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2년, SIGMA는 기존의 SIGMA 렌즈와는 완전히 다른 렌즈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렌즈의 컨셉과 성능이 시장에서 실패하면 회사가 도산된다고 전해질 정도로 전사적인 자원과 노력 그리고 도전 정신을 쏟아부은 렌즈 하나가 태어났습니다.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야마키 카즈토는 이 렌즈를 통해 자신의 부친이자 선대 회장이 이끌던 SIGMA와 아름답고도 완벽한 작별을 고함과 동시에 새로운 SIGMA로 신시대를 맞이하고자 하는 근본적 변화의 증표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SIGMA의 움직임을 보던 일부 호사가들은 치기 어린 도박일 뿐이다. 라는 냉담한 반응부터 시작해서 보수적 광학 시장에서 결국 브랜드의 벽을 넘긴 힘들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제품을 입수하여 살펴보고 검증한 결과, 좋은 의미로 지금까지의 SIGMA와는 완전히 다른 훌륭한 렌즈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품이 좋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세상은 아닙니다. 결국은 세간의 인식 자체를 변화시켜야만 합니다. 이에 따라 CI를 변혁하고 그와 동시에 연속적으로 이어 갈 수 있는 훌륭한 후속 렌즈의 꾸준한 발매를 통해 호평을 받으며 본격적인 노선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꾸준한 나날들이 쌓인 8년을 통해, 오늘날 SIGMA 하면 화질에 있어서 타협 없는 렌즈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정도로 업계에서 묵직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네. 이 모든 것은 바로 SIGMA 35mm f/1.4 Art 렌즈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SIGMA의 이야기를 있게 한 첫 문장 같은 렌즈가 바로 35mm f/1.4 Art 렌즈입니다. 심지어 이 렌즈는 당시보다 상향된 지금의 기준으로 다시 봐도 35mm f/1.4 계열 렌즈 중에서 자웅을 겨룰만한 렌즈는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SLR에서 미러리스로 시대가 바뀐 상황에서, 기존에 SLR용으로 발매된 렌즈의 AF 알고리즘을 미러리스 시스템 네이티브로 새롭게 작성하여, 빠른 AF 속도와 동작 안정성을 갖추게 된 SONY E 마운트 전용 렌즈들의 발매를 통해, 미러리스에서도 SIGMA 렌즈의 강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렌즈를 미러리스에 그대로 사용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요.
이처럼 호평을 받는 와중에 미러리스 시스템 전용 렌즈 설계로 나오는 후속작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온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것이 될까? 라는 흥분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저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SIGMA 최초로 설계단에서 부터 미러리스 시스템 전용 설계로 만든 렌즈가 발매되었습니다. SIGMA 역사상 최초 f/1.2 라는 초대구경, 심지어 풀 프레임 미러리스 (L마운트, E마운트)용으로서 세계 최초 AF 지원이 되는 f/1.2 렌즈로 말입니다.
(일본 공식 가격 190,000엔 세금 별도, 한국 공식 가격 195만원 세금 포함)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SIGMA 최초의 풀 프레임 미러리스 전용 렌즈이기에 이름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으므로 통성명이 필요할 것 같으니 간략한 설명을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렌즈의 정식 명칭은 35mm F1.2 DG DN | Art 입니다. DG 그리고 DN에 관해서 짧게 이야기 하자면, DG는 가로 36mm x 세로 24mm의 센서, 즉 135 판형에 대응하는 풀 프레임 이미지 서클을 가지고 있는 렌즈 입니다.
DN은 미러리스 카메라의 특징인 짧은 플랜지 백을 살린 전용 설계로 만들어진 렌즈 입니다. 다시 말해 DG DN은 풀 프레임 대응 미러리스 전용 렌즈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DG DN 렌즈들의 발매가 점차 많아지겠지요.
그럼 슬슬 SIGMA 35mm f/1.2 DG DN Art 렌즈의 외관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봅시다.
기본 디자인은 시그마 렌즈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리개 조정 링 입니다. SONY E 마운트용 고급 ZEISS 렌즈나 G Master 단 렌즈에 채용된 것과 비슷한 느낌이 적절히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마감 품질 또한 정중한 느낌으로 렌즈의 기능으로서는 물론, 디자인 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작감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정도입니다. 더불어 조리개 조절링 파츠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렌즈 마운트 베럴의 연결 부위가 매우 고급스럽게 정돈 되어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비단 SIGMA 렌즈만이 아닌 타메이커에도 해당 되는 것입니다. 아니면, 이건 저만 불편해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미러리스용 렌즈에 조리개 조절링이 있는 경우, 카메라에 조리개 조절을 위임하는 소위 " A " 설정시 Lock을 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리개 링이 움직인걸 모른체 촬영하다가, 당황했던 적이 몇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렌즈 마운트 배럴은 높은 경도와 내부식성에 강한 황동을 정밀 CNC 선반 가공 후, 표면 처리한 것으로 마운트에 걸리는 중량 및 외부 충격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마운트 배럴의 하단엔 렌즈의 최초 발매연도를 새겨 넣은 숫자 019 가 정중하게 음각 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기존의 SLR용 SIGMA 렌즈를 SONY E 마운트용으로 만든 렌즈의 마운트 배럴 광택이 시각적으로 보기에 부담스러웠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만, DG DN 계열의 미러리스 전용 렌즈들은 이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마무리 된 느낌입니다.
반사 정도를 보기 위해 표면을 아웃포커스 시켜서 보면 이전에 비해 차분한 광택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황동에 크롬 코팅된 마운트 부위의 외각엔 실링 처리가 되어 있으므로 방진, 방적에 대응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실제로 마운트 부위만이 아닌 일련의 작동 부위에 실링 처리가 되어 있으므로 모처럼 마련한 렌즈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촬영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경험상 어지간히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렌즈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었으므로 시그마의 방진, 방적 성능을 신뢰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수는 아니므로 물에 푹 담그거나 하는 분은 없으시겠죠?
스냅 타이트 방식으로 되어 있던 후드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기존과 같은 스냅 타이트 방식으로 간편하게 장착 할 수 있으며 스위치를 누르면서 돌려 빼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실수로 후드가 분리되는 일이 없습니다. 또한 관련 기구가 매우 튼튼하게 되어 있어서 신뢰도 높은 작동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후드 내부에는 슬라이드 금형을 아낌없이 투입, 후드 내부 반사를 방지하는 계단식 몰드가 성형 되어 있습니다. 그냥 민짜로 후드 내부가 처리 된 것 보다는 반사가 많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으며 간혹 타사의 후드 중 내부에 벨벳 처리가 된 것에 비해, 오염에 대한 관리가 편리합니다.
후드까지 장착된 모습은 위와 같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시그마 렌즈에서 보였던 초점 거리계 창의 생략입니다. 미러리스에서는 초점 거리 정보를 전자식으로 전송, 제어합니다. 이렇게 받은 초점거리 데이터는 카메라를 통해 파인더 혹은 후면 LCD 창으로 직접 확인 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렌즈의 좌측을 살펴보면, 하단에 있는 영상 촬영 시 유용한 무단 조리개 조절 CLICK 스위치를 시작으로, 카메라 설정에 따라 다채로운 설정 (눈동자 추적 AF라던가)을 할 수 있는 AFL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SIGMA 렌즈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인 볼륨감 있는 AF/MF 조작 스위치가 있으며 멀리서 봐도 현재 렌즈가 어떤 모드로 설정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AF시 흰색이 보이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흰색 페인팅 마감은 렌즈의 세팅 상황에 대한 시인성도 좋지만, 디자인적인 요소로도 훌륭한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AF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쯤에서 관련 이야기를 하기에 적합할 듯 합니다.
SIGMA 35mm f/1.2 Art 렌즈에 채용된 AF 모터는 최근 미러리스 렌즈에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직선 운동의 리니어 타입 모터 (구현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여기서는 피에조 소자의 수축, 팽창을 이용한 DDSSM 계열 처럼 다이렉트 구동으로 모터의 출력 벡터가 직선인 모터 계열을 말합니다)가 아닌 전통적인 링 타입의 초음파 모터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랜 세월 사랑받은 링 타입의 초음파 모터를 사용하는 데엔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링 타입 초음파 모터는 포커스 그룹이 무거워 강한 토크로 움직일 필요가 있을 때 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뛰어난 화질로 정평 나 있는 ZEISS Planar 50mm f/1.4 ZA 같은 미러리스 전용 렌즈의 경우에도 링 타입 초음파 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AF 속도 자체는 최신의 리니어 모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살짝 느린 느낌이지만, 메뉴얼 포커스 모드에서도 고급 수동렌즈 처럼 손가락과 눈으로 직접 전달되는 포커싱 감각은 링 타입 초음파 모터임에도 만족스러운 메뉴얼 포커싱 정밀도를 제공합니다.
SIGMA 35mm f/1.2 Art 렌즈는 풀 프레임 미러리스 시스템 전용으로서 세계 최초 AF가 가능한 f/1.2 렌즈 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거운 포커스 그룹 렌즈를 움직이기 위해 대형 초음파 모터를 채용하는 것은 지당해 보입니다. 또한 최근의 미러리스 렌즈의 트렌드에 맞춰, 메뉴얼 포커싱에서 포커스 링의 이동 거리 감지 센서가 읽은 값을 카메라에 전달, 카메라가 AF 모터에 구동명령을 보내면 마치 포커스 링에 걸린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포커스가 움직이는 듯한 메뉴얼 포커스를 실현합니다.
때문에 전원이 꺼져 있으면 기존에 클러치가 걸리며 기계적으로 포커싱이 되는 것과 달리 SIGMA 35mm f/1.2 Art는 fly-by-wire 방식이기 때문에 포커스 링을 돌려도 렌즈의 포커스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fly-by-wire 방식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항공기 비행 조종 시스템에 쓰이는 용어로서, 기계적 제어가 아닌 전기 신호에 의한 제어를 뜻하는 단어 입니다. 렌즈의 경우 하늘을 나는게 아니라 포커싱을 하는 것이기에 focus-by-wire가 되겠지요.
SIGMA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일본어 홈페이지에서는 'バイワイヤ動フォーカスリングが、撮影者の微細な操作にも えます。' (바이 와이어 구동 포커스 링이 촬영자의 미세한 조작에도 대응합니다) 라고 소개되어 있고 영문 홈페이지에서는 focus-by-wire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방식엔 몇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존의 기계식 메뉴얼 포커스 관련 기구 일부를 생략 할 수 있기 때문에 크기와 무게 그리고 제조단가에 유리합니다. 또한 제어 관련 알고리즘, 모터의 제어 정밀도와 해상도 그리고 메뉴얼 포커스 링 작동 관련 기구의 빌드 퀄리티에 따라선 기존에 봤던 고급 수동 포커싱 전용 렌즈 고유의 고급스러운 포커싱 감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AF렌즈에서 클러치 구동 기계식 메뉴얼 포커스 방식으로는 무척 어려웠던 일이였습니다.
저의 경우 Sony a7시리즈 카메라에서 즐겨 사용하는 기능 중의 하나는 바로 DMF 포커스 모드 입니다. 먼저 AF를 잡은 후에 셔터 타이밍에 여유가 있어서 내가 맞춘 포커싱이 정확히 들거갔는지 확인을 하거나 AF가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들어가지 않는 경우, 확대 초점 모드로 전환하여 메뉴얼 포커싱으로 세밀하게 초점을 맞추는 기능을 무척 애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인더로 볼 때 확대 모드시 보이는 정보량은 실제 모니터에 뿌려지는 1 : 1 픽셀 매칭(100% 확대)과 같은 정보량이 보여지므로 파인더에서 본 것 그대로 정확히 포커싱된 장면의 디테일이 모니터에도 그대로 표현되기 때문에 무척 애정하는 기능입니다.
포트레이트 촬영에 있어서도 상황에 여유가 있는 경우 특히 눈의 속눈썹을 피해서 눈동자 자체를 매우 정확하게 촬영해야 할 때도 그렇지만 정물이나 풍경 혹은 피사계 심도가 작을 경우 항상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껏 focus-by-wire 방식의 렌즈를 지금까지 6종류를 사용해본 저의 경험에 따른 기준으로 볼 때, 포커스 링의 미세한 조작에도 대응한다는 SIGMA의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의 동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 봅시다.
렌즈의 최단 초점 가능 거리인 0.3m에서 포커싱 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엔 x6.2에서 두번을 시도, 보다 확실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x12.4배로 두번을 시도 하였습니다. 메뉴얼 포커스로 이동시, 마치 렉이 걸려 계단을 걷는듯 포커스가 움직입니다.
원래라면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포커스 이동이 되어야겠지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 정도로 심도가 얇은 상태에서 메뉴얼 포커싱으로 일부러 저런 포커스 점프 현상을 만들기가 더 어렵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포커스 링을 원거리로 움직일 땐 이러한 경향이 덜합니다. 미세하게나마 파인더 상에서 인지가 되기 때문에 기분상 아쉬울 수 있을진 몰라도, 제 기준으로는 실제 촬영에서 불편이 없으므로 무시하고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영상에서도 보시다시피 포커스를 근거리 방향으로 움직이면 육안으로 인지 할 수 있을 만큼 포커스가 점프해 버립니다.
포커스를 원거리로 움직일 때 포커스링의 조작 이동 거리를 10이라고 했을 경우, 근거리로 돌아올 땐 약 포커스링을 5 정도만 반대로 돌려도 원래의 위치로 돌아옵니다. 다시 말해 원거리 포커스 링을 움직일 땐 포커스 점핑이 거의 없이 천천히 움직이고 근거리로 포커스 링을 움직이면, 포커스 점핑 현상으로 빠르게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같은 포커스 링의 이동 거리를 입력해도 근거리 포커싱 때엔 포커스 점핑으로 인하여 입력값 보다 약 2배의 이동 거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양방향 다 이러는 것도 아니고, 원거리 포커싱에서는 필드 사용 기준으로 문제없이 사용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을 볼 때, 세부 형식은 다를지 모르지만 ZEISS Planar 50mm f/1.4 ZA 또한 링 타입 초음파 모터를 사용했음에도 이런 문제가 없었기에, AF 관련 펌웨어 알고리즘의 문제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것은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 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너무 깐깐하게 구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렌즈가 제공하는 포커스 가능 최단거리에서 최대 개방으로 하면 심도가 작아지게 되므로 파인더를 확대하여 세밀하게 메뉴얼 포커싱을 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크게 다가오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MF 포커스 관련 문제도 언급 했으니 슬슬 본격적으로 화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12군 17매 구성으로 비구면 렌즈 3매, SLD 렌즈 3매로 Distagon 구조 하고 있습니다. SIGMA 35mm f/1.2 Art 렌즈의 무게는 1,090그램, 필터 스레드는 82파이에 렌즈 전체 길이는 136.2mm 입니다. 무게 및 크기의 경우 초대구경인 f/1.2라는 스팩을 감안한다면 예상했던 것 보다 무겁지 않고, 기대했던 것 보다는 크기가 살짝 작은 느낌입니다. 이유 관해선 아래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봅시다.
먼저 위의 크기 비교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일 좌측부터 SIGMA 35mm f/1.4 Art, Canon 35mm f/1.4L II USM 그리고 제일 우측은 SIGMA 35mm f/1.2 Art 입니다. 길이의 경우 Canon 35mm f/1.4L II를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하기 위해 메타본즈 아답터를 장착한 상태에서 비교해보면 SIGMA 35mm f/1.2 Art보다 Canon이 더 깁니다. 또한 렌즈의 굵기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기 어렵습니다.
무게 또한 Canon 35mm f/1.4L II의 760g에 아답터 무게인 150g을 합치면 910g이 되니 무게는 180g 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f/1.2라는 조리개에 비해 예상보다 크기와 무게를 상당히 억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듯 광학에서 만큼은 공짜가 없습니다. 동일 조건에서 크기나 무게가 작거나 가벼운 것은 분명 어떤 요소에서든 간에 트레이드 오프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렌즈 설계자는 트레이드 오프에 있는 함수 관계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크기, 무게, 양산과정 그리고 최종적으로 판매가격의 설정까지 고려하여 렌즈를 설계하게 됩니다.
기존의 타사에서 발매된 f/1.2 같은 초대구경 렌즈의 경우, 정말 특별한 예외 사항을 제외하곤 최대 개방의 콘트라스트나 해상도 성능은 그리 좋지 못한게 대부분 이였습니다. 그 이유와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구경이 될 수록 더욱 높은 렌즈 연삭 정밀도가 필요하고 더욱 복잡한 렌즈 설계가 필요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안 그래도 제작 단가가 높은 f/1.2 같은 초대구경 렌즈를 최대 개방에서 높은 해상도와 콘트라스트 성능을 가지게 만든다면 안 그래도 비싼 가격대의 렌즈가 더욱 비싸지므로 과연 이걸 정말 팔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품성이 사라지게 되겠지요. 때문에 f/1.2라는 상징적 의미로 초대구경 렌즈를 만들기는 하되, 성능을 타협하여 최대 개방에서의 표현은 일반적으로 부드러운 묘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특정 회사의 렌즈는 조리개를 조여도 화질 개선이 거의 되지 않는 f/1.2 렌즈도 있었습니다.
밸런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좀 뜬금 없지만 이쯤에서 MTF 차트를 잠시 살려보고 가야겠습니다. 기하 MTF와 회절 MTF가 있습니다만, 실제 체감에 가까운 편인 회절 (Diffraction) MTF만 보면 되겠습니다.
SIGMA 35mm f/1.2 Art의 경우 광학업계의 일반적 방법과는 반대로 화질을 최우선으로 한, 어떻게 보면 다소 무모한 정공법을 선택합니다. Art 라인업인 이상 f/1.2 최대 개방에서 부터 일찍이 업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압도적 콘트라스트 성능과 해상도를 표현하자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리뷰 서두에 언급했던 SIGMA 35mm f/1.4 Art와의 MTF와 비교시 f/1.4 보다도 콘트라스트, 해상력 성능을 올리기 더욱더 힘든 f/1.2에서 f/1.4와 비슷한 수준의 MTF만 나와도 대단합니다. 그런데, f/1.2 Art 렌즈의 최대 개방 해상도가 f/1.4 Art 보다 더 뛰어난 기염을 토합니다. 이는 정말 놀라운 것입니다.
역시 SIGMA, 믿고 쓰는 Art 렌즈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SIGMA 공식 홈페이지에는 비네팅 특성과 평면 왜곡 그래프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MTF 그래프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발매될 SIGMA의 미러리스 전용 설계 렌즈는 비네팅과 평면 왜곡 그래프는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네팅 그리고 평면 왜곡 성능을 올리려면 더 많은 렌즈, 더 큰 렌즈, 더 높은 정밀도의 렌즈가 필요합니다. 렌즈의 파워 배분이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위의 두 가지 요소를 잡을 때 필요한 파워는 해상력과 콘트라스트 성능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물량이 필요하게 됩니다. 결국 더욱 커진 크기, 더 무거워진 중량 그에 따른 높아진 가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메이커 입장에서도 사용자 입장에서도 좀 난감해지는 지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네팅 특성과 평면 왜곡을 그대로 둘 순 없습니다. 여기서 바로 디지털 사진의 장점을 살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비네팅과 평면 왜곡률은 카메라 내장 보정 혹은 현상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보정 가능합니다. 또한 이런 보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화질이 떨어지는 극단적인 경우는 필드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디지털로 쉽게 보정이 가능하며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비네팅 특성 및 평면 왜곡을 정리하여 렌즈 파워 배분의 여유를 만들어서, 현상 프로그램 등으로 보정이 힘든 부분에 파워 배분을 더 줄수 있게 됩니다. 렌즈 펌웨어에 비네팅, 평면 왜곡 보정 데이터를 삽입하여 별도의 복잡한 조작 없이 카메라에서 자동 보정되게 한다던가, 현상 프로그램에서 렌즈 데이터를 읽어서 자신의 원하는 만큼만 세밀하게 보정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과적으로 높은 해상력, 높은 콘트라스트 성능을 달성함과 동시에 이렇게 높아진 성능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 작은 무게 그리고 생산 단가를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메이커도 유저에게도 좋은 방법 입니다.
이것이 바로 SIGMA 35mm f/1.2 Art가 초대구경 렌즈라는 기준을 가지고 볼 때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우면서도 높은 성능의 렌즈가 된 비밀 중 하나 입니다.
그럼 이쯤에서 MTF 비교 자료를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MTF 측정에 있어서 높은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Roger Cicala씨가 측정한 MTF를 살펴봅시다.
먼저 f/1.2하면 쉽게 떠오르는 Canon 50mm f/1.2L 40개체의 MTF측정 평균치와 SIGMA 35mm f/1.2 Art 10개체의 MTF 측정 평균치 비교입니다.
SIGMA 35mm f/1.2 Art 콘트라스트 성능은 역대 최대급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해상력을 평가 할 수 있는 30라인의 비교를 봐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전통적인 f/1.2 기준으로 본다면 Canon이 좋지 않은게 아니라 일반적인 것입니다. SIGMA가 지나치게 좋다고 봐야 겠지요.
그럼 좀 비겁하지만 1,700만원 짜리 Leica Noctilux-M 75mm f/1.25 ASPH의 6개체 MTF 측정 평균치와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요?
압니다. 저도 압니다. 렌즈 성능 그리고 묘사라는 것은 MTF만으로 알 수 없으며 축상 색수차라던가 도무지 수치로 표현하기 힘든 보케 같은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MTF라는 것은 측정 방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 끼리의 MTF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말도 일견 맞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Roger Cicala씨는 일관된 측정 방법으로 방대한 개체를 측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은 의미 없을듯 합니다. 한편으론 MTF만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Leica Noctilux-M 75mm f/1.25 ASPH과 비교에도 SIGMA 35mm f/1.2 Art의 콘트라스트와 해상력 성능은 더 높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일 궁금한 그래프를 한장 봐야겠지요? 바로 SIGMA 35mm f/1.4 Art와의 비교 입니다.
과연 명불허전. SIGMA 35mm f/1.4 Art의 성능이 대단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SIGMA 35mm f/1.2 Art는 앞서 말씀 드렸지만 화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상당히 높은 난이도인 f/1.2 임에도 불구하고 f/1.4를 뛰어넘은 화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화질과 트레이드 오프한 비네팅은 어떤지 살펴보기 좋을 듯 합니다. 먼저 최단 초검 가능 거리 근처의 비네팅을 살펴보겠습니다. 측정 거리는 35cm 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조리개를 조여도 비네팅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렌즈의 설계 컨셉대로 입니다. 그렇다면 초점을 무한대에 놓았을때 보이는 비네팅도 살펴봅시다.
같은 조리개 및 셔터 스피드 값으로 촬영하였지만, 무한대로 포커스를 놓았을 때 비네팅은 더 강하지만 Tstop (투과율)이 더 높게 나옵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렌즈가 받아들이는 빛을 파인더에서 직접 확인 할 수 있는 미러리스 시스템이니 눈에 보이는 대로 노출 조정해서 촬영하면 되겠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 나누었듯 비네팅 보정 프로파일 데이터가 렌즈에 내장 되어 있기에 카메라 내부 보정 기능 혹은 현상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조정하면 되겠습니다. 그냥 조정하면 된다고 하면 좀 싱거우니 실제 주변부 보정을 해봅시다.
위의 샘플은 포커스를 무한대에 두고 채취한 데이터 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숫자는 RGB 값 그리고 회색 숫자는 밝기 값 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자면 비네팅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곤 하지만 이정도로 비네팅이 떨어지면 간혹 보정을 해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Capture One의 비네팅 보정 탭을 선택하고, SIGMA 에서 렌즈 펌웨어에 심어두어 촬영시 데이터에 자동 삽입되어 제공하는 Manufactuer Profile을 선택후 보정값을 정확하게 딱 100을 줘봅시다.
시각적으로 비네팅이 거의 사라진 밸런스 좋은 비네팅 보정이 되었습니다. 아주 부드럽게 주변부의 비네팅을 살짝 남김으로서 자연스러움과 플랫한 비네팅의 경계에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때론 광학적으로 매우 타이트하게 비네팅 보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림이나 작품의 복사 촬영이라면, 주변부 비네팅은 단지 쓸때 없는 얼룩일 뿐입니다. 그럼 역시 Capture One에서 Manufactuer Profile의 보정값 최대치인 120을 줘봅시다.
밝기 값은 오직 1정도의 오차만 가지고 있을 뿐이며 컬러값 또한 위와 마찬가지로 오차가 거의 없습니다. 이 정도로 요즘 디지털 기술이 정확해졌고 렌즈 제조사가 제공하는 비네팅 보정 프로파일의 품질도 높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렌즈의 크기, 무게, 제조 단가 상승 압박에서 부터 벗어나고 보다 높은 화질에 투자 할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저는 비네팅 보정의 경우 필요에 따라 수동으로 살짝만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에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그럼 비네팅은 이쯤으로 보고 다음엔 평면 왜곡율을 살펴보기 좋은 타이밍 같습니다. 바로 이어서 보도록 하죠.
왜곡 보정이 제법 들어가는 느낌입니다만, 막상 보정이 되어도 화각 짤림이 상당히 작습니다. 물론 왜곡 보정이 들어가도 화질의 영향이 거의 없을 정도로 딱 영리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왜곡의 형태도 핀쿠션, 베럴형이 합쳐진 복합형이 아닌 단순 베럴형으로 정리되어 있기에 왜곡 보정 또한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그럼 비네팅과 평면 왜곡 특성도 살펴봤으니, 이 두가지를 트레이드 오프 하여 만들어내는 화질을 본격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축상 색수차 억제 능력, 해상력 그리고 포커스 쉬프트 발생 유무를 동시에 살펴보도록 합시다.
위와 같은 포커스 체크용 타겟을 이용하였습니다. 또한 저는 항상 렌즈에 있어서 화질 저하가 제일 크게 발생하는 가혹한 테스트 구간인 최단 초점거리에 맞춰 촬영 였습니다. 그럼 조속히 1 : 1 픽셀 매칭 (100% 확대) 결과를 보도록 합시다.
f/1.2라는 초대구경을 감안할때 타사의 f/1.2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해상력을 보입니다. f/1.4가 되면 해상력이 올라가게 되는데, 앞서 말했듯 같은 f/1.4 조리개라고 하더라도 SIGMA 35mm f/1.4 Art 보다도 높은 해상력입니다. f/2만 되어도 이미 최대 해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그리고 실제 필드에선 f/1.8만 되어도 해상력과 콘트라스트 성능이 껑충 살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회절에 의한 화질 저하는 f8부터 살짝 감지되기 시작하기에, 최대 해상력 구간은 f/1.8부터 f/8까지로 기억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초점은 수동 고정으로 두고 조리개만 조여갈 때 포커스가 밀려버리는 포커스 쉬프팅 현상이 완전무결하게 없는 건 아니지만, 초점이 맞아야 하는 범위 안으로 여유롭게 들어오고 있으므로 문제 없습니다.
축상색수차 억제의 경우도 f/1.2의 초대구경인 것을 감안하면 납득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억제되어 있습니다. 또한 타사의 렌즈와 비교해도 역시 축상색수차의 억제력은 합격점 안에 들어갑니다. 또한 조리개 f/2 정도로만 들어가도 축상색수차 억제력은 상당히 커집니다. 다만 저의 욕심이 좀 과한 걸까요, 모처럼 초대구경의 높은 해상도 렌즈이다 보니 FLD 렌즈를 넣어서 축상색수차가 조금 더 억제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해서.. 타사의 35mm f/1.4 렌즈와 약간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비교 대상은 바로 ZEISS Distagon FE 35mm f/1.4 ZA 입니다. 그럼 조속히 살펴봅시다.
위의 사진은 ZEISS Distagon FE 35mm f/1.4 ZA 렌즈의 최대 개방인 f/1.4로 촬영하였고 오렌지 색 사각형을 1:1 픽셀 매칭 (100% 확대) 한것을 바로 아래에 붙였습니다.
그럼 별도의 설명 없이 바로 SIGMA 35mm f/1.2 Art의 최대개방인 f/1.2를 아래 사진에서 살펴 봅시다.
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압니다. 대상의 모양이 좀 다르지요? ZEISS 35mm f/1.4의 경우 예전에 촬영한 것이고 리퀴드 메탈로 만들어진 클립도 좀 다릅니다. 그래서 엄정한 비교는 아니지만 적어도 축상 색수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를 참고하기엔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실제 필드에서의 심도, 보케, 화질등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위의 사진은 ISO 100, 1/8000초, f/1.2로 촬영된 샘플 입니다. 이 렌즈를 쓰면서 평소에 거의 볼 일이 없던 1/8000초를 제법 사용하게 됩니다. 일단 주철의 거친 질감과 녹에 의해 만들어진 날카로운 선들의 묘사를 위한 콘트라스트 성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것만 보면 좀 아쉬우니, 해상도가 확실히 올라오기 시작하는 f/1.8을 살펴 봅시다.
눈물샘 위쪽 속눈썹의 디테일 부터 눈동자와 아래 속눈썹 주위의 펄 까지 유감 없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밖에 왼쪽 벽 그리고 뒤쪽 바닥에 걸쳐진 보케도 함께 볼만 합니다.
그럼 f/2 에서 중심부와 극주변부도 함께 살펴봅시다.
중앙부 해상력은 딱히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하게 좋습니다. 더불어 극주변부의 해상력은 35mm 렌즈 중에서 거의 최상급입니다. 그럼 전체적으로 f/1.2 부터 f/8까지 쭈르륵 훑어봅시다.
여러 번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만, 해상력과 콘트라스트 성능은 정말 놀랍습니다. f/1.2 렌즈를 이렇게까지 정련해서 내놓는 것은 좀 비정상적인 느낌마저도 듭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화질을 뽑아내는 데엔 한가지 요소가 더 있습니다.
바로 아스페리컬 입니다. SIGMA의 아스페리컬 렌즈는 글래스 몰드 타입 아스페리컬 렌즈 클래스 중에서 컨슈머 대상 제조사 중 가장 큰 80mm 크기의 초대형 사이즈 아스페리컬 렌즈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제조사 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다양한 대구경 광각 줌 렌즈와 단 렌즈를 생산하고 있으며 14mm f/1.8 같은 극단적인 렌즈는 천체사진 애호가에게도 절찬 중인 렌즈 입니다.
다만 뭐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스페리컬 렌즈를 사용하다 보면 경우에 따라선 보케가 다소 경직되거나 2선 보케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보케라는 것은 조리개 개방치, 촬영대상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괜찮은데 어떤 경우엔 눈에 띄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보케 경직 혹은 2선 보케에 대해선 말로 해서만은 감이 잘 안 오실 듯 하니 먼저 보케를 이야기하기 앞서 보케라는 것은 무엇인지 간략히 이야기하고 진행하도록 합시다.
보케라는 것은 빛이 들어오는 상황, 심도 표현이 전환되는 경계면, 렌즈의 입사동과 출사동에 따른 빛망물의 모양, 렌즈 초점 거리에 따른 아웃포커스의 크기, 심지어 렌즈 수차에 의한 회오리 현상 등 다양한 면이 있습니다만 이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케는 초점이 맞지 않은 나머지 모든 부분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입니다. 이렇다 보니 보케라는 단어를 쓰더라도 워낙 범위가 넓은 단어이기에, 보케라는 단어를 말하고 들을 때 서로 다른 이미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렇게 초점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표현들의 모습이 다양하고 그에 따른 취향이 다른데, 저의 경우 거슬리지만 않으면 보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한가지 중요하게 여기는 보케가 있는데 바로 초점이 맞은 곳에서 아웃포커스가 시작되는 경계면의 전환되는 느낌을 비교적 관심 있게 보는 편입니다. 이를 중점으로 하여 바로 사진을 보면서 이어가 봅시다.
아래의 사진은 f/1.2 최대 개방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역시 오렌지색의 사각형은 1 : 1 픽셀 매칭 (100% 확대)한 것을 바로 아래에 붙여둔 것입니다.
먼저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검지 손가락 끝과 배경의 경계에 있는 보케를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꼭 이 부분이 아니더라도 전체 사진에서 검지의 위쪽 라인이 손등을 따라 간곳의 2선 보케. 그리고 약지의 검은색 손톱 위쪽 근방에 White Halo를 보면 2선 보케의 영향이 보이긴 합니다. 바로 다음 사진을 보도록 하죠.
초점을 물방울에 맞추고 촬영했을 때의 이미지 입니다. 검지 손가락 끝에 Dark Halo 보케가 발생 했습니다. 포커싱 이동의 크기는 위의 전체 사진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극히 미미한 이동만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앞의 사진을 촬영한 위치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한번 더 촬영하였습니다. 이러면 아웃 포커싱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보케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역시 Dark Halo가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혹시 셔터 스피드가 모자라서 블러 발생한 것 아니냐? 라는 말씀을 하실지도 몰라서, White Halo도 같이 볼 겸 위의 사진을 한 장 더 첨부했습니다. 셔터 스피드는 1/400 입니다. 사실 위의 White Halo 정도라면 큰 문제 없습니다. 게다가 Halo라는 것도 피사체에 강한 빛이 쏘이면서 쪼개진 빛이 렌즈로 들어갈 때 빛의 회절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니 위에서 발생한 정도의 White Halo 정도로 문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White Halo라고 하더라도 그 크기가 크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분들이 있을듯 합니다.
2선 보케도 렌즈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일반적 보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딱히 이 렌즈만의 문제로 삼긴 어렵습니다. 다만, 마치 고스트 이미지 처럼 보이는 보케가 저에겐 좀 신경이 쓰입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광학적 함수 관계로 인해 단순히 보여진 현상만으로 무엇이 원인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제 예상엔 f/1.2라는 초대구경 렌즈임에도 화질을 극단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아스페리컬 렌즈의 파워 배분이 이런 보케 상황과 맞았을 때 발생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언제 어느 때라도 한결같이 부드러운 보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께서는 의외로 SIGMA 45mm f/2.8 DG DN 렌즈가 취향 저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SIGMA 35mm f/1.2 Art와는 특성이 서로 극단에 있는 렌즈입니다.
그럼 이쯤에서 조리개별 근거리 보케의 이미지를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눈썰미 좋으신 분은 뭔가 재미있는 부분을 찾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5mm 렌즈의 근거리 아웃 포커싱 느낌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극단적인 분리와 집중부터 시작해서 배경과의 적절한 조화까지 여러모로 다재다능한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보케 관련 이야기를 염두해서 본다 하더라도, 위의 샘플에서 보이는 배경 보케는 아름답습니다.
여기서 인형의 머리 위, 좌·우측에 튀어나온 뾰족한 뿔을 집중해서 보시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f/1.2부터 f/2까지는 커다란 보케를 유지하다가 f/2.8부터 보케가 훅 꺼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귀가 갑자기 축 늘어지는 느낌도 들지요. 그만큼 f/1.2가 가지는 착란원의 크기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과 아스페리컬 렌즈의 배분 관련이 고스트 이미지 처럼 Halo 현상과 어떠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보케에 관해 마무리해보자면 긴 기간 동안, 다양한 상황, 거리, 조리개 등으로 작업해봐야 겠지만 고스트 이미지 처럼 보이는 Halo 현상이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떨 때는 이렇게 침착한 느낌으로 마무리가 될 때가 있구나 싶을 때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은 1/8000초에 최대개방인 f/1.2로 촬영한 것입니다.
정중한 느낌의 컬러 렌더링 성능도 좋지만, 보케에 있어서 위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별다른 이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관련 부분에 있어서 리뷰와는 별도로 조금 더 다양한 촬영을 해보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관련 부분에 새로운 정보나 데이터가 정리되면 리뷰에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케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조리개 날개 매수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최근 최고급 렌즈의 트렌드 중 하나는 9매에서 증가한 11매 구성의 원형 조리개 입니다. 보통 11매 정도까지 되면 조리개를 2스톱 정도 조여도 어지간해선 원형이 유지됩니다. 따라서 f/2.8에서도 거의 완벽한 원형을 유지합니다.
또한 조리개에 따른 빛 갈라짐에 마음이 쓰이는 분을 위해 사진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제 기준으로는 f/8에서 부터 빛 갈라짐이 깔끔해 보입니다. 마침 f/8이 회절 영향에 따른 화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마지막 구간이기에 빛 갈라짐과 해상력을 양립하기 좋은 구간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웹브라우저가 컬러프로파일을 올바르게 렌더링을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http://color.org/version4html.xalter 에 접속하여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SIGMA 35mm f/1.2 DG DN Art 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일찍이 레인지 파인더에서 SLR로. 그리고 이젠 미러리스로 시대가 움직였다는 것엔 이견이 있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 와중에 SIGMA가 내놓은 미러리스 시스템 전용 렌즈의 신규 개발 및 발매는 의미가 큽니다. 이젠 정말로 미러리스가 메인스트림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납니다.
최근 SIGMA는 Leica, Panasonic, SIGMA 3사가 협력하여 L 마운트 연합의 일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미러리스 시스템 대응 렌즈를 발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러리스 시스템의 대표가 된 SONY의 E 마운트에도 대응한 렌즈를 발매합니다.
이러한 변화와 시대 요청에 따른 SIGMA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 해상도나 콘트라스트 보다는 아름다운 보케를 중점으로 부드러운 표현을 메인으로 하여 작고 가벼운 45mm f/2.8 Contemporary.
| 미러리스 시스템의 짧은 플레인지 백을 십분 활용하여 기존 대비 더 작고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 놀라운 화질을 달성한 14-24mm f/2.8 DG DN Art 그리고 24-70mm f/2.8 DG DN Art
| SIGMA의 새로운 역사를 만든 기념비적인 35mm f/1.4 Art 렌즈를, 초대구경 f/1.2 로 만들면서도 지금껏 없었던 놀라운 화질의 렌즈로 완성된 SIGMA 35mm f/1.2 DG DN Art.
각기 강렬한 개성의 렌즈를 통해 미러리스 시대의 SIGMA는 앞으로 어떠한 제안을 해갈 것인지에 대한 개략적인 예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용도에 따라 혹은 취미, 취향에 따라, 무게에 따라 다양한 렌즈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광학 업계의 미래는 더욱 재미있어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SIGMA를 대표하는 35mm 렌즈. 그리고 단순히 미러리스 시스템 대응만이 아닌 SIGMA이기에 할 수 있는 렌즈를 만들어냈습니다. f/1.2라는 초대구경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분해능을 가진 이 렌즈는, f/1.2 렌즈 클래스 기준 대비 작고 가벼운 렌즈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부분에서 밸런스를 조정하여 크기, 무게, 가격을 억제함과 동시에 화질에 타협하지 않는 설계 컨셉 방향을 옅봄으로서 초대구경 렌즈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꼭 경험해봐야 할 렌즈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잘빠지고 날렵한 거함거포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징성 있는 렌즈가 미러리스 시스템에 발매 된 것이 저는 기쁩니다.
저는 벌써 미러리스 시스템 전용 설계의 다음 단렌즈는 뭐가 될까라는 궁금증과 기대가 커졌습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최초의 f/1.2 AF렌즈를 출시한 SIGMA 이기에, 혹시 50mm f/1.2 Art가 나와버리는건 아닐까요? 만약 진짜 나온다면 SIGMA 35mm f/1.2 DG DN Art 처럼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가격을 잘 억제하여 나올 수 있을까요? 해상력과 보케 그리고 축상 색수차 억제 능력은 어떻게 나올까요?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이러한 상상은 단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SIGMA 35mm f/1.2 DG DN Art를 통해 SIGMA가 제안하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렌즈 그리고 이를 통해 넓어져갈 사진의 표현 대한 생각을 하면 무척 즐거워 집니다.
- sharp giant 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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