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정제된 초광각 줌 렌즈

SIGMA 12-24mm f4 DG HSM Art


렌즈의 초점 거리라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촬상면과 렌즈의 거리가 멀면, 멀리 있는 것이 가까워 보이는 망원 효과와 원근감이 압축이 되고 반대로 되면 화각이 넓어지면서 원근감이 과장됩니다. 이러한 특성에 의해 크게 광각, 표준, 망원 계열로 나뉘게 되는데 오늘 이야기할 렌즈는 광각 렌즈이며 그 중에서도 '초광각' 렌즈입니다.

통상 24mm까지는 광각이라고 하는데, 그 미만으로 초점거리가 내려가면 초광각 렌즈로 분류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초광각 렌즈는 일반적으로 왜곡이 심한 것을 미리 감안하고 사용하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렌즈 왜곡 이야기를 할 때 이 단어의 의미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이델의 5대 수차 같은 것도 엄밀한 의미론 왜곡의 일부이지만 일상적 회화에서, 특히 광각 계열 렌즈 왜곡을 주제로 이야기 나눌 때 '왜곡'이라는 똑같은 단어를 서로 쓰고 있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간혹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인저 파인더 계열 카메라를 사용하는 분들이 말하는 왜곡은 원근감 과장에 대하여 말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비교 하자면 SLR 타입 렌즈와 라이카 M 마운트 타입 렌즈 두개가 같은 24mm일 렌즈 일때 SLR 타입의 렌즈가 왜곡이 심합니다.

아시다시피 24mm는 제법 광각계 렌즈로서 원근감이 큰 편으로, SLR 타입 렌즈 같이 미러에 의해 플렌지 백이 필연적으로 길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광각 렌즈 설계에 기본적인 제한을 여러가지 받게 됩니다. 그에 비해 플렌지 백이 짧은 라이카 M 마운트 시스템은 '광각의 M' 이라는 별명 답게 SLR 렌즈 타입과 달리 과장된 느낌이 들지 않고 차분한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이유는 같은 화각의 렌즈라도 플레인지 백의 거리와 제2 주점(secondary focal point)의 설계에 따라 원근감의 왜곡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촬영에 있어서는 촬영 대상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원근감은 더욱 과장 됩니다. 이걸 원근감의 왜곡이라고 부르는 것이며 광각 렌즈가 가진 고유의 특징 입니다.



두번째 의미는 화면상에서 수평, 수직선이 그려진 것을 촬영 했을 때 선이 구부려지지 않고 얼마나 정확한 직선을 그려낼 수 있느냐입니다. 바로 평면상의 기하학적 왜곡률을 말합니다. 핀 쿠션 형이니 배럴 형이니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왜곡 요소가 합쳐진 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렌즈에 왜곡 입니다.

그런데 광각으로 갈수록, 더구나 초광각으로 갈수록 이러한 왜곡을 잡는 것은 단 렌즈라고 하더라도 대단히 높은 수준의 설계와 렌즈 가공 능력을 요구합니다. 심지어 줌이 되는 초광각 렌즈라고 하면 유저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성능을 타협한 렌즈라는 것을 미리 감안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광학 메이커 입장에서도 이러한 초광각 줌 렌즈에 대한 도전은 상징적 의미가 있기도 했습니다. 왜곡 억제 성능은 다소 놓치더라도 렌즈의 화각을 늘린다든가 아니면 화각을 약간 양보하더라도 밝기에 파워 배분을 더 준다든가 등등 여러 가지 궁리를 하게 됩니다. 덕분에 다양한 스펙, 개성, 가격, 성능의 렌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SIGMA는 전례 없는 강력한 Art 라인업의 렌즈를 출시하여 대단히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보수적인 광학 업계 안에서 공전의 히트를 이어감은 물론, SIGMA이기에 가능한 매력적인 제안을 통해 업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IGMA는 기존 2세대 12-24mm f/4.5-5.6 렌즈를 뒤로하고, 이른바 3세대 12-24mm 초광각 렌즈로서 기존 보다 더 밝아진 f4 를 줌 영역 전체로 확장하고 또한 클래스 최대의 80mm 초대구경 글래스 몰드 아스페리컬 렌즈 탑재를 통해 극도의 왜곡 억제력과 대단히 높은 해상력을 가진 렌즈로서 SIGMA의 간판인 Art 라인업의 명성에 걸맞는 렌즈를 개발  2016년 10월 독일 포토키나 에서 발표하여 11월 말에 드디어 손에 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줌 렌즈의 기존 상식을 파괴한 뛰어난 렌즈인 SIGMA 24-35mm Art 렌즈와 더불어 12-24mm Art 렌즈 발매를 통해 드디어 SIGMA Art 광각 줌 렌즈 화각이 풀 라인업 되었습니다.

또한 캐논용 마운트 선행 발매 수개월 이후 니콘 마운트용으로 발매되는 것이 SIGMA의 렌즈 발매 스케줄 관례였지만 이번엔 캐논, 니콘 마운트가 동시 발매된 덕에 이 렌즈를 3년 넘게 기다려왔던 저에게 있어서 니콘 마운트 동시 발매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공식 가격 22만엔 세금 별도)



그럼 이 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이전에 외관 및 감촉을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해봅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2012년 부터 시작된 SIGMA의 뛰어난 광학 품질 및 새로운 개념을 천명한 SIGMA GLOBAL VISION의 렌즈 라인업을 통해 확립된 디자인 언어를 기초로 하여 이제는 익숙해진 SIGMA 디자인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의 띄는 것은 바로 후드와 포커스 링 부분입니다. 후드는 렌즈 본체와 일체형으로 따로 분리되지 않으며 대형 대물렌즈가 튀어나와 있어 필터를 장착할 수 없는 전형적인 초광각 줌렌즈이므로, 렌즈 캡 또한 필터 스레드에 끼우는 식이 아닌 후드를 덮어씌우는 형식에 맞춘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렌즈 보호를 위한 렌즈 캡은 필연적으로 사이즈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류의 덮어 씌우는 렌즈 캡들은 몇가지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가방 등에서 렌즈를 꺼내거나 들어 올릴때 실수로 렌즈 캡만 잡고 들어 올리는 경우 렌즈 캡에서 렌즈가 스스륵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낙하하는 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습니다.

렌즈 캡 안쪽에는 후드와 접촉하는 위치에 벨벳 소재가 발라져 있고 이를 통해 적절한 마찰을 유도합니다. 1,150g의 무게인 SIGMA 12-24mm f4 Art 렌즈를 버티는 것이 가능한 정도로, 실수로 렌즈 캡만 잡고 들어 올려서 발생하는 사고 방지는 어느 정도 가능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되도록 렌즈캡을 쥐면서 렌즈를 들어 올리는 것보다는 렌즈 본체를 잡고 들어 올리는 습관을 기르도록 합시다.



그럼 지체 없이 다음으로 넘어 가서 포커스 링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위에서 언급했듯 포커스 링은 후드의 끝나는 바로 밑에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초광각 렌즈의 특성상 피사계심도가 워낙 깊으니 메뉴얼 포커스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메뉴얼 포커스 링의 동작 감촉은 비교적 좋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텐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밀한 메뉴얼 포커싱에 대응하는 토크감 또한 적절합니다. AF 렌즈에 메뉴얼 포커싱 링 작동감을 신경 쓰는 메이커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밀 메뉴얼 포커싱을 하는 중에 링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상황에서 순간 힘이 고르게 퍼지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므로 충분히 사용하면서 길들이면 달라질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포커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렌즈 내부에 중량급 렌즈를 움직여야 하기에 새로운 디자인의 대형 하이퍼 소닉 모터를 채용하여 기존 모터보다 약 1.3배 토크를 얻을 수 있게 됨으로 심지어 저속에서도 안정적 동작이 가능해졌습니다.

다음으로 살펴 볼 것은 줌 링 입니다. 이전에 SIGMA 24-35mm f2 Art 렌즈 리뷰에서 절찬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줌 링이었습니다. 대단히 특징적인 화각으로서 주 촬영 흐름 특성에 맞춘 적절한 줌 링의 동작감을 깊이 고민하여 집착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업계 탑 클래스 메이커에서 제공하는 완전 기계식 렌즈에 준하는 아름다우며 우아한 동작감을 가지고 있어 매우 좋은 평가를 했었습니다.

그에 비해 SIGMA 12-24mm Art 렌즈는 상대적으로 그에 미치진 못합니다. 분명하게 의식을 하여 포커스 링을 쥐고 돌려야 하는 느낌 로 토크감은 살짝 강직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줌 범위는 12mm로 수치상 줌 영역이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광각렌즈의 특성상 렌즈의 초점거리가 광각으로 갈수록 화각 1mm 차이는 화면상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다시 말해 줌 링 동작에 따라 화면이 민감하게 변화하고 또한 초광각 렌즈의 주 운용 특성상 의도치 않은 외부 운동을 통해 화각이 변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 취향과는 약간 거리는 있으나 설계 의도를 생각해본다면 납득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줌 링을 조작함으로 초점 거리가 변할때의 대물 렌즈 위치 변화 입니다. 24mm일때는 렌즈가 안으로 들어가고 최대 광각인 12mm가 될때 렌즈가 앞으로 나오는 방식 입니다.

또한 렌즈 경통에 사용한 재료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미 알만한 TSC (Themally Stable Composite) 입니다. 금속 부품과 친화성이 높고 극단적 온도 변화 조건에서도 팽창, 수축률이 낮으며 고정밀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높은 탄성율과 강한 경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항공기, 자동차 등에 사용 됩니다. 광학업계에선 SIGMA가 최초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운트 부는 웨더 실링이 적용되어 방진, 방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고 심리적으로도 안심이 되지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소식을 전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여 이야기를 이어 가보도록 하지요.

니콘 마운트 렌즈사용자 입장에서 혹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진 않으시는지요? 뭔가 하나 있어야 하는 것이 없어진 느낌이 들지요? 니콘 F마운트는 전통적으로 조리개를 기계식 노치를 통해서 제어하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니콘의 전자식 제어 조리개를 SIGMA에서 지원 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최신의 니콘 E 타입 렌즈에 대응하는 전자조리개 제어를 채택 하였습니다.

또한 SIGMA를 대표하는 Art 렌즈 라인업을 말해주는 이니셜 A의 은장 마크는 렌즈 외관 디자인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합니다. 렌즈의 길이는 약 13.15㎝ 무게 1.15kg으로 경쟁 제품인 C사 제품과 크기 및 무게는 거의 같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요소를 더 살펴 보자면 C사의 최단 포커스 길이는 28cm에 비해 최단 초점 거리 성능이 더 뛰어난 24cm를 실현함으로 초광각의 관점을 더욱 살린 촬영이 가능합니다.

바로 아래 사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12mm, 16mm, 20mm, 24mm로 각각 촬영하되 중앙에 캐노피 크기는 동일하게 유지하여 촬영한 연속 샷 입니다.

캐노피의 크기는 같으나 광각으로 갈수록 앞에 배치된 것은 더욱 크게 보이고 후경은 더욱 작아집니다. 위의 장면을 12mm 화각으로 촬영 시 렌즈와 피사체와 거리는 아래의 사진과 같았습니다.

이때 초광각으로 갈수록 최단 초점거리 4cm의 차이가 원근감의 차이를 만드는데 큰 차이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더 짧은 최단 거리에서의 화질을 확보 하는 것이 기술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봤으면 본격적으로 슬슬 안쪽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먼저 렌즈의 구조를 봐야 할 텐데요 11군 16매 구성입니다. FLD 렌즈는 잔존 2차 스펙트럼 (화질을 악화시키는 색수차) 억제력이 가장 뛰어난 물질로 알려진 형석과 동등한 성능  지녔는데 이를 무려 5장이나 투입하는 대담함과 물량 공세를 보입니다.

SLD 렌즈는 특수 저분산 렌즈로 역시 잔존 2차 스펙트럼을 억제하는 데 사용하는 렌즈입니다. 그런데 SIGMA 12-24mm f4 Art에 투입된 것은 단순 SLD 렌즈를 넘어서 아스페리컬 (비구면) SLD 렌즈를 제조하여 채용함으로 왜곡에 대한 대책과 각종 수차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였습니다. 전체적으는 3장이나 되는 대량의 아스페리컬 렌즈를 채용하여 광각 렌즈 특성상 쉽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왜곡을 극단적으로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특히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물렌즈에 투입된 클래스 최대의 80mm 초대구경 글래드 몰드 아스페리컬 렌즈의 탑재입니다. 아스페리컬 렌즈의 구조 특성상 크기가 커질수록 일반 렌즈에 비해 생산 단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무척 복잡한 구조의 렌즈로서 대구경 아스페리컬 렌즈를 만들기에 효과적인 방법은 연삭 가공법을 통해 만드는 것이지만, 광학 상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 그냥 봐도 제조 과정을 보면 비용과 시간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짐작 할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아스페리컬 렌즈 생산에 높은 비용이 드는 것에 대한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 중 하나로 글래스 몰드 방식 (가열된 유리를 찍어 누르는 방식)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비용은 저렴하지만, 지금까지는 작은 렌즈까지 밖에 만들 수 없었고 설령 크다 하더라도 최대 50~60mm까지가 한계였습니다. 그렇다고 연삭 가공으로 대형 아스페리컬 렌즈를 만들기엔 최종 판매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므로 상품으로서 매력이 작아집니다. 이래선 SIGMA 12-24mm f4 Art 렌즈의 상품화는 매우 어려워지고 연구실에서 설계도와 개념만 남게 되므로 이것을 실제 제품화 및 양산할 수 있는 연구를 병행합니다.

예를 들면 초대형 아스페리컬 렌즈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가능 사이즈를 대형화함과 동시에 오차 범위를 줄인 생산 기계의 스펙을 새로 정하고 실제 생산을 위한 클린 룸을 증축하는 등 초대구경 글래스 몰드 아스페리컬렌즈를 만들기 위한 대량의 자원, 시간, 기술이 투입되었습니다.

실제로 80mm 클래스의 초대구형 아스페리컬 렌즈를 글래스 몰드 방식으로 만든 예는 적어도 양산을 기본으로 한 컨슈머 대상 광학 업계에선 사실상 없습니다. 더불어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SIGMA 12-24mm f4 Art 렌즈 하나 때문에 이 정도의 투자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향후 광각 렌즈의 전개를 예측하여 과감히 투자한 것입니다. 때문에 SIGMA 12-24mm f4 Art 렌즈 이후 나올 신개발 광각 렌즈의 제품들이 인상적일 것이라 기대를 품어도 좋을 듯합니다.

실제로 왜곡 측정 데이터를 보면 초광각 + 줌 렌즈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간한 단 렌즈 이상으로 왜곡 억제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를 기본으로 하여 전반적인 화질 성능 향상, 주변주 화질 상승, 왜곡의 감소 등이 좋아졌으며 화질을 저해하는 각종 수차 등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왜곡에 관해선 기존엔 직선을 촬영했을 때 왜곡 보정을 컴퓨터에서 따로 했다면 SIGMA 12-24mm f4 Art 렌즈는 보정 없이 건축 사진, 인테리어 사진 등에 바로 사용할 수준으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 가봅시다. 아래 3장의 사진 중 어떤 것이 이 렌즈가 제공하는 초광각 12mm고 어떤 것이 18mm이며 어떤 것이 최대 망원인 24mm로 촬영한 것인지 맞춰 봅시다.




정답은 3장 다 12mm 입니다. 어떠셨나요?

화각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중간에 사진은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촬영하였는데 전철 1량의 왼쪽, 오른쪽 문이 한 번에 다 담깁니다. 실생활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느낌을 되새겨본다면 12mm가 얼마나 넓은 화각을 가졌는지 감이 오실 듯 합니다.



이쯤에서 리뷰 서문에 광각 렌즈 왜곡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을 상기해보셨으면 합니다. SIGMA 12-24mm f4 Art 렌즈는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왜곡이 억제되어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감상으로선, 여기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너무 지나친건 아닐까? 설계자와 양산 담당자에게 상품을 만들라고 했더니, 만들라는 상품은 만들지 않고 예술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높으신 분께서 등짝 스매싱을 할만한데.. 말리기는 커녕 관련 실무자와 높으신 분이 서로 짝짜꿍 해서 강렬한 집착을 가지고 설계와 양산화 공정을 만들었다고 하니 이 집착이 예술의 경지, 새삼스럽지만 SIGMA의 'Art ' 라인업 이라는 간판에 걸맞는 렌즈라 할 만합니다.

SIGMA 12-24mm f4 Art 렌즈는 라이카 M 마운트 광학계와 비교해도 문제없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M 마운트 광각 렌즈를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분들에게 사용 소감을 수집한 결과, 놀라운 왜곡 억제 능력이다. 이 정도면 M 마운트 광각 렌즈와 비교해도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였습니다.



그리고 SIGMA 12-24mm f4 Art 렌즈의 헤드 카피는 다름 아닌 ['제로 디스토션'의 세계] 입니다.



그런데 광각렌즈라고 한다면 그것도 초광각 렌즈라면 조금은 어지러울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쭉 뻗어주는 맛으로 쓰기도 하는데 너무 심심하지 않으냐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 가봅시다.

12mm로 촬영한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게 잘 정제된 화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가운데 위 사진에서 가운데에 구부러진 면에 다가서서 같은 12mm로 촬영한 사진이 아래입니다.

이 역시 리뷰 서문에 언급하였듯 초광각에 따른 원근감 과장 효과로 인해 시원하게 쭉 뻗은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다시 말해 SIGMA 12-24mm f4 Art 렌즈는 단 렌즈 못지않은 왜곡 억제력을 가짐과 동시에 초광각 고유의 표현 문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렌즈입니다. 새삼스럽지만 한번 상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렌즈는 단 렌즈가 아닌 줌 렌즈입니다.

렌즈 가격은 고급 망원 계열 라인업을 제외하고 볼 때 지금껏 나온 SIGMA 렌즈 중에서 가장 비싼 렌즈입니다. 그러나 C사의 제품과 비교 시 한국에서 실구매가 기준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 로, 신개발의 초대구형 아스페리컬 렌즈를 글래스 몰드 방식으로 제조 단가를 억제함으로 클래스로서는 믿기 힘들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발매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80mm 초대형 아스페리컬 렌즈가 기본적으로 노출되는 구조인 만큼 오염이나 물에 접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발수, 방오 코팅을 채용함으로 다양한 조건에서의 촬영 지속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렌즈 설계, 화각, 왜곡 억제 이야기를 했으니 렌즈 평가에 있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해상력을 이야기할 순서가 된듯합니다. 그럼 뜸 들이지 말고 바로 이야기를 이어 가봅시다.

렌즈의 회절 효과에 따른 화질 저하 요소를 포함한 SIGMA에서 제안하는 보다 실제적인 Diffraction MTF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12mm가 24mm보다 해상도가 더 높습니다.

참고로 밑의 렌즈 테스트에 있어서 단점이 가장 쉽게 드러나며 화질이 가장 나쁘게 나오는 가혹한 조건인 최단 초점 거리를 기준으로 하여 진행하였습니다. 해상도와 더불어 조리개 변화에 따른 포커스 쉬프트까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12mm 최대 개방에서부터 대단히 높은 해상력을 보입니다. f8까지 최고의 해상력을 보이며 5,000만 화소에도 여유롭게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f11부터는 회절 현상에 의해 해상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충분한 해상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f16부터 회절 영향이 커지며 f22에서는 해상력 저하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조리개 변화에 따른 포커스 쉬프트 현상 없습니다. 축상색수차 또한 영향이 거의 없으며 사실상 단 렌즈에 해당하는 화질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광각 렌즈의 주 활용 방법을 생각해보면 피사계 심도 때문에 통상 f4 정도로 조여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때 문제없어 보이지만, 한편으론 최대개방이 f4부터 시작하는 이 렌즈에 대해서 해상력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요소이지만, 보시다시피 이미 최대 개방에서부터 놀라운 해상력을 보이므로 해상력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최대 개방 조리개를 써도 좋겠습니다.

14mm 구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2mm 구간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특성을 보이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높은 해상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16mm에서도 역시 높은 해상력을 보입니다. 다만 f5.6부터 포커스 쉬프팅이 뒤쪽으로 약간 밀려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초점 범위 안에는 들어오므로 f5.6으로 필드에서 빠른 템포로 촬영할 때라도 초점 관련으로 스트레스받는 부분은 없을듯합니다.

18mm에서도 여전히 해상력은 충분하지만 16mm에 비해 상대적으로 살짝 해상력 저하가 감지되기 시작합니다. 포커스 쉬프트가 뒷쪽으로 약간 밀려간 부분 역시 16mm와 비슷한 상황으로 필드에서의 촬영에 있어선 다행스럽게도 허용 오차 범위 안으로 보입니다.

20mm에서도 여전히 훌륭한 해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역시 16mm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약간의 해상력 저하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포커스 쉬프트가 발생한 부분 역시 위와 같습니다. 허용 범위 안으로 다행스럽게도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24mm에 와서는 12mm나 16mm 구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상력 저하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f5.6으로 조였을 때 포커스 쉬프트 현상에 의해 뒤쪽으로 밀리면서 아슬아슬하게 허용 오차 범위 안으로 들어왔지만 확실히 초점을 맞췄던 곳에 해상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인상입니다.

쉽게 말해 24mm에서 조리개를 조여서 해상력을 올리는 촬영을 할 때는 후핀이 발생하므로 이 점을 참고하여 촬영하면 최대 해상력을 뽑아내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SIGMA 12-24mm f4 Art 렌즈는 12mm, 14mm, 16mm 구간에선 이견이 있기 힘들 정도로 단점을 찾기 힘듭니다. 놀라운 해상력, 포커스 쉬프트 억제력은 놀랍습니다.

18mm, 20mm 구간까지 충분히 납득 할 만한 해상력을 가지고 있으며 조리개 변화에 따른 포커스 쉬프트가 발생하지만 촬영시 허용 오차 범위 안으로 편안하게 촬영에 전념할 수 있겠습니다.

24mm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해상력 저하를 체감할 수 있으며 포커스 쉬프트 현상은 엄밀한 기준으로 볼 때 f5.6 부터 후핀이 살짝 발생하는 상황이므로 정밀한 촬영을 해야 할 때는 이 점을 참고하여 촬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렌즈의 전체적인 파워 밸런스를 요약해보자면 최대 망원인 24mm 최대 개방에서의 해상력 파워를 약간 양보하고, 렌즈의 줌 범위 전체에 왜곡 억제에 필요한 파워 배분을 더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자사의 또 다른 광각 줌 렌즈인 SIGMA 24-35mm f2 Art 렌즈와의 연동을 생각 한듯합니다. SIGMA 24-35mm 렌즈 역시 광각 쪽인 24mm영역 해상력이 높은 렌즈로 가용 줌 영역인 24-35mm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주 촬영 대상과 촬영 운용 그리고 최대개방 f2값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렌즈입니다.



더욱 간단하게 보자면 24mm를 메인 영역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단 렌즈 같은 줌렌즈라는 별명을 가진 SIGMA 24-35mm f2 Art 렌즈 , 20mm 미만 초광각을 메인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12-24mm f4 Art를 이라는 식의 운용이 될 것입니다.

전체 렌즈 라인업으로 보자면 이쪽이 밸런스가 좋겠지요. 이쯤에서 해상력을 살펴볼 샘플 사진을 직접 보면서 이어 가봅시다. 오렌지색 사각형 영역을 1 : 1 픽셀 매치 (100% 확대) 한 것을 바로 아래 붙여두었습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텀블러에 쓰는 빨때를 엮어서 만든 것으로 실제 눈으로 보면 크기가 작은 물체를 12mm라는 초광각으로 스케일감을 크게 표현한 사진입니다. 천 위에 인쇄된 부분을 1:1 100% 확대로 보면 해상력에 이견이 있기 어려울듯합니다.

이 역시 12mm에 최대개방으로 촬영한 것으로 꼬마전구가 매달려 있는 전선의 디테일이 불과 1~2픽셀 이라는 극단적으로 작은 범위 안에서도 뭉개짐이나 흐트러짐 없이 날카롭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흰 페인트 위에 놓인 작은 돌 조각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날카로운 묘사를 놓치지 않고 샤프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해상력에 관해선 별도의 의문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다음으로 주변부 광량 저하를 살펴 보겠습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에 있어서도 완만한 모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량 저하 측정 그래프를 보면 초광각 계열임에도 완만한 형태를 보이며 12mm에서 최대개방시의 광량 저하 그래프는 다소 딱딱한 모양새로 보이지만 실제 촬영 결과물을 보면 광량 저하의 딱딱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욱 객관적인 데이터 취득을 위해 주변부 광량 저하 샘플을 촬영하려고 했으나 12mm가 워낙 광각인지라 정확하게 제어된 광량 저하 샘플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제가 가진 테스트 챠트 방식으론 취득 하는 게 불가능했음을 양해 부탁드리며 샘플 사진 항목에서 살펴 봐주셨으면 합니다.



빛갈라짐 모양에 대한 추가 정보 요청이 있어 내용 업데이트 합니다.

다음으로 볼 항목은 AF 관련 입니다. 상기에 서술하였듯 신규 개발의 HMS 모터를 통해 토크를 강화하여 더욱 안정적인 AF가 가능해졌습니다. 그와 더불어 AF의 정확성에 관한 부분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처음 렌즈를 개봉하고 바로 포커스 테스트를 해봤을 때의 상황입니다. 왼쪽의 파란색 실선은 매뉴얼로 포커싱 한것을 표시하고 오른쪽 붉은 실선은 카메라에서 바로 AF를 맞춘 결과물입니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12mm부터 16mm까지는 일정하게 포커스가 전핀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바로 다음 사진을 보도록 합시다.

역시 위와 동일하게 처음 렌즈 개봉하고 바로 AF 테스트했습니다. 18mm부터 24mm까지 포커스가 아주 정확하게 맞춰져 있습니다. 메뉴얼 포커싱으로 한 것과 차이가 없는 매우 정확한 포커스가 되고 있습니다.

비단 이 렌즈만이 아닌 SLR 형식의 카메라에 마운트 되는 모든 렌즈는 AF 정확성 이슈에서 자유롭긴 힘듭니다. 더불어 카메라 기종, AF 센서 종류 및 구동 알고리즘, 피사체의 콘트라스트, 조명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일관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역으로 기계 구동부와 관련하여 안정적으로 정확하게 반응한다는 뜻 입니다.

어찌 되었건 위에서 해상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듯 12mm부터 16mm까지 해상도가 대단히 높은 렌즈인데 AF가 맞지 않으면 모처럼 고해상도의 렌즈를 사용하는 의미가 퇴색될 것입니다.

AF 교정을 위해 센터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2012년부터 새롭게 전개해온 SIGMA 렌즈 라인업을 시작으로 지원해온 SIGMA USB Dock에 관한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언급하자면, 렌즈를 컴퓨터에 직접 접속시켜서 렌즈에 세부적인 조정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어지간한 서비스 센터에서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사용자가 직접 섬세한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렌즈 펌웨어 업데이트도 지원하므로 SIGMA 렌즈 보유자라면 가격도 저렴하므로 잊지 말고 구비 해두면 편리할 것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와 렌즈의 AF 결과가 위와 같았으므로 AF 교정을 실행하였습니다. 사용하는 바디의 종류, 렌즈의 개체 차이가 있으므로 참고가 되지 않겠지만 설명을 위해 제가 교정한 값을 공유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 줌 렌즈의 경우 대표 화각 4가지가 나오며 해당 렌즈의 포커스 범위를 4등분 하여 거리별로 세세하게 교정이 가능합니다. 저의 경우 렌즈 개봉 직후의 테스트 결과가 위와 같았기에 주저 없이 제 시스템에 맞춰 초점 교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하는 김에 지원하는 줌 범위 전체에 모든 거리별 테스트를 전부 세밀하게 검증하여 나온 결과가 위의 그림이었습니다.

이후엔 최단 거리에서 AF 스트레스 없이 오직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9매의 조리개를 채용한 원형 조리개를 채용함으로 대량의 아스페리컬 렌즈를 사용함에도 양호한 노망미(보케)를 획득할 수 있으며 또한 초광각 줌 렌즈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억제된 코마수차 덕분에 점 광원이 깨끗하게 맺혀야 하는 별 사진 등에도 적합할 것입니다.

본 리뷰는 sRGB 색공간 상에서 보는 것을 전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의 크게 눈뜬 달팽이가 보라색 꽃을 보는 사진의 위와 아래가 자연스럽게 보여야 합니다.

자신의 웹브라우저가 컬러프로파일을 올바르게 렌더링을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http://color.org/version4html.xalter 에 접속하여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위의 패치를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 볼때
숫자 2.20의 사각형이 뒷 배경과 구분이 사라지면 OK 입니다.

아래의 이미지 들은 다음과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처리 되었습니다.

Platform : macOS 10.12.2

Software : Capture One Pro

Monitor : NEC PA272W
Gamma 2.2 - 6500K - 120cd - Adobe RGB Color Gamut

Output File : 16bit TIFF Original Size로 export 한뒤
Photoshop에서 긴변 기준으로 900 pixel Resize후 sRGB로 변환뒤 JPG로 저장
사진에 따라 약간의 색온도, 콘트라스트, 크롭, 색조 조정 실시.

용량상의 문제로 원본 사이즈가 아닌 축소한 것이므로 일부 사진에선
원본에 비해 해상력과 그라데이션이 깨져 보일 수 있으며 JPG방식 저장으로 인한
화질 열화가 발생하므로 화질의 절대적 평가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개중 몇장의 사진은 1:1 픽셀 모드로 100% 확대 크롭한 사진을 해당 사진 바로 밑에 붙여 첨부 합니다.












































































































































































































































지금까지 SIGMA Art 12-24mm f4 Art 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 렌즈는 SLR 타입의 초광각 렌즈로서 이례적으로 강력한 왜곡 억제력  가진 신기한 렌즈입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인 12월 1일에 이 렌즈를 입수하고 느낀 첫 인상을 새삼 회상해봅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친 거 아닐까? 설계자의 지나친 욕심이 너무 앞선 건 아닐까?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왜곡 억제나 각종 수차 억제에 어마어마하게 쏟아 부은 파워를 조금 양보해서 24mm의 해상력을 낮추지 않는 설계 방향도 있지 않았을까? 이건 집착을 넘어서 이건 좀 과한 거 아닌가?

라는 것이 저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저로서는 대부분의 경우 SLR 타입의 초광각 렌즈가 주는 왜곡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이 기준으로서 오랫동안 몸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을겁니다. 그래서 솔직히 리뷰를 쓸 때 무척 곤란했습니다. 리뷰를 쓰기 이전에 제품의 설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렌즈는 지나칠 정도로 앞서나가서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SIGMA 12-24mm f4 Art 렌즈는 초광각 줌 렌즈로서 이례적입니다.

이제 한 달 정도 사용해보면서, SIGMA 12-24mm f4 Art 렌즈에 사용되는 렌즈 파워 배분을 치열하게 고민한 설계 의도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모든 것을 매력적인 가격 제안이 가능하도록 만든 치밀한 제품 기획 의도에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그리고 제작진의 끈질긴 집착에 의해 탄생한 예술에 가까운 렌즈를 만든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초광각 렌즈를 사용한다고 할 때, 무척 침착하고 정제된 형태로 왜곡을 다루는 이 렌즈의 훌륭한 솜씨에 몸이 금세 익어버려서, 이젠 이 렌즈 없이 촬영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이 렌즈를 3년 동안 기다려왔습니다. SIGMA에서 최초의 Art 렌즈인 35mm f1.4가 나왔을 때부터 입니다. 그 기다림의 끝에 다가온 보상은 저의 상상보다도 더욱 커서 심지어 '광각의 M 마운트 시스템' 이라고 일컬어지는 표현력을 더는 바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렌즈 덕분 입니다.



그리고 이십여 년 동안 단 렌즈만 넣고 다녔던 저의 카메라 가방에

최초로 줌 렌즈인 24-35mm f2 Art 렌즈를 맞이한 이후로
두 번째, 줌 렌즈인 SIGMA 12-24mm f4 Art 렌즈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SIGMA의 굳건한 장인정신, 설계와 양산에 관여된 모든 분 그리고 광학 기술 대부분을 엔지니어 수준으로 알고 있는 경영인 야마키 카즈토 씨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