 표현 범위이며 컬러로 되어 있는 것은 Laser C-Print의 범위 입니다. 그래프 상으로 볼때 저 정도의 D-Max차이는 살짝 회색이 도는 검은색과 선명한 검은색 만큼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즈음에서 실제로 어느 만큼의 차이가 나는지를 볼 수 있는 그래프 몇장을 준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광택도에 따른 최대 농도의 형평성을 같게 하기 위해, 둘다 광택 인화지를 사용하였습니다)
골치 아픈 그래프는 여기까지만 할까요? 그렇다면 그래프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로 프린트 된 결과물이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실제 프린트 된 모습이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모니터로 그 환경의 특성상 완벽하게 재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저의 고민이 시작 됩니다. 과연 어떻게 이것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
아쉬우나마 모니터에서 보여질 수 있는 차이를 시각적으로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인듯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sRGB에서 보는 것을 전제로 작성하다 보니 실제 프린터에서 나오는 색을 희생하더라도 대부분의 모니터가 sRGB인것을 고려하여 예제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프린트 되는 색의 차이는 훨씬 더 크며, 매우 깨끗하고 선명한 색들을 보여 줍니다.
그와 더불어 최대 색 표현 차이를 알 수 있는 직관적인 그래프를 덧붙여 보시면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한계를 어느 정도 상쇄 할 수 있으리라 판단 하였습니다. 네. 또 그래프 입니다.
먼저 Epson x900시리즈에서 추가된 잉크인 Green의 색영역은 어떨지를 살펴 봅시다. 아래의 사진은 특히 Green의 색영역을 볼 수 있는 사진 입니다. 그래프를 보는 법은 간단 합니다. 해당 사진이 실제 어디까지 컬러 범위가 사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제 사용된 색의 넓이와 깊이가 클 수록 보다 깊은 색 까지 사용 하고 있다는 뜻 입니다.
설마 이정도나 차이가 날까 싶지만, 실제 프린트는 더욱 차이가 납니다. Laser C-Print에서는 Green영역의 최대 표현 포화농도를 넘어선 색 때문에 디테일이 뭉개지며 색이 날아가버립니다. 그에 비해 Epson x900시리즈는 디테일은 물론 Green의 최대 농도까지 표현하는 확실한 실력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쯤에서 한가지 더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Laser C-Print야 그렇게 나오는게 이해가 된다 치더라도 900시리즈의 바로 전 단계인 880 시리즈는 그래도 제법 괜찮지 않겠어? 라고 물으 실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준비 하였습니다.
C-Laser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Epson x880시리즈 입니다. 역시 Epson을 대표했던 880 시리즈 답게 기본 실력이 출중합니다. Green의 최대 포화농도의 범위도 양호해서 C-Laser 때처럼 디테일이 무너지는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Epson x900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역시나 맑고 깨끗한 표현력과 최대 Green 농도에서 x880시리즈가 뒤집니다. 사진과 더불에 하단에 같이 첨부한 해상 사진의 사용 컬러 농도 그래프를 봐도 역시 그렇습니다. 특히나 이 차이는 sRGB상에서가 아닌 실제 출력물에서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Epson x880시리즈와 x900시리즈와의 직접 비교 그래프 입니다. 트루컬러가 x880시리즈이며, 투명한 와이어 프레임이 x900시리즈의 그래프 입니다. 보시다 시피 최대 농도도 그렇지만 맑고 밝은 Green에 대한 표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Green을 봤으니 UltraChrome HDR Ink에서 새롭게 또 다른 컬러인 Orange을 봐야 할 차례입니다. 위와 중복되는 과정이기 많기 때문에 간단히 x880시리즈와 x900시리즈만 비교하여 올립니다.
Orange컬러의 경우 위의 드레스에서도 관찰이 되는 차이지만, 특히 인물의 피부톤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는 컬러가 Orange Ink입니다. 매우 맑고 밝은 여성의 피부 톤 부터 초콜릿 빛이 감도는 흑인의 피부톤까지 Orange 컬러가 영향을 주는 것이 피부 톤 입니다. 그리고 불타는 듯한 일몰의 모습, 매우 고운 빛이 감도는 사막의 언덕과 그림자. 그랜드 캐년의 웅장한 풍광, 색의 나라 인도를 대표하는 색의 표현에도 매우 중요한 역활을 하는 Orange Ink 입니다.
Epson x880시리즈와 x900시리즈와의 직접 비교 그래프 입니다. 트루컬러가 x880시리즈이며, 투명한 와이어 프레임이 x900시리즈의 그래프 입니다. 보시다 시피 최대 농도도 그렇지만 맑고 밝은 Orange 컬러 표현만이 아닌 매우 진한 Red쪽의 표현 역시 확장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색 표현 범위에 대한 이야기는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이 정도면 표현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으리라 생각 합니다. 그렇다면 색이 어떻게 얼마만큼 표현되는가 만큼이나 중요한 몇가지 다른 사항들을 살펴 봐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최대 색 표현력은 높아졌다 하더라도 그라데이션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모래가루 뿌려놓은 듯 깨지는 톤이 되어버리면 '모든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기 때문 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지 표현의 충실도와 스테빌리티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야겠습니다.
다소 복잡한 이야가 되겠습니다만, LUT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LUT의 뜻은 Look Up Table의 약자로,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수치로 되어 있는 색을 따올때 실제 그 색을 만들기 위한 참조 테이블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편하겠습니다.
LUT이 쓰이는 범위는 생각보다 다양한데 우리가 모니터를 캘리브레이션 할때 그래픽 카드의 LUT을 조정함으로서 색이 보정이 되며, 매우 고가의 모니터인 Eizo, NEC, Lacie등의 제품은 애초 모니터 자체에 LUT이 하드웨어 적으로 마련 되어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그런데 프린터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LUT이 존재 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의 참고 일러스트에서 보시다 시피 RGB값이 64, 59, 4의 값을 프린터에게 요구하면 프린터의 LUT이 매우 복잡한 수학 공식을 통해 나온 결과 값에 따라 각 잉크별로 최적의 농도값을 산출하여 출력하게 됩니다.
Epson 에서는 880 시리즈까지 AccuPhoto HD라는 LUT 기술을 사용했고 900시리즈로 오면서 AccuPhoto HDR LUT 기술을 도입합니다. 기본 AccuPhoto HD 기술과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잉크젯 특유의 잉크도트를 거의 사라지게 했다는 점 입니다.
같은 2880dpi 해상도를 사용했음에도 보다 진일보한 LUT기술인 AccuPhoto HDR을 통하여 실로 매끈하고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거슬리는 잉크젯 잉크 도트 없이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것은 감동적일 정도의 큰 차이 입니다. 특히 광택과 그라데이션이 매우 중요한 금속 혹은 기계류의 사진과 매우 곱게 나와야 하는 부드러운 사진, 여성 피부의 재현, 풍경사진에서의 아름다운 톤과 색상에서 이러한 잉크 도트는 항상 마음을 쓰이게 하는 요인이였습니다.
실제 프린트 물을 육안으로 보았을때 x000시리즈 부터 x880시리즈와의 완벽한 결별을 이루는 x900시리즈의 화끈한 발전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일러스트는 리뷰를 위해 사이즈를 축소하면서 거친 그레인의 샘플이 육안으로 볼때에 비해 다소 과장되어 있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뉘앙스 입니다.
그러나 오른쪽에 표현된 그레인이 느껴지지 않는 샘플은 실제 정말 육안으로도 저러한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매우 선명하게 프린트 되면서도 그라데이션이 아름답게 표현되는 그레인이 보이지 않는 프린트의 꿈이 비로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반대로 생각 해볼 수 있습니다. 매우 거친 입자의 흑백사진을 고해상도로 세심하게 스캔하여 프린트를 한다면?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예상하다 시피 매우 리얼한 흑백 필름 고유의 그레인을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 입니다. 흑백 필름 입자 하나 하나의 표현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되는지는 직접 보지 않으면 이 느낌을 전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마 프린터 중에서 16Bit Native 출력을 지원하는 기기가 몇이나 될까요? 몇가지 안되는 출력 기기중 하나가 Epson의 프린터 입니다. 통상 우리는 지금껏 입력(촬영, 스캔등)과 편집을 16Bit로 했다고 하더라도 출력을 할땐 결국 8Bit로 변환하여 출력을 하여야만 했고, 그것이 또 상식이였습니다. 16Bit 모드로는 출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때문에 멋모르고 16Bit로 작업한 화일을 프린트 업소에 가져가면 미묘한 눈초리로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확실한 Native 16Bit 출력이 지원되지 때문입니다. 단 한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Mac 에서만 가능한 옵션 입니다. Windows에서는 지원 하지 않습니다. 같은 프린터 하드웨어라도 Windows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몇가지 문제 때문에 지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Mac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지만 16Bit Native 출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 여기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인 바로 이렇게 질문이 날라 올듯 합니다. 어짜피 프린터 컬러 게멋의 한계가 있는데 16Bit Native 출력한다고 컬러가 더 많이 표현되냐? 라고 말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컬러 범위가 더 넓어지거나 하는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 따위 있을리 없습니다. (엄밀하겐 아무 미묘하게 조금 더 확장 됩니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변환되는게 프린터 입니다. 물리적인 잉크를 뿌리는 것이니 당연히 잉크와 용지의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위에서 서술한 LUT와 결합한다면? 네. 그렇습니다. 역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벌서 예상하셨겠지요. 매우 넓은 LUT상에서 고도로 엄선된 데이터를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 LUT의 장점이 더욱 눈부시게 되겠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흑백 사진은 어떨까요? 인쇄쪽이던 디지털 프린트던 아무튼 종이 위에 뭔가 인쇄 되는 작업중에 작업자를 최고로 괴롭히는 것은 사실 컬러 보다는 흑백 입니다. 아주 조금만 뭔가가 뒤틀려도 금세 뉘앙스를 깨버리는 볼성사나운 흑백 톤과 흑백 사진이 만들어집니다.
암실에서 토닝하듯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흑백톤이라면 좋겠지만, 이렇게 흐트러진 흑백의 톤은 토닝하는 듯한 감칠맛도 나타나질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용지별 프린터 프로파일 입니다. 고가의 스펙트로메터를 이용하여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매우 세심하게 하지 않으면 언제나 말썽을 피웁니다.
고품질의 프린터 프로파일은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과 밀도 있고 부드러운 톤을 만들어내는데 필수 입니다. 흑백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컬러에서도 당연 마찬가지 입니다. 심한 경우 쉐도우가 떠버리는 현상도 생기는데 이 정도면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때 필요 한것이 위에서 언급했던 스펙트로메터 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며 인정받고 사용되고 있는 것은 크게 2종 입니다. X-rite (GretagMacbath가 합병되었음)에서 발매중엔 i1 Pro 시리즈와 i1 iSis 입니다. i1 Pro 시리즈 중 i1 Xtreme의 경우 국내 판매가가 330만원이고 i1 iSis의 경우 그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프린터 프로파일링은 깊이에 따라 다소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i1 Pro를 구입하여 프린터 프로파일링을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갑자기 마음이나 머릿속에서 뭔가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잠시만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요. 수년 전 부터 엡손에서 발매하는 프린터에 기본 포함된 프린터 용지별 프로파일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어설프게 프로파일링 하는것 보다 때론 엡손에서 기본 제공하는 용지 프로파일을 쓰는 것이 외려 나을때도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무료입니다. 한가지 단점은 엡손에서 제공하는 정품 용지만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프린터별로 약간의 제조 오차 (결함이 아닌)가 있기 때문에 발색에 있어서도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또한 용지의 생산 LOT에 따라서도 역시 약간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준에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만약 엡손에서 판매하는 용지 이외에 새로운 용지나 독특한 용지 등의 서드파티에서 제공하는 용지를 사용할때 그리고 조금 더 좋은 프린트 품질을 원할땐 스펙트로메터 구입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언제 시간과 기회가 허락된다면 이와 관련하여 리뷰를 작성 해볼까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옵시다. 어찌 되었건 Epson 프린터에서 흑백을 프린트 하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고품질의 프로파일을 통해 컬러 모드에서 흑백을 프린트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잉크 사용량이 많고 프로파일 품질에 많이 좌우되는 신경쓰이는 모드 입니다만, 원본 손질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토닝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용지 프로파일 작성시 최종 렌더링 의도에 따라 용지 자체의 색을 충실히 살려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프린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엡손의 '고급 흑백 사진 모드' 로 프린트 하는 것 입니다. 적당한 프로파일이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용지 프로파일이 흑백 출력시 매끄럽지 않다던가 혹은 간편하게 토닝 효과를 기대해볼때 사용 할 수 있는 모드 입니다. 인터페이스도 의외로 간단해서 암실에서 독한 약품 냄새 맡아가며 고생스럽게 했던 셀레늄 토닝이나 브라운, 세피아 토닝을 했던것에 비하면 정말 격세지감 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약간의 토닝을 가하게 되면 '용지에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토닝 효과가 생깁니다. 특정 영역대에서 톤의 자연스럽지 못하다던가 토닝의 그라데이션이 인공적인 느낌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상태인 뉴트럴 모드의 경우 특정 상황이 아니면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특수 상황이 아니고서는 항상 개별화 된 용지 프로파일을 만들어 프린트 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시다 시피 엡손에는 두가지 흑백 잉크 모드가 있습니다. 바로 포토 블랙과 매트 블랙 모드 입니다. 이 양자간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매트 계열 혹은 아트 페이퍼 류의 용지들은 특유의 표면 질감 때문에 일반적인 블랙 잉크로는 약간 붕뜬 느낌의 블랙이 만들어집니다.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D-Max를 높인 매트 블랙의 필요성이 생깁니다. 허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매트블랙과 포토블랙 양쪽을 사용 할 수 있는 용지 사용시, 컬러의 경우 통상 매트 블랙이 포토 블랙에 비해 컬러 표현 범위가 약간 떨어집니다. 하지만 매트 혹은 아트 페이퍼 류의 프린트시 꼭 매트 블랙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대 농도를 일부러 엷게 함으로서 그것이 표현 의도로 응용과 활용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블랙 잉크 이야기 하는데 왠 컬러 표현 범위가 떨어지냐고 물으시는 분을 위하여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인쇄는 이론적으로 Cyan, Magenta, Yellow 이 세가지 색만 있으면 블랙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세 Black을 첨가 함으로서 들뜬 블랙을 제대로 된 블랙으로 만들어 주는데, 단순히 이 역활만 하는 것이 아닌 잉크 사용의 총 사용량을 결정하는 요소도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2가지인 GCR과 UCR이 있는데 이건 정말 인쇄쪽의 이야기 이기 때문에 잉크젯과 관계없지 않냐 싶기도 하지만 결국 원리는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즈음 되어서 액채인 잉크가 용지 위에 뿌려진 뒤 잉크가 안정화 되는에 얼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살펴봐야만 할 것 입니다. 암실인화에서도 Dry Down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약품에 부풀어 오른 젤라틴 속에 있던 산화은이 건조되면서 표면적이 작아짐으로 인해 산화은의 면적당 밀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것이 결국 농도 증가를 발생 시킵니다. 다시 말해 완전 건조 되고 나면 조금 더 어두워집니다. 이것을 Dry Down이라고 합니다.
암실에서의 Dry Down과 원리는 조금 다르지만 결국 잉크젯 프린터도 용지위에 뿌려지게 되고 잉크가 건조되면서 색이나 농도가 조금 달라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위의 도표는 이러한 변화 시간에 따라 측정한것 입니다. 통상 델타 값이 1 이하면 육안으론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모든 컬러가 매우 안정권인 델타 0.5 이하의 값으로 진입하는데는 최소 24시간이 필요 합니다. 하다 못해 아주 급한 경우엔 최소 4시간 이상을 건조하는 것이 프린트를 판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로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특정 용지를 프로파일링 하기 위한 차트를 건조하는데는 최소 1일에서 3일 이상 건조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러가지 과정을 통해 드디어 프린트가 완성 되었고, 게다가 감격스럽게 전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가슴 뿌듯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큰 전시가 되었던 작은 전시가 되었던 개인전이 되었던 단체전이 되었던 전시라고 하는 행위는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 입니다.
바로 사진이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헌데 프린트 했을때 봤던 느낌과 갤러리 벽에 걸었을때의 느낌이 다릅니다. 낭패 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우 세심하게 개발된 UltraChrome HDR Ink의 포뮬러와 새로운 LUT기술인 AccuPhoto HDR 기술이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게 합니다. 위의 일러스트는 시뮬레이션 이미지로 하나는 텅스텐 광에서 하나는 형광등에서의 상황 입니다. 물론 위와 같게 나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이미지가 보여집니다. 물리 법칙과 인과율에 위배되는 특이점에 살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 입니다.
두개의 그래프 형상이 제법 비슷한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 니콘 사롱에서 개인전을 했을때 가장 큰 감동과 쇼크를 받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갤러리 내부에 5000캘빈도 표준을 정확히 지킨 조명 시설이였습니다.
컬러의 표현력과 지시성이 매우 중요한 사진이나 까다로운 그라데이션의 표현력이 소중한 흑백사진 전시를 위한 세심한 배려였습니다. 과연 업계의 선두주자 다운 그리고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전통을 가져온 갤러리의 풍모였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할로겐 등 역시 얼마든지 사용 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갤러리가 니콘 사롱같이 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의 갤러리는 작품 조명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곳이 사실 거의 대부분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광원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인상이 크게 변하지 않는 프린트를 만드는 것으로 완화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전시가 무사히 끝나고 누군가 자신의 사진을 구입 하겠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하고 미묘한 감동이 가슴과 머릿속에 일기도 합니다. 이렇게 판매된 작품으로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힘도 생깁니다. 참으로 기쁜 일 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프린트 된 사진이, 1년도 안되어 탈색 혹은 농도가 변해서 작품이 변형되어 버리면 누가 구입할까요. 흑백 사진에 있어서도 소위 판매가 고려된 프린트는 셀레늄 토닝등을 통한 약품 처리를 통해 아카이브 처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꼭 이런 거창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의 사진이 그만 몇년 만에 변색되어 버리면 추억도 변색.. 될까요? 음.. 이건 좀 미묘하게 다른 이야기군요.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은 비정품 잉크와 용지를 사용하여 제작된 액자, 앨범, 작품 사진, 그림 복제물 들은 단지 몇개월 혹은 몇년 후에 눈에 띄도록 확연히 변색 될 것입니다.
아무래 아름다운 작품이라도 금방 변해버리게 되면 예술품이 가지고 있는 지속성의 문제가 생기게 될 것 입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고가의 앨범, 작품 사진등을 프린트 해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미지 안정성의 보증은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그래서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통상 일반적인 표준 전시 환경 즉 실내에서의 일상적인 상황을 이야기 합니다. 1년 내내 습도가 90%씩 되도 상관없다 같은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리를 끼운 액자를 사용했을시의 상황이 위 도표 입니다. 그렇다면 매우 전문적인 보관 환경도 있지 않을까요? 수집가 라던가 박물관, 미술관 등 말입니다.
UV차단 기능이 있는 유리를 사용한 액자에 보관시 도표 입니다. 이 정도면 지속성이 긴 은염사진과 비교해도 이미지 지속성과 안정성 문제는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이 도표들은 Epson 에서 완벽한 보증을 의미하기 보다는 실험을 통해서 추출된 데이터로 어디 까지나 참고용 입니다. 더 상세한 자료는 이 분야에 있어서 공신력 있는 세계적인 이미지 내구성 테스트 기관인 http://wilhelm-research.com 에 상세한 자료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께선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Epson의 최신기종 x900 시리즈에 대하여 살펴 보았습니다. 1부 리뷰의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디지털 프린팅 기술은 초기의 조악한 품질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러 문자 그대로 눈부시게 발전하였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암실 프린트와 비견될 만큼 발전한 지금에 이르러 다시 한번 생각 해볼 것이 있습니다.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에서만 가능한 표현 가능성과 방법론을 생각해볼 차례입니다. 이러한 것은 작업자의 표현과 그것을 구체화 할 수 있는 방법론의 한계가 좁혀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용지와 독특한 특성에 따라 사진을 종이로 옮기는 것 이상의 표현 가능이 구체화 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장비 혹은 방법론의 한계 때문에 작업이 구체화 되지 못하고 단지 아이디어로만 뭍혀있던 것들을 다시 한번 꺼내볼 일 입니다. 보다 넓어진 컬러 표현 범위와 더 깊어진 농도.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만을 바탕으로하여 잉크젯 특유의 이미지 처리 방식이 어떻게 응용 될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저는 아주 예전 훌륭한 사진을 한장 발견 했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코끼리 사진이였는데 그 사진은 저에게 있어서 조그만 충격을 주었습니다. 톤도 깊지 못하고 날카로운 디테일도 없었던 싸구려 갱지에 프린트 된 그 사진은 전통적인 암실에선 만들어 낼 수 없는 (감히 단언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흑백 사진이였습니다.
그 사진을 접한 순간 부터 저는 정통적인 암실의 재현을 넘어선 다양한 표현 가능성으로 디지털 프린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고성능의 프린터와 스캐너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오랜 시간이 흐른후에야 비로서 제가 납득 할 수 있는 수준의 기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사진 작업 또한 다양한 표현 방향성을 실질적으로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선택하는 괴로운 (하지만 무척 행복하고 즐거운) 고민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실, 프린터니 스캐너니 카메라니 하는 것은 어쩌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표현하고 담아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 일 뿐입니다.
그러나 표현의 범위를 넓혀준 새로운 캔버스 Epson x900 시리즈는 사진과 예술작업이 구체화, 현실화 하는데 일조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이겠지요.
ⓒ 오원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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