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21일 F5의 발매 8년후 2004년 10월 22일 (21일이 휴일이었기 때문) 8년이라는 약속을 Nikon은 어김없이 지켜낸 F6가 발매 되었습니다. 8년 이라는 시간동안 세계는 많이 변해왔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 변하게 될 것입니다. 그 속에서 F6의 발매라는 것은 Nikon이 아니었다면 감당하기 힘든 일 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동안 계속된 경영압박 속에서 순수개발 기간 3년이라는 시간 속에 현시대에 있어서 필름카메라가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가슴에 품고 고민하고 완성이 되었습니다.
수석 개발 엔지니어인 고토 데츠로 씨는 오랫동안 F 한자리의 개발 팀장으로써, 평소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얼굴 사진이 나오는 것도 그렇지만, 항상 자신만만한 시니컬한 눈빛과 은근슬쩍 깊이 있는 비웃음을 띄고 있는 듯한 ( 인터뷰에선 항상 공장 작업복을 입은데다 뺨엔 점박이도 붙어 있는) 기름밥을 오랫동안 먹고 살아온 노장의 얼굴이 평소의 이미지였습니다. 아사히 카메라 11월 호 였던것 같습니다. F6의 발표 회장에서 평소와 다르게 점잖은 양복을 입고 있었던것도 신선했지만, 약간은 안절부절 못한체 긴장 되어 있는 그의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야 물론 새로운 신제품 발표하는 것이 항상 그런것 이라고 생각 되지만, 그의 반응이 유난히 눈에 박히는 건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을 것 입니다. 바로 이런 현시대에 만들어진 F 한자리 '필름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라는 것이 더 큰 이유 일 것 입니다.
第6의F, Nikon F6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의미라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속에서 F5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 했을 것 입니다. 여담으로 F5의 개발비를 회수하는데 '여러분께서 많이 구입해주신 덕에 5년 만에 개발비를 건졌습니다.' 라고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시대와는 달라진 것 입니다.
실지로 수치적 스펙상으로 볼땐 '악세사리'의 부착 유무에 따라 어떤 부분에 있어선 F5보다 뒤지는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 옵션인 3V 리튬이온 전지 2개를 전원으로 삼을땐 AF속도는 F5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뒤지는데다 초당 프레임도 5.5컷으로 F5의 8컷에 비하면 오히려 더 늦어졌습니다. 또한 F한자리의 혈통을 유지하는 아이덴티티인 수동 크랭크는 건재하지만, 분리형 파인더가 사라져버리게 된 것은 'F한자리의 테이스트'를 반감하는 큰 요인 중 하나 일 것입니다. 특히 한 회사의 플래그 쉽이라면 이정도의 카리스마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F6의 디자인은 단촐하지 그지 없어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선 F200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한 회사를 대표하는 플래그 쉽으로써 매우 납득이 되는 ' 第6의 F ' 라는 것은 실지로 사용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외견상의 것, 스펙상의 수치만이 아닌 F6에 내제된 기본 철학을 - 그리고 니콘의 설계 사상을 - 녹여냈다는 것 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것이 가능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시대' 이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항상 그래왔듯 F한자리 다운 견고함, 신뢰성, 방진 방습 성능은 그 계보를 여전히 - 그리고 당연하게도 -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카메라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무척이나 단단하며 흙먼지가 사방에 날리는 사막에서도, 스콜이 퍼부어대는 빗 속에서도 셔터 릴리즈를 누를때 모든 부품들이 하나의 동작을 하듯 명쾌하면서도 부드럽고 조용하게 동작합니다.
비교 대상은 안되겠지만 사용 후 실지로 우연히 바디전체에 물을 엎질러버리는 실수를 했습니다만, DummyFactory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습니다. 천천히 수건으로 물을 훑어내고 50mm f1.4 D 렌즈를 분리하는 순간 바디 마운트와 렌즈 마운트가 맞물려 있는 접점 모양 그대로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기계식 AF 사용시 작동하게 되는 AF 구동부에는 한점의 물방울 조차 없었습니다. F5 사용시 태풍속에서 엄청난 비를 맞으며 사용했을시에도 동일했지만 F6 역시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방진, 방습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해방감과 신뢰도는 사진을 찍는 기계로써의 중요한 부분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 방진 테스트 -
F6는 역대 F시리즈 중 정숙성이 가장 높습니다.F3 같은 백혈이 뚫리는 듯 파워풀한 셔터소리는 아니지만 낮고 조용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항상 그래왔듯 F 한자리 시리즈는 그 시대에 알맞는 혹은 선도하는 셔터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때 마다 셔터소리 자체를 튜닝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각기 스타일은 달랐지만 시리즈를 관통하는 존재감 있는 셔터소리는 F6에서도 계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릴리즈가 끝난후 미묘하게 조용한 여운마저 감도는 셔터 소리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진동을 흡수해 바디 자체의 진동은 굉장히 작습니다. 물론 튜닝자체의 결과도 있겠지만 셔터막의 재료로 쓰인 신소재 케플라 섬유의 이유도 있을 것 입니다.
- 셔터 유니트의 외견 -
그리고 당연히 F5에서도 그래왔듯 셔터 속도 감지 센서와 함께 15만회의 릴리즈를 보증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F5와의 변경점은 F5의 경우 셔터 스피드 이상이 감지되면 아에 Err 메세지를 보내고 릴리즈 자체를 차단해버렸다면 - 셔터 에러가 뜨면 무조건 A/S를 맡겨야만 하는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발매 8년이 지난 지금 이 시간까지도 단 한건의 셔터 스피드 이상으로 인한 접수건이 없음 - F6의 경우 이상이 감지되면 Err 메세지를 보내는 건 동일하지만 1회 릴리즈를 하면 Err은 풀리고 촬영을 다시 재개 할 수 있도록 용통성 있게 변화 되었습니다. - 자주 감지가 되면 A/S를 보내라고 메뉴얼에 게재 되어 있습니다 -
- 필름 크랭크 -
앞서 언급 했듯, F 한자리의 아이덴티티중 하나인 수동 필름 크랭크의 조작감은 단단하고 명쾌하며 부드럽습니다. F5와의 변경점은 F5의 경우 반 자동식으로 (R1과 R2을 조작 해야만 가능) 되었던 것에 비하면 F6는 커스텀 기능을 통해 완전 자동식과 반 자동식 (혹은 완전 수동식)으로 선택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본 설정은 완전 자동식으로 되어 있어서 필름 크랭크를 바라보는 시간 마저 줄어버린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조작감과 견고함은 심미적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실리적인 의미로 봤을때 베터리가 없을 경우 수동으로라도 감아서 찍었던 사진을 건져야하는 시 분을 다투는 급박한 상관일 경우 유용할 듯 합니다.
- 기본 바디의 그립 형태 -
- Multi Power Pack MB-40 장착시 그립 형태 -
파지감은 F시리즈 중 가장 좋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손의 크기, 모양, 길이등이 다들 다름에도 불구하고 주위 지인들 중에선 F6의 파지감이 좋지 않다, 라는 언급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소 취향의 차이에 따라 분명 엊갈리게 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기묘하게 손에 착 붙는 느낌입니다. 처음 공개된 디자인을 봤을때 '저런 디자인이라면 파지감이 별로겠는걸, 조금 실망인데' 라는 우려를 깔끔하게 날려주었습니다. 단순한 라인으로 되어있는 줄 알았던 그립이 위의 사진처럼 의외로 직선 하나 없는 디자인 입니다. 실지 촬영에 있어서도 저에게 있어서 파지감 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F5의 파지감 역시 훌륭 했었지만 전 세대를 뛰어 넘은 한 회사의 최신 플래그 쉽 다운 그립감 입니다.
개인적인 사족 입니다만, F5의 냉랭함에 비해 F6는 조금은 부드럽고, 온기어린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플래그 쉽으로써의 기본적인 차가움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 느낌입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한 요소 중에 하나가 긴장되지 않게 잡을 수 있는 그립이 요인중 하나가 아닐까 라고 생각 합니다.
F6의 인터페이스는 보다 더 직관적이 되었습니다. 메이커에 따른 호불호는 있겠지만, Nikon식의 직관적 조작체계는 F6에서 한층 더 발전 되었습니다. 버튼의 위치, 크기, 높이는 물론이고 각 버튼의 압력 또한 실수 없이 조작 할 수 있도록 배려 되었습니다. 또한 종례엔 A, S, P 모드 등에서 노출 보정 버튼과 동시에 다이얼을 조작했어야 했지만, 커스텀 셋팅시 단지 다이얼을 돌리는 것 만으로 보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버튼의 배치와 메인 커맨드 다이얼 -
다이얼의 조작감 역시 노출 셋팅치가 손가락을 통해서 몸으로 전달이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헤프지 않게 잘 정돈된 조작감은 원하는 셋팅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설정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바디 전번에 배치된 서브 커맨드 다이얼의 경우 약 5~8도 정도 각도가 상향 조정 되어 있기 때문에 검지, 중지 어느쪽을 사용해도 거슬림이 없는 각도 입니다. (제일 윗단의 사진 참조)
- 셔터 릴리즈 버튼, 모드 변경, 노출 보정 버튼 -
F6의 스트로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I-TTL을 기반으로 합니다. 때문에 SB-800, SB-600 사용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형 스트로보에 대한 지원 또한 아낌이 없습니다. 단지 I-TTL만 안된다 뿐이지 기존 스피드 라이트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사용 할 수 있습니다. I-TTL자체에 대한 글은 다른 문서를 참조 해주십시오.
한가지 재미 있는 것은 라이카에서 발매된 M6-TTL 전용으로 나온 라이카 스트로보 SF-20의 경우 M6-TTL모델과의 TTL연동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F6에 물렸을때 TTL이 안되는 것 역시 너무나도 당연한 일 입니다. 하지만 라이카에서는 작동이 안되는 후막동조 스트로보가 Nikon의 F6에서는 강제적으로 제어 가능 하다는 것 입니다.
F5에서 시험삼아 물려봤지만 라이카 스트로보를 통한 후막동조는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라이카 스트로보를 메뉴얼 모드로 셋팅하고 촬영하면 제법 재미있어 보입니다. 허나 당연한 이야기 지만 심미적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모르지만, 실용적으로 봤을땐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스트로보 구입 할 돈에 조금만 보태면 SB-800을 구입 할 수 있을테니까요.
F6의 셔터 릴리즈 버튼의 감도와 리스판스는 매우 민감합니다. 누르는 정도에 따라서 AF를 동작시키지 않고 노출계만 띄울수도 있으며, 매우 기분좋은 릴리즈 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슈팅 직전에 마지막 바늘 끝에 서 있는 듯한 미묘한 압력감에 따른 반동감 사이에 머물다, 본능적으로 슈팅이 요구될때 편안하고 정확하게 릴리즈 동작을 해주는 것은 F5를 계승, 더욱 발전 시킨것으로 느껴집니다. 셔터렉은 F5의 그것보다도 더 짧아졌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멀티 파워팩 MB-40에도 메인 셔터 릴리즈와 같은 부품을 탑재 했다는 것 입니다.
- MB-40의 릴리즈 버튼, 바디 접촉 결속부 형태 -
세로그립 분리형의 고질적인 문제(F100에서 종종 문제시 되었던)중 하나였던 체결력 테스트를 실행해봤습니다. 양손에 힘을 단단히 주고 있는 힘껏 비틀어 봤지만 위치가 변경되거나 비틀어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체결부위 요소마다 실링 처리를 했기 때문에 방진, 방습 문제는 발생하기 힘들것으로 보입니다.
- MB-40의 상판 형태 -
체결력이 좋은 이유는 그립 자체의 설계도 영향이 있겠지만 F6 바디의 하판이 마찰력이 매우 높은 고무재질(로 추정되는)을 사용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위 사진을 참고로 비틀기 전엔 자국이 남지 않았지만 실험 후 밀린 자국이 없이 그대로 형태를 유지한 실루엣만 남았습니다.
- MB-40의 멀티 셀렉터 -
세로촬영시 MB-40에는 메인, 서브 커맨드 다이얼이 모두 탑재되어 있으며, 바디에 장착되어 있는 멀티셀렉터 역시 탑재 되어 있습니다. 세로 촬영시 포커스를 옮겨가며 촬영할때 상당히 편리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바디의 멀티 셀렉터의 버튼 압력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 입니다. 바디쪽 셀렉터는 부드럽고 스무스한 압력이라면 MB-40의 셀렉터는 단단하고 딱딱한 느낌입니다. 세로 촬영시 손가락의 위치와 압력에 따른 힘의 방향을 계산한 압력치로 보여집니다.
- MB-40의 전원 접속부 모습 -
MB-40을 장착시 단3형 전지 8개를 사용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초당 5.5프레임의 연사가 8프레임으로 올라갑니다. 한가지 장점이자 단점인것은 일반 전압보다 높은 단3형 전지를 삽입 했음에도 불구하고 AF속도는 변화가 없다는 것 입니다. 바디 내부에 정전압 회로가 있어서 전압을 일정치로 유지시켜주고 있는 듯 합니다. (추정) F5의 경우 높은 전압의 전지를 사용하게 되면 AF속도의 향상을 경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바디의 안정성을 생각해보면다면 아주 실망 할 수만은 없습니다. 또한 전용 충전지인 EN-EL4 리튬 이온 충전지를 사용 할 경우 바디가 전지를 자동 인식하여, 고전압 사용 회로가 열리고, 일반 사용 전압의 약 두배인 11.1V로 작동이 됩니다. 때문에 상당한 AF속도의 향상은 물론 파워풀한 AF구동이 가능하게 됩니다. 특히 D2H 사용자 께서는 F6용 BL-3 베터리 커버만 구매해도 되기 때문에 좋을 듯 싶습니다. (이를 봤을때 앞으로 플래그 쉽 계열의 바디들은 베터리 규격의 표준화를 쉽게 유추 할 수 있습니다)
MB-40의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 입니다. 그립 하나에 40만원 중 후반대로 거래되고 있는데 왠만한 필름 바디 한대 가격입니다. 세로그립 마저 마그네슘 합금 (바디와 동일 재질) 으로 제작 했다곤 하지만, 단단하고 좋은 만듬세에도 불구하고 체감상 비싼 가격은 덮석 구매하기엔 세로그립이 없어도 특별히 불편함이 없는 바디 때문에 구입의 정당성이 확실하지 않다면, 쉽사리 구매하긴 힘들 듯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MB-40 촬영 및 테스트에 도움을 주신 김기한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AF 동작 모드 셀렉트 다이얼 -
F6에는 CAM2000 AF모듈이 탑재되었습니다. 판독이 빠르고 정확하고 기민하며 영리합니다. 11개소의 AF포인트가 있으며 포인트 설정한 부분을 각각 스팟 측광이 연동 됩니다. 그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 그림에서 다이아몬드 형태로 그려져 있는 그룹 다이나믹 AF 모드 입니다. 중점으로 포커싱 할 곳을 선택 AF 동작시 중점 포인트를 중앙으로 5개소의 AF센서 가동과 동시에 앞서 셋팅 했던 중점 포커싱 포인트를 잡아냅니다. 특히 AF중 피사체가 움직일 경우 5개의 센서가 자동으로 동시에 가동되어 피사체의 포커싱을 추적 합니다. 사용 하는 감각은 F5의 포커스 포인트 5개소 용법과 동일 합니다.
- 뒷면의 버튼 배치와 크기 및 촬영 정보 데이터 표시 -
F6에서는 종래의 F와는 달리 데이터 백이 기본 장착되어 있습니다. F5의 경우 MF-28 데이터 백을 따로 구입하려면 약 50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야만 사용 할 수 있었던 기능 입니다만, 때문에 장착시 신품 판매가 240만원에서 290만원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F6가 더 저렴하게 되어 버립니다. 또한 F5에서는 지원하지 못하는 기능 중 하나인 실시간 슈팅 데이터 확인과 보다 편리해지고 더 이상 번호를 외워가며 할 필요가 없는 커스템 셋팅, 백 장착시에만 사용이 가능했던 인터벌 타이머를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백 기능중의 백미인 필름 프레임 사이에 데이터를 삽입 할 수 있는 기능은 여러모로 기능적이며 편리합니다.
- 데이터 백의 내부 전체 모습 -
한가지 눈에 보이는 것은 기존에 데이터 백과 보디간의 통신을 위한 접점부가 완전히 사라지고, 또한 백의 교환 자체를 불가능 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애초에 데이터 백 자체가 기본 품목인 이유도 있겠지만 기존 방식의 단점 이었던 접점 불량으로 인한 데이터 백 셋팅치의 리셋 현상을 원천적으로 없앴다는 것이고 모듈끼리의 합치성은 더욱 견고해졌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백과 바디와의 통신은 리본 케이블로 하게 됩니다.
- 정 중앙에 자리 잡은 리본 케이블, 필름 감기용 스프로켓 휠, 로딩 롤러의 모습 -
기존 데이터백과 달리 따로 전원을 공급해 줄 필요 없이 바디의 전원 이용해 최대 48시간 동안 자동 충전하게 되며 4~5개월 가량 전원공급이 이루어 지지 않아도 셋팅 값을 보관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프로켓 휠에 필름 고정 및 로딩을 도와주는 3중 로딩 롤러는 필름 이송시 보다 부드럽고 정확하게 프레임간 이동을 도와 주고 있습니다.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면 간혹 발생 할 수 있는 프레임간의 거리가 불일치 되는 일은 쉽게 발생 하지 않을것이라 예상 할 수 있습니다.
- 필름 내부에 날짜 삽입용 액정 판넬 광원의 모습 -
- 프레임 사이에 데이터를 노광하는 액정 판넬 광원의 모습 -
위에도 잠시 언급 했듯, F6의 데이터 삽입 기능은 보다 더 실용적으로 진일보 했습니다. 특히 F5에서의 불만이었던, 노출 데이터와 날짜, 시간데이터를 동시에 기록 할 수 없었던 것이 개선 되었습니다. 촬영데이터는 셋팅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용도에 따라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조리개, 셔터 스피드, 노출 보정치가 기본셋팅이며 스피드라이트의 광량 보정, 측광 모드, 사용 렌즈 초점거리 등을 기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록들을 함과 동시에 릴리즈 시의 시간도 같이 기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모든 것들이 아주 완벽 할 수 없듯이) 데이터의 기록 농도를 올리거나 데이터의 삽입량이 많을 경우 파인더의 블랙아웃 현상이 길어진다는 것 입니다. 기본적으로 F6는 매우 짧은 블랙아웃 타임을 보여주었던 F5에 비해서 더 짧은 시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데이터 백을 통한 기록의 정보량이 많거나 노광량을 길게 셋팅을 하면 오히려 F5에 비해 조금 느린 느낌을 줍니다. 때문에 데이터 기록 보다도 짧은 블랙아웃 타임을 요구하는 격렬한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혹은 극단적으로 움직임이 작고 미묘해서 공기감을 같이 느껴가며 찍어야 하는 상황 등에선 차라리 기록 기능을 off 시켜버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 F 마운트 쪽에서 본 파인더 스크린 -
第6의F에서 가장 눈에 띄이고 체감상 바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넓고 깊은 시원한 파인더 입니다. F5의 약간은 탁하고 녹색이 감도는 파인더와는 다르게 매우 밝고 클리어 합니다. 무엇보다 역대 F 시리즈 중에서 가장 깊은 파인더 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F5는 이미 완성되어버린 SLR 카메라의 정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인더 문제 만큼은 면죄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파인더 내에서의 RGB센서 설계 위치가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3D-RGB 멀티 패턴 측광과는 조금 다른 작동 방식을 보입니다. 기존에는 RGB 분리 필터를 포커싱 매트면에 도포, 그 기본정보를 바탕으로 바디에 장착된 D타잎의 거리 정보를 계산해주는 CPU와 DP-30 포토믹 파인더 (사족입니다만 이 파인더의 이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에 설치된 RGB 판독 CCD센서와 데이터베이스 계산 CPU가 함께 동작하여 측광하는 방식이었다면, F6의 포커싱 매트는 단지 포커싱 매트의 기능만을 행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F6의 3D-RGB 측광 Ⅱ는 수년 동안 새로 수집된 측광 데이터베이스와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입하였습니다. F5의 그것에 비해 좀더 진하고 화사한 결과값을 보여줍니다. 특히 D타잎 혹은 G타잎을 통한 거리정보가 가미된 측광의 경우 배경과 주 피사체 (초점이 맞은 면)과의 휘도비가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환경이 되더라도 상당히 정확한 측광 능력을 보여줍니다.
- F6의 RGB 측광 및 AF모듈 센서 모식도 -
- 파인더 인디케이터 -
(컴팩트 디카로 촬영했기 때문에 실사와 느낌의 다름을 양해 부탁 드립니다)
처음 F6의 파인더를 봤을때 제일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은 노출계가 우측으로 위치 이동 되었다는 것 입니다. 기존의 시스템이 너무 익숙해버린 탓이 크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느낀것은 이쪽이 오히려 직관적이다 라는 것 입니다. 실지 집중하여 촬영할때 이미 노출이 한번 결정되어 촬영을 하더라도, 광원의 방향, 광량의 변화에 따라 슈팅중에 노출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딱히 노출계를 노려 보지 않아도 피사체에 집중하며 곁눈으로 노출값을 파악 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취향차이가 존재하겠지만 DummyFactory의 경우 상당히 불평스럽습니다. 어떤 면에 있어선 니콘답지 않은 선택이라고도 생각됩니다만, 첫째 너무 확연히 보이는 포커스 포인트, 둘째 붉은 빛으로 점등이 되는 AF 일루미네이터 입니다.
F5개발시 고토 데츠로 씨는 AF포인트를 점등되게 해달라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파인더 내에 촬영 대상 이외에 다른것들이 많이 보이면 집중하기 힘들다. 라는 이유로 농도가 연한 LCD AF 포인트를 만들어 냈던 사람 입니다. 때문에 야간 촬영시 AF포인트를 식별 할 수 있도록 파인더 상단과 우측에 현재 AF포인트의 위치를 알려주는 인디케이터를 달았습니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또한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L 타잎 스크린 (사선 스플릿 스크린) 의 경우 스플릿 스크린의 단점인 포커싱 시에 '촬영대상 자체'를 보는데 방해가 되는 점을 착안하여, 분명 스플릿으로 포커싱을 정확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노려보지 않으면 스플릿의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설계를 감행 했던 사람입니다. (단순한것 같지만 광학, 공학적으로 볼때 절때 쉬운 설계는 아닙니다)
그러한 고집있는 F5의 파인더 (이 파인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개발자가 슈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사용자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를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F6의 파인더는 보다 취미지향적인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글의 서문에서도 말 했듯,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지로 F6의 기본적인 개발 타겟은 하이엔드 아마츄어 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오히려 이렇게 하면 안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 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 했을 수석 개발자의 표정이 괜히 상상 됩니다. 경영진과 영업부의 압박도 있었을것만 같은 느낌마져 듭니다)
- 측광 방식 셀렉터 -
F6의 측광방식은 4가지 입니다. (스팟, 3D-RGB, RGB, 중앙중점) F5에서 RGB측광을 하려면 반드시 D타잎 혹은 G타잎의 렌즈가 있어야만 가능 했습니다. 렌즈에 따라 Non-D 타잎의 경우 멀티패턴 측광을, Ai 메뉴얼 포커싱 렌즈 (일명 토끼귀 렌즈) 로는 그나마 중앙중점과 스팟만 가능 했습니다. 특히 메뉴얼 렌즈 사용시는 조리개 창은 fErr (조리게 에러) 메세지만 보여줄 뿐 입니다. 하지만 F6에서는 메뉴얼 포커싱 렌즈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사용 렌즈의 초점거리(6mm부터 4000mm 렌즈까지), 조리개 최대개방 수치 (f1.2부터 f22까지) 정보를 셋팅 (최대 10개까지 저장 가능) 하면 거리정보만 빠진 RGB측광이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조리개 값도 더 이상 fErr 메세지를 보여않고 셋팅 값을 파인더 및 외부 LCD 창에서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Nikon F6 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개인적인 생각으로 F6는 니콘답지 못한 한자리수 F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께서 어떠한 심경으로 느끼고 바라보고 있는지 저 또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특히 기존 플래그 쉽에서 느낄 수 있었던 카리스마는 온데 간데 없고 분리형 파인더를 포기하면서 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며, 일견 천박해 보이는 펜타 프리즘의 디자인 하며, 쥬지아로 영감도 이제 갈때가 되었군 이라고, 또한 어째서 니콘은 이런 디자인을 받아 들였던 것인가, 라고 비통해 하던 것 역시 본인 이었습니다. 8년 동안 '한 회사를 대표 하는 플래그 쉽' 이라는 것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라고 고토 테츠로씨도 은퇴할때가 된건 아닌가! 라고 착찹한 심경을 어찌 할 도리도 찾지 못한 것 또한 사실 입니다.
하지만 비단 최신의 45mm f2.8/P 메뉴얼 렌즈를 장착했을때의 이야기 만이 아닌, 지금까지 니콘을 존재하게 했던 수 많은 수동 렌즈를 장착한 F6의 모습을 보고 순간 지금까지 내가 F6의 개발 마인드를 이해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니콘을 존재 할 수 있게 만든 F, F2, F3와 메뉴얼 렌즈와의 감성적 합치감을 뛰어 넘은 것 입니다.
무엇보다 F6의 작고 견고하고 가볍고 신뢰감 가득한 바디 자체가, 그 수동 렌즈들을 온몸으로 껴안아 품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학적으로, 감성적으로, 전자적으로, 인터페이스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말입니다. 지금의 니콘을 존재 할 수 있게한 F마운트를 사용하는 모든 렌즈 라인 업 (4~5개 일부 렌즈 제외) 들이 F6와 만나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또 다른 종류의 영속적 생명을 얻은 것 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현시대에 있어서 Nikon이라는 회사의 진정한 플래그 쉽 다운 플래그 쉽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플래그 쉽의 본질에 있어서 이래야만 한다! 는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계사상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와 그리고 개발 당시 경영악화에 허덕이며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Nikon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싸인을 강행한 경영진이나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F한자리를 자신의 이름을 걸고, F 한자리의 의미를 깊게 생각 한것은 당연한건지도 모르지만 유저가 아닌 개발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 필사의 노력과 고민 끝에 나온 F6 입니다. 그제서야 당시 '하이엔드 아마츄어'가 개발 컨셉이었다 라고 말하게 된 것을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第6의 F는 '하이엔드 아마츄어'를 위해서, '하이엔드 아마츄어적인 필름을 사용하는 프로'를 위해서, '하이엔드 아마츄어 적인 진지하게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를 위한 카메라 입니다. 그러한 '하이엔드 아마츄어 필름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가 F6 라고 전 생각되고 느껴집니다.
지금은 F6의 펜타프리즘 디자인이 너무나도 납득 되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이러한 현시대'였기 때문에 태어 날 수 밖에 없었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F의 디자인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꼬릿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취향에 맞지 않은 붉은색의 경박 스러운 AF 일루미네이터와 진하게 마킹된 AF 포인트 정도는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군요.
만약 F7이 8년후에 발매 된다면, 그러길 꼭 기대합니다. 8년후의 시대는 F한자리에게 있어서 무엇을 요구 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답신은 어떠한 것 일런지.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아남 옵틱스에 F6 리뷰 신청을 했었습니다. Nikon의 플래그 쉽을 꼭 먼저 만져보고 싶다는 욕심이었습니다. 물론 보기 좋게 거절 당했죠. 지명도도 없고 유명하지도 않고, 어딘가 소속되어 있지도 않은 사람에게 쉽게 해줄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 모릅니다.
F5의 발매후 부터 최근까지 사용하고 있던 터였고, F6의 실물을 만져보면서 좋은 카메라군 이라는 것 정도의 감흥만 있었을 뿐 이었습니다. 그다지 구입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원인은 역시 금전부분이겠지요.
몇주의 시간 동안 가끔 생각 날때 타인의 F6를 그냥 만지작 거리며, 그래 이게 F6. 파인더 하나 만큼은 속이 시원하니 좋군. 하는 정도의 감흥이었습니다. 어느날엔가 별 생각 없이 늘 하듯 F6를 잡았는데 손에 붙어버렸습니다. 아니, 좀더 다르게 말하자면 어느센가 눈치 체기도 전에 내 몸에 스며들어 버렸습니다. 약간의 냉랭함 속에 온기를 품고. F5와 다른 것은 어쩌면 저에게 있어선 이게 전부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5분인가 10분인가 아무말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겨우 한마디 내 밷을 수 있었습니다.
' 손에 붙는군요'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냥 싱긋 웃고만 말았습니다. 5분인지 10분인지 흐른후 그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말 했습니다. 'F6 사라' 이것 저것 구체적인 계획까지 생각해 주셨습니다. 전 항변 했습니다. F5로도 만족한다고, F6아니라도 사진 찍을 수 있는데 뭣 하러 굳이 바꿔야 하냐고, 그 사람에게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그 다음날, 중간 생략하고 어찌어찌 되어 F5를 장가 보내기로 결정된 전화가 끝나는 순간, 눈치도 못채게 F6가 담겨있는 Nikon 종이 가방을 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돈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라고...
물론 구입했을때 돈은 이후에 착실히 전부 갚았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김기한 님에게 이 리뷰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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