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MA라는 뜻은 그리스어 알파벳의 열여덟째 글자 ' ∑ ' 로 영어로는 ' S ' 에 해당합니다. 그와 동시에 '총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으로 부터 52년전 27세의 야마키 미치히로씨가 '카메라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들겠다'라는 꿈을 현실로 이루고자 만든 회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시그마 창립 당시의 모토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지만, 들리는 이야기 또한 야마키 미치히로 회장의 성격은 무대뽀 (표준어 : 무모한, 저돌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카메라와 관련된 '모든것' 그래서 시그마였나 봅니다.
아무튼 시간이 흐르며 광학 그리고 이미징 시장의 쟁쟁한 강적들 사이에서 50년의 세월 동안 현실적인 포지션을 획득하게 되었고 그 포지션의 '범위 안에서' 나름 잘 하고 있던것 같습니다. 비록 최고는 아니지만 현실과 타협하여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내는 포지션을 획득 하게 된 것이지요.
시그마의 제품 이미지는 시그마의 제품이 정말 훌륭하고 신뢰 할 수 있기 때문에 구입하고 사용하는 경우 보다는 외견적 대표 수치 스펙이 같다면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성능이 나쁘냐? 라고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은 것 또한 사실 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최고' 라는 수식어를 쓰긴 어려운 회사로 점점 굳어졌습니다. 광학계통 제조사에게 있어서 플래그십(FlagShip) 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책임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가격 까지, 무거운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냉정히 말하자면 시그마는 업계 전체를 놓고 볼때 지금껏 그런 제품을 만들어 낸 적이 없었습니다.
35mm 초점거리의 f1.4 개방치를 가진 대구경 렌즈를 제조 하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메이커 중, 단 하나의 35mm 초점거리 렌즈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시그마 35mm f1.4 렌즈를 택할 것 입니다. 메이커 불문하고 35mm 화각 렌즈 안에서 SIGMA 35mm f1.4 렌즈는 제가 지금까지 원했고 기다려 왔던 요구 수준을 만족한 최초의 제대로 된 플래그십 35mm f1.4 단렌즈 이기 때문입니다. (정식발매가 99,800엔 세금 포함)
지금껏 저는 저의 작업을 위해서 시그마 렌즈를 쓰지 않았습니다. 삶이 넉넉해서가 아닙니다. 비록 그리 유명하지 않은 홍대 원맨 인디 밴드 같은 파인 아트 사진가 이지만, 제가 만들어 가는 작업의 의도, 표현 그리고 느낌과 생각을 최선의 방법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려 하기 때문 입니다. 가격대 성능비 라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빛나는 훌륭한 가치 이지만 그 빛 속의 그림자에는 타협이라는 의미도 함께 있습니다.
지금껏 시그마 브렌드는 무대뽀의 야마키 미치히로 회장에 의해 아이러니 하게도 타협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것과 동시에 한편으론 좋은 의미로 도전욕이 강한, 여러가지 의미로 흥미로운 회사였습니다. 따라서 시그마는 저에게 있어선 고려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었던 회사였습니다. 다소 가격차가 있더라도 성능과 신뢰감을 합일 할 수 있는 타사 제품을 선호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시그마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 되기 시작합니다. 야마키 미치히로 회장이 간암에 의해 실질적인 권한이 이양되기 시작하면서 부터 입니다. 93년에 시그마에 입사하여 렌즈 베럴 및 기구 설계를 담당하기도 하고 경영기획부에서 제품의 원가 설계, 사내 관리 제도등을 하는 전형적인 기업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음과 동시에 야마키 미치히로 회장의 아들이기도 한 야마키 카즈토 씨에게 결정 권한 및 책임이 주어지면서 제일 먼저 실시 한 것은 그간 시그마의 집착이라 해도 좋을 펄 코팅 도장을 없애버린 것 입니다.
사실 별것 아닌 일 입니다. 단순히 펄 코팅 도장이 사라진 것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호사가 입장에선 조금 다르게 보여졌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들은 지금까지 착실하게 기다려 왔다는 듯 고집 불통의 거대한 산과 같은 아버지와 대결하는 형국으로 비춰 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형적'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에게 저는 못된 편견이 있는지라 결국 몇가지 일을 치르다 말겠지 하는 삐딱한 기대감을 가진 것도 사실이였습니다.
그런데 뭔가 조금씩 다릅니다. 광학, 이미징 업계의 CEO가 포토키나 같은 곳에 직접 가서 제품에 대해 인터뷰와 어나운스먼트를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품 하나 하나에 대한 세부적 이해가 상당히 높은 느낌 입니다. 솔직히 이 업계 내에선 보기 드문 광경 입니다.
또 한가지 놀랬던 것이 있습니다. 광학, 이미징 업계 관련 인터뷰를 수도 없이 많이 봐왔지만 인터뷰 내용 중에 '꿈' 이라는 단어를 본적은 적어도 제 기억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여러가지 이유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입니다. 업계인이고 회사를 대표하는 인터뷰라면 '꿈' 이라는 단어 보다는 다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통념이라 할만 합니다. 사실 전 '꿈'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조금 부정적인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헌데 결과물을 보니, 그랬던 시그마 였기에 꿈을 이야기 할 수 있었고, 현재의 시그마가 되었기에 꿈을 현실화 하고자 하는 마음을 유지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젊은 CEO 야마키 카즈토 씨가 만들어갈 꿈이 앞으로 어떤 전개가 되어갈지 긍정적 의미로 대단히 궁금해지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신생 시그마가 새로운 라인업 전개를 시작하였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께선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겠지만 한번 더 정리 한다는 의미에서 가볍게 보도록 합시다.
렌즈의 주 용도에 따라 세가지 분류를 하였습니다.
다목적, 경량화, 컴팩트, 슈퍼 줌 등 전 방면에 걸쳐 현시대(Contemporary)의 대중적 요구가 많으며 또한 많이 사용될 컨템포러리 - Contemporary 라인업을 제안 하였습니다.
매우 높은 수준을 달성한 광학 품질의 대구경 렌즈, 그 자체로도 광학 품질 측면에서 예술(Art)의 경지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예술적 창의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압도적 묘사 성능이 요구되는 렌즈로서 아트 - Art 라인업을 제안 하였습니다.
망원에서 초망원 계열의 고화질 및 빠른 AF 성능이 필요한 대구경 렌즈들이 주로 사용되는 역동적 활동 (Sport) 이 필수가 되는 촬영에는 스포츠 - Sport 라인업을 제안 하였습니다.
SIGMA 35mm f1.4 DG HSM 렌즈는 Art 라인업의 첫번째 렌즈로 카테고리 정의에 확실하게 응답하는 플래그십 렌즈 입니다.
개괄은 이정도로 마무리 하고 실제 렌즈를 하나씩 살펴 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져 봅니다. 별 의미는 없지만 박스 부터 보도록 할까요.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컴팩트한 인상 입니다. 처음 박스를 봤을때 한가지 놀란게 있었는데 예상했던것 보다 박스가 무척 작았던 것 입니다. 요즘 들어 기업에서 많이 이야기 하는 친환경의 흐름을 염두해둔 것인진 모르겠지만 통상 이 정도 급의 렌즈 박스가 상당히 작아서, 의도야 어떠했던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법도 합니다. 허나 박스를 열어 본 이후 그러한 염려는 기우 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렌즈 메이커 그리고 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그마 35mm f1.4 렌즈는 벨트에 장착 할 수 있는 캐링 백에 렌즈가 들어있었습니다. 물론 파우치가 아닌 캐링 백 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엔 염려스럽긴 합니다. 그래서 안을 열어보면..
마운트 부분의 리어캡 크기에 맞춰 놓은 쿠션 몰드를 통해 렌즈가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였고 그와 동시에 캐링 백 바닥엔 충격 흡수를 위한 쿠션이 렌즈를 보호 하고 있었습니다. 실용적 의미와 동시에 박스 크기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였습니다.
렌즈 전면 캡과 후변 캡은 이전에 비해 인상감이 더 좋아졌음은 물론 착탈시의 느껴지는 감각 또한 제법 괜찮습니다. 다만 전면 캡의 경우 제가 손가락 두께가 약간 큰 편이라서 그런지 미묘하게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안쪽 펼침 각이 조금 더 여유로워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후면 캡은 표시된 방향 어느 쪽으로 하더라도 문제없이 착탈이 가능한 기본적인 방식이며 지원 마운트 회사의 이름도 같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주 약간만 더 욕심을 낸다면 요즘 나오는 신형 니콘 캡 처럼 황동 마운트 주위까지 감싸 주는 디자인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 니콘 마운트용 후면 캡임에도 시그마 제작 니콘 마운트에만 장착이 될것이고 Nikon 에서 생산한 렌즈에는 장착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섞어 쓸 수 없게 되므로 활용 편의성이 떨어 질것이 분명 합니다. 때문에 이렇게 디자인을 한 듯 합니다. 뭐 어련히 알아서 만들었겠지요. 실제로 저 시그마 렌즈 니콘 마운트용 리어캡을 니콘 렌즈에 장착하면 황동 마운드 전체를 치밀하게 딱 덮어주는 크기가 됩니다.
후드는 튤립형 후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불필요한 난반사를 조금이라도 더 억제하기 위한 골이 파져있습니다. 사실 요즘 렌즈의 후드들은 제작 단가를 아끼기 위한 조치로 내부가 민둥민둥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그마는 시원하게 난반사 골이 파진 내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후드는 2가지의 재미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후드의 외관에도 골이 파진 부분이 있다는 것인데, FTM (Full Time Manual) 이 지원되는 렌즈의 특성상 AF 중에 포커스 링을 돌리면 메뉴얼 포커스로 자동 전환이 되므로, 이러한 것이 신경 쓰이는 촬영 환경에선 엄지와 검지를 후드의 외관의 파지용 골 부분에 놓는 것이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으며 파지감에도 향상이 있습니다.
사실 전 처음 후드에 새겨진 골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몇번 사용해보면서 이내 납득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부분은 바요넷 방식의 착탈 몰드 바로 밑으로 후드의 형식명과 렌즈 이름이 적혀 있는 고무 몰드가 있습니다. 확실한 제조 단가 상승을 약속하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어떤 기능적인 이유가 있을까를 생각 해봤는데 지금까지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손에 닿는 느낌은 분명 기분 좋은 느낌이고 실제로 봤을때 느껴지는 고급 스러움이 제법 괜찮습니다. 또한 아주 섬세하게 메뉴얼 포커스로 촬영을 할때 사용 하는 손가락을 고무에 의탁 마찰하면서 사용 하는 것도 생각 보다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써놓고 보니 어쩌면 이런 이유 일지도 모르겠군요.
신생 시그마 이후로 지금 처럼 렌즈 카테고리를 재정의 하면서 강렬한 인상으로 와닿는 부분이 몇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렌즈의 디자인 입니다.
평소 렌즈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민감하신 분들은 아마 저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분들이 많으신듯 합니다. 알파 마운트 용 Carl Zeiss 렌즈 디자인과 비슷한 느낌 입니다.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현대적이고 시크 합니다.
또한 렌즈의 전체적인 디자인 기조는 그대로 살리면서 렌즈 경통 하단부터 우측 부분까지 손가락으로 파지 할때 단단히 잡히는 느낌을 위해 홈을 새겨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끼 손가락과 약지가 자연스럽게 파지 됩니다. 또한 세로 구도로 촬영 하였을때 역시 같은 렌즈 파지감을 주는 디자인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토 포커스 전환 스위치의 경우 엄지 끝으로 편안하게 조작 할 수 있는 시원스러운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 타 제조사 보다 스위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실수로 모드 전환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충분한 조작 압력 지니고 있어 이러한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로 AF 모드 촬영이 될 것임을 상정하여, 굳이 가까이서 모드를 확인 하지 않고 멀리서 보더라도 현재 렌즈가 어떻게 설정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흰색 마킹을 해두는 섬세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포커스가 맞는 거리를 확인하는 포커스 확인 창의 경우 F16일때 피사계 심도를 알 수 있도록 마킹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운 것은 바깥의 검은색 베젤이 약간 더 얇았으면 조금 더 섹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렌즈의 스펙 표기 텍스트의 타이포 또한 렌즈를 볼때 느껴지는 기분에 조금 더 어울리는 서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더불이 이 렌즈의 최소 초점 거리는 0.3m 입니다.
또하나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렌즈 주 경통 유닛에 사용된 TSC (Thermally Stable Composite) 입니다. 추운 겨울 칼바람을 헤치고 온 택배 박스를 바로 열고 렌즈를 만졌을때 느낌은 금속이 주는 고유의 차가운 감각 이였습니다. 만져보고 두들겨 봐도 금속 같은 느낌이 들어서 TSC라는 재료는 금속 계열인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실온에 적응되고 제법 따뜻한 곳에서 만져보면 의외로 부드러운 플라스틱 계열의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로 좀 재미 있는 느낌의 재료 인데, 궁금하여 재료공학과에 있는 분으로 부터 몇가지 들은 정보로는 기본적으로 폴리카보네이트 계열의 복합채로 고압, 고열의 공정과정을 거치며 특성은 전체적으로 알루미늄과 유사하고 재작 단가는 높다고 합니다.
금속 부품과의 친화성이 높으며 극단적 온도 변화 조건에서도 팽창 및 수축률이 낮으며 고정밀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높은 탄성율과 강한 경도를 가진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금속과 플라스틱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주로 항공기, 자동차 등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TSC는 광학, 이미징 계열 업계에선 시그마에서 최초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렌즈 마운트 부품과 렌즈 본체를 결합하는 부위엔 CNC 선반 가공으로 깎아낸 것으로 보이는 세밀한 홈들이 있습니다. 통상 CNC 선반 가공이 아닌 주조 방식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렇게 직접 깎아내는 방식의 경우,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거나 아주 단단해야 하는 부위 혹은 둘다 요구 될때 사용 되곤 하지만 생산 단가가 비싼 방식 이기도 합니다. 모 사의 렌즈처럼 충격 받았다고 너무나 쉽게 렌즈가 깨끗히 두동강 나는 황당한 일은 없을듯 합니다.
렌즈와 카메라 바디간에 각종 정보를 교환할 마운트의 접점 갯수는 10개가 장착 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마운트 쪽으로 봐도 렌즈의 상방향을 알 수 있도록 붉은색 마킹이 되어 있어서 렌즈를 바디에 마운트 할때 편리하게 사전 동작을 준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 나오는 니콘 렌즈 처럼 외경통에서 보이는 마킹도 흰색의 돌출형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런식이라면 눈으로 보지 않고 손의 느낌 만으로도 마운트를 할 수 있겠죠.
이러한 렌즈의 전체적인 디자인에 마지막 방점을 찍어주는 것은 은색으로 빛나는 이니셜 A 입니다. 보통 렌즈 제조사 마다 각자의 디자인 특징이 있습니다. 금색, 붉은색, 녹색, 오렌지 색 등 다양한 색을 자사의 고유 컬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띠 형태로 많이 쓰곤 하죠.
하지만 시그마는 지금 까지의 관례와는 다른 접근을 한듯 합니다. 실제로 보면 제법 호사스러운 느낌이 드는 재질의 마크 입니다만, 가만히 보고 있다면 여러가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 집니다.
기존 처럼 띠를 사용 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시그마의 렌즈 라인업 구분을 외관으로 하기 어렵다는 것, 엑센트 디자인의 차별화 그리고 이 자체가 앞으로 시그마 렌즈의 기본 디자인 언어로서 사용 될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꼼꼼히 둘러 보니 아무리 봐도 Carl Zeiss 느낌이 많이 나기도 하고 실제 개발 관련 인터뷰를 보더라도 시그마 사내 디자이너가 아닌 외부 디자이너를 통해 작업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해서 몇가지 이야기를 추가로 찾아서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 했던데로 Carl Zeiss의 렌즈 디자이너가 작업 했었더군요. 어쩐지 느낌이 Carl Zeiss와 비슷하면서도 시크하고 섹시하다 싶었어.
렌즈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정리하면 될듯 합니다.
Nikon 렌즈만 쓰시던 분들은 시그마 렌즈에 사용되는 고유 용어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도 있을듯 합니다. 마침 본 리뷰는 Nikon 마운트 대상을 한 것이므로 간략하게 이쯤에서 한번 용어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세삼스럽지만 이번 리뷰 대상인 렌즈의 정식 명칭 부터 다시 한번 봅시다.
SIGMA 35mm f1.4 DG HSM
DG는 Nikon의 FX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DC는 Nikon의 DX와 같습니다. HSM은 Hyper Sonic Motor의 약자로 Nikon으로 치면 SWM (Silent Wave Motor) 즉, AF-S와 같습니다. 즉 이 렌즈는 35mm 초점거리에 f1.4 밝기를 지닌 풀 프레임용 렌즈이며 초음파 모터를 사용 한 렌즈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음파 모터의 경우 위의 그림 처럼 생긴 링 타입의 초음파 모터를 사용하는데 정숙한 작동음과 더불어 빠른 AF 동작을 실현 하는데 중요한 부분 입니다. AF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솔직히 이전 시그마 렌즈에선 AF가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모사의 제품처럼 포커스 교정을 바로 받으러 가는게 속 편하다 라는 이야기 라던가 혹은 포커스 교정을 받아도 좀체로 잘 맞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이 그것 입니다. 하지만 SIGMA 35mm f1.4 DG HSM 렌즈의 경우 다소 안심 해도 좋을듯 합니다.
물론 사용하는 바디에 따라서 약간의 전핀, 후핀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AF 검출 능력은 이전의 시그마 렌즈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이야기 하는 김에 한가지 더 하자면 이 렌즈의 AF 동작 알고리즘은 약간 특이 합니다.
일단 반셔터를 누르는 순간 바디가 명령을 주고 초점 링이 내부에서 움직이면서 위상차 검출 센서가 초점을 맞추는 일련의 동작이 끝난 후, 피사체와 카메라가 이전과 같은 위치 고정 상태에서 다시 한번 반셔터를 누르면 초점이 맞은 범위 안에서 살짝 살짝 살펴 보듯 움직입니다.
이것을 아주 유심히 살펴 보니 해당 바디가 제공하는 초점 허용 오차 범위 보다 약간 더 작은 정도의 범위 안에서 제차 체크 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두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 렌즈의 AF 민감도가 떨어지거나 바디의 AF 검출 및 알고리즘과 관련 있거나 입니다.
사실 D800E로 촬영 하면서 포커스의 민감도가 '미묘하게' 아쉬운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특히 초점을 제차 확인하기 위하여 여러번 반셔터를 눌렀을때 아주 조금씩 AF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 입니다.
확실히 예전 시그마 렌즈에 비하면 AF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냈다고 생각 했으나 마지막 한끝이 부족한 느낌이였달까요. 아무래도 기존 시그마 브렌드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다 보니 으례 렌즈 특성으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허나 마침 지인이 가지고 있던 Nikon F6에 SIGMA 35mm f1.4 DG HSM 렌즈를 물려서 포커싱을 해보니 마치 다른 렌즈 인것 처럼 AF가 섬세하고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AF 구동시 소리 입니다. 특히 반셔터를 반복하여 미세 포커싱 검출 할때의 소리는 전혀 다른 렌즈 처럼 움직였습니다. 이유는 AF 오차 허용 범위가 더욱 작고 섬세하기 때문이였습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AF의 결과가 정확했다는 것 입니다. 그제서야 이 렌즈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섭섭한 것은 8년 전에 나온 Nikon F6의 AF 정밀도 보다 오차 허용 범위가 큰 카메라에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 입니다만.. 적어도 바디의 물리적 성능에 있어서 만큼은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딱 들어 맞지 싶습니다.
그럼 이제 살짝 본격적으로 렌즈가 실제 상을 맺히게 하는 요소들을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합시다. 그럼 가볍게 보케 이야기 부터 시작 해봅시다. 보케라 하면 자연스럽게 조리개 날의 구성을 살펴 봐야 할것 같습니다. 보케의 느낌은 크게 렌즈 글래스 구성과 조리개 날의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리개 날 수는 9개로 고급 렌즈 답게 많은 양이 투입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조리개 날 수가 많으면 설계의 복잡함과 정밀도 요구가 높아지고 단가 상승에 직결 되지만, 원형 조리개 모양을 만드는데 많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촬영시 각 조리개값에 따라 모양이 어떻게 되는지를 직접 촬영하여 확인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실제 촬영시 조리개 날의 얼라이먼트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확인도 가능할 뿐더러 보캐의 모습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f2 에선 사실상 완벽한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f2.8 까진 거의 원형에 가까운 깔끔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허나 f4에서 부터 약간씩 각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 합니다. 전체적인 조리개 얼라이먼트는 훌륭합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조리개에 따른 보케가 퍼지는 모습을 검증 해보았습니다. 제일 윗 사진은 최대개방 상대에서의 포커스를 맞추고 찍은 챠트 사진으로 아웃포커싱을 위해 0.3m로 초점을 맞추고 촬영 하였습니다. 왼쪽 > 오른쪽 순으로 하여 내려가며 보시면 되겠습니다. 최대 개방부터 최소 개방까지 촬영 하였습니다.
최대 개방에서 부터 보케가 부드럽게 떨어지며 묻어가는 느낌이 자연스럽고 안정적 입니다. f2 역시 맑고 부드러운 형태가 스며든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조리개를 조여갈수록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면서 점점 선명해지는 형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케 형태의 패턴을 기본으로 본다면 아래와 같은 느낌의 뭉글한 느낌의 사진을 만드는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포커스를 최소 초점으로 설정, 최대 개방으로 촬영 하였습니다. 보케의 느낌이 예상대로 좋습니다. 대구경 렌즈만이 가질 수 있는 혜택 중 하나라고 봐도 좋겠지요.
f2.8로 촬영한 사진 입니다. 9개의 조리개 날로 만들어진 원형 조리개 덕분에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느낌으로 촬영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김에 조리개 수치에 따른 빛 갈라짐도 같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왼쪽 상단이 최대개방이며 우측으로 가면서 조리개가 한단씩 조여집니다. 야경 촬영시 이러한 모양에 신경 쓰이는 분들도 많으신듯 합니다. 원형 조리개가 상당히 잘 유지된 덕분에 위에서 예상하였듯 f4 까지도 확연한 빛 갈라짐은 느끼기 힘듭니다. 저의 개인적 취향으론 빛 갈라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야간엔 f4 이하로 촬영하면 빛 갈라짐을 피할 수 있을듯 합니다.
반대로 빛 갈라짐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촬영의 경우 최소 f5.6 에서 f8 이상이 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리개에 따른 화면상의 변화를 보고 있습니다만, 이쯤 되면 조리개 설정에 따른 비네팅 효과를 같이 보지 않으면 안될듯 합니다.
위의 그래프는 비네팅 측정 데이터로 최대 개방 f1.4에선 비네팅 효과가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의 최고 극단에는 약 20% 까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 수치값을 EV값으로 역산 하면 대략 -1.9 EV 즉 1.9 스톱 언더가 됩니다.
위의 샘플 좌측 사진은 최대 개방으로 촬영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시각적으로 중심에 집중 시키는 효과를 크게 기대 할 수 있습니다. 우측의 사진은 RAW 현상 프로그램인 Apple의 Aperture 3.4.3에서 비네팅 효과 제거를 한 예제 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초점링을 최소로 할때와 무한대로 할때 비네팅 효과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둘다 직접 촬영을 해봤습니다.
최대 개방에선 대구경 렌즈 특유의 매끈한 비네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허나 이런 비네팅 효과는 f2만 되어도 격감되며 여기에 f2.8에선 사실상 사라지기 시작 합니다. 위의 측정 데이터 대로 입니다.
따라서 비네팅 효과를 최대한 응용하기 위해선 f2 이하로 억제하여 촬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비네팅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 경우 최소 f2.8이상, 안전선 으론 f4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보케와 비네팅 이야기 까지 했으니 이쯤에서 렌즈의 구성을 살펴볼까요.
렌즈는 총 13매 11군 구성으로, 여기에 아스페리컬 렌즈 2장, FLD 글래스 1장, SLD 글래스 4장이 사용된 화려한 구성입니다. 그럼에도 필터 구경은 의외로 작은 67 mm 입니다.
이런 화려한 구성의 렌즈가 대량 투입 된 이유는 빛의 파장에 따른 굴절률이 다르고 이것에 의해 결상점이 틀어짐으로 인해 화질이 무너지는 것을 막음과 동시에 더욱 고화질로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 입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굴절률이 차이가 적은 블록 렌즈, 그리고 반대의 오목 렌즈를 조합하여 축상 색수차를 억제했었으나 잔존 색수차로 2차 스펙트럼이 남습니다. 고급 렌즈들은 여기에 2차 스펙트럼의 보정 능력이 높은 특수 저 분산 유리를 사용 으로 이러한 문제를 경감 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시그마는 총 3가지의 특수 저분산 글래스가 있습니다.
첫째로 SLD (Special Low Dispersion) 입니다. 최초 SLD 글래스는 대구경 APO급 렌즈에 채용 되었고 2개의 원색 스펙트럼 컬러 (그린, 마젠타)의 보정을 결합하여 낮은 분산도를 유지, 높은 샤프니스와 수차 교정 성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ELD (Extraordinary Low Dispersion) 는 색수차를 작게 만듬과 동시에 높은 해상력과 높은 콘트라스트의 이미지 품질을 보증합니다. SLD, ELD 모두 니콘으로 치면 ED 렌즈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리라 볼 수 있습니다.
셋째로 FLD ("F"Low Dispersion) 의 "F"는 아마도 fluorite 즉 형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Calcium fluorite (CaF2) 형석 크리스탈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광학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화질 및 수차 제어에 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급 렌즈에 사용 되었으나 문제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바로 온도 변화에 민감하며 또한 물성 자체가 무르므로 쉽게 변형되거나 깨지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한 FLD 렌즈는 형석과 '동등한 성능'을 달성함과 동시에 온도 변화에 강하며 단단한 물리 특성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 광학 글래스에 비해 한차원 높은 광학 품질을 가지고 있으며 대구경 렌즈 설계 및 제조에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색수차에 강한 보정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그린과 마젠타 컬러 프린징을 감소 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니콘으로 치면 Super ED 혹은 고급 렌즈군에 들어가는 ED 렌즈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구성들을 이용하여 렌즈 설계에 따른 적절한 파워 배분을 통해 잔존 색수차 제거를 극한까지 보정하여 뛰어난 묘사 성능을 실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머리 아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실제 눈으로 확인 해봅시다. 단기적으론 시그마 스스로 자폭이 되겠지만 재미있는 비교 자료가 있습니다. 위는 ART 라인업의 시그마 35mm f1.4 이고 아래는 동사의 85mm f1.4 렌즈를 비교 하였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타사와 비교가 일반적 일텐데..)
마젠타, 그린 프린징 (보케 프린징) 모습을 주목하도록 합시다. 시그마 35mm f1.4의 축상 색수차 억제 능력은 대단히 훌륭 니다. 더구나 f2.8이 되는 경우 축상 색수차는 실질적으로 사라지는 훌륭한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성능을 바탕으로 보케 효과를 적극적으로 응용한 촬영시 보다 깨끗하고 맑으며 선명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대개방에서의 렌즈 수차 보정 성능이 잘 잡혀있으면, 불과 1-2 스톱만 조리개를 조여주어도 묘화력이 큰 폭으로 상승 될것이라 기대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해상력을 살펴보지 않으면 섭섭합니다.
먼저 해상력을 이야기 하려면 크게 두가지 요소를 생각 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MTF 측정을 통한 콘트라스트와 디테일 묘사력, 둘째로 색수차 억제를 통한 화상의 깨끗함을 생각 해볼 수 있습니다.
시그마는 새로운 라인업을 정비하면서 렌즈 제조 과정에 있어서 한가지 개선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MTF 측정 장비를 독자 개발 것 입니다. 이전이라면 일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MTF 측정기를 사용 했다면 4,600만 화소 (4800 x 3200 x 3 레이어) 의 Foveon X3 다이렉트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MTF 측정기 ' A1 '을 독자 개발 하였습니다. Foveon 센서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지금까지 측정 할 수 없었던 고주파의 공간 주파수 성분까지 측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렌즈 설계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닌 대량 생산 과정에도 직접적으로 개입, A1 MTF 측정기로 ' 전수 검사 ' 를 받고 출하가 됩니다. 이렇게 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빡빡한 QC 라면 대량 생산에 따른 품질 불균형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해서 해상력 측정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하니 렌즈 특성 측정에 있어서 상당한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DxOMark의 데이터 베이스엔 Nikon 마운트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 데이터를 직접 추출하기 위해 (해상력 측정은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조합에 따라 결과 값이 상이 하므로) 표준 해상도 차트를 구입하려고 보니 최소 4000선 이상의 챠트가 필요한데, 테스트 기기인 D800E에선 4000선을 넘어서는 해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6000선 이상의 해상도 테스트 챠트가 필요한데 가격을 알아보니 어지간한 고급렌즈 하나 가격 만큼이라 입술을 지긋히 깨물며 돌아서야 했습니다.
따라서 관련 측정 데이터는 http://DxOMark.com 에 접속하여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하여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조속히 니콘 마운트 테스트 데이터도 업데이트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썰은 여기까지 하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실제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골치 아픈 그래프 보다 나을것이라는 자기 합리화 + 위안을 뒤로 하고 사진을 보도록 합시다.
아래의 사진은 전체 장면이고 주황색 사각형은 1:1 픽셀 매칭으로 크롭 한 사진을 바로 아래 붙였습니다.
옷걸이에 붙어 있던 실오라기 하나를 찍은 것 입니다. 최단 거리의 촬영은 극단적으로 좁은 피사계 심도와 더불어 SLR의 광학 구조로 인해 제 2 주초점을 만들어야 하는 SLR용 광각 렌즈 설계 특성상 화질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 특성 입니다. 허나 선의 이름매가 단 몇개의 픽셀만으로 깨끗하게 표현 되었습니다. 과연 f값이 얼마 일까요? 최대 개방인 f1.4에서 촬영 한 것 입니다.
아래 사진은 애플 30핀 USB 케이블의 피복이 벗겨진 사진입니다. 제일 위의 사진은 전체 사진이고 중간 사진은 1:1 픽셀 매칭 크롭이며 제일 밑의 사진은 인터폴레이션 (확대 보간) 없이 그대로 300% 확대한 사진 입니다.
육안으론 보이지 않았던 피복 내부 쉴드가 찍혀 있습니다. 아시다 시피 USB 케이블의 바깥 피복을 벗겨보면 내부엔 차폐 쉴드가 자리잡는 구조 입니다. 조리개는 단 1스톱만 조인 f2에서의 결과 값 입니다. 촬영 감도 400에 리뷰용으로 JPG 손실 압축을 한 덕에 약간의 노이즈가 보입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놀랍습니다. 저는 35mm 화각 렌즈 중에 조리개 f2에서 이런 결과물을 지금껏 본적이 없습니다.
역시 최대개방 f1.4로 촬영하였습니다. 속눈썹의 마스카라 질감은 물론 반짝이 아이쉐도우의 반짝이 두알이 붙어있는것 까지 깨끗하게 찍혀 있습니다.
볼때마다 기괴하고 복잡한 기분이 들며 아이들에겐 확실한 정서적 불안감을 줄 것만 같은 녹색 안광이 빛나는 움직이는 개 인형입니다. 움직이긴 하는데 종이 컵위에 올려져 있어서 열심히 움직이지만 허공에서 바둥거리는 모습을 볼때마다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리고 눈동자속 투명 플라스틱에 스크레치가 잔뜩 난 것을 촬영 하였습니다. f5.6 이였습니다.
반사율이 높고 흰색의 디테일이 복잡한 피세체는 렌즈 입장에 있어서 까다로운 상대이기도 합니다. f5.6으로 촬영 되었으며 손으로 천의 질감이 느껴질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아주 훌륭히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컵에 남아 있던 원두 그레인 한톨을 촬영 한 것 입니다. 제일 윗 사진은 전체 화면, 중간은 1:1 픽셀 매칭, 아래 사진은 확대 보간 없이 300% 확대한 것 입니다.
원두가 갈려나온 조각의 모양과 디테일까지 표현 되어 있습니다. f2.8. 단지 2스톱 조였을 뿐 입니다. 이런식이라면 렌즈는 더 표현 할 수 있지만 센서의 베이어 배열 구조에 의한 인터폴레이션에 의해서 렌즈가 충분한 한계 성능까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 정도 입니다. 만약 35mm 풀 포맷에 실제 손에 쥘수 있는 실제 유효 화소수 3,600만 픽셀의 Foveon 센서가 존재한다면 충분히 더 표현 할 수 있었으리라는 상상을 하니 살짝 두근거렸습니다.
참고로 타사 카메라로 계측된 MTF를 해석 해보면 이 괴물 같은 렌즈의 최대 해상력은 이미 f2 부터 거의 최고의 해상력을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정확한 계측과 계산은 어렵겠으나 3,600만 화소에서도 렌즈의 성능을 다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식이라면 대략 4년후 발매될 5000만 화소대의 DSLR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 렌즈는 충분한 대응 이상의 성능을 발휘 할 것이라 예상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리개 설정에 따라 큰 변화가 생기는 3대 요소인 보케, 비네팅 효과, 해상력 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만, 실은 렌즈의 평가 및 촬영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혹시 Focus Shift 현상을 들어보신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피사계 심도는 깊어지지는데 초점을 맞춘 위치로 부터 앞에 1/3, 뒤에 2/3 씩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게 됩니다. 헌데 '대구경 렌즈 + 근거리 촬영' 이 될 경우 초점 고정 상태 (AF와는 무관한) 에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단지 조리개만 조였을 뿐인데도 포커스가 이동하는 현상이 생기는 렌즈가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구면 수차 때문 입니다. 다음의 간단한 도식도를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 가도록 합시다.
대구경 렌즈의 최대개방 상태에선 구면수차에 의해 초점이 맞지 않고 흐릿하게 초점이 맞은 상태가 위의 도식도 입니다. 헌데 조리개를 조이게 되면 구면수차의 영향을 적게 받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포커스가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 합니다. 그 밖에 수차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Optical aberratoins 을 참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아스페리컬 렌즈를 사용 하는 것 입니다. 허나 렌즈 설계라는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닌듯 합니다. 아스페리컬 렌즈를 채용 했음에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렌즈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Nikon AF-S 50mm f1.8G 렌즈 입니다.
그렇다면 Nikon 50mm f1.8 G 렌즈가 실제로 어떻게 포커스 쉬프트가 되는지 직접 보도록 합시다. 먼저 최대 개방 부터 1스톱씩 조이면서 촬영 하였고 주황색 세로 선은 포커스가 맞은 영역을 의미 합니다. 더불어 좌측 포커스 타겟의 변화도 주의 깊게 보시면 좋습니다.
구형 1.8D 렌즈는 물론 신형 1.4G 렌즈와 비교해도 최대 개방에서 많이 향상된 해상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포커스 링은 고정, AF도 꺼둔 상태에서 단지 조리개를 1단씩 조여가며 촬영 해봅시다.
조리개를 1단 조이면서 해상력은 약간 올라갔지만 포커스가 뒤로 밀리기 시작합니다.
해상력과 보케 프린징은 조금씩 줄어 들었지만 포커스가 뒤로 많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좌측의 포커스 타겟의 경계가 흐리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단 더 조인 f5가 되고나니 포커스는 완전히 뒤로 밀려나버렸고 좌측의 포커스 타겟은 문자 그대로 아웃 오브 포커스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조리개를 한단 더 조였습니다. 피사계 심도는 깊어졌지만 여전히 아웃 오프 포커스 입니다.
조리개 값은 f10이 되었습니다. 회절 현상에 의한 해상력 저하가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피사계 심도는 더욱 깊어진 덕에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거의 최대로 조리개를 조인 상태 입니다. 원래 포커스 영역까지 피사계 심도가 들어왔지만 회절이 심하게 발생하여 이미지는 흐릿하게 보입니다.
이 정도면 렌즈 글래스 자체의 광학 성능이 문제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법도 합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다른 모습을 보도록 합시다.
앞서 조리개 값을 전부 촬영을 끝낸 이후, 다시 조리개를 f5 로 설정하고 콘트라스트 AF를 통하여 포커스를 교정하여 촬영 하였습니다. 사실 이게 Nikon 50mm 1.8G 렌즈의 본디 훌륭한 해상력 성능입니다. 물론 피사계 심도 영역인 앞에 1/3, 뒤에 2/3도 정확하게 떨어집니다. 심지어 포커스 타겟의 경계선에 보이는 오돌토돌한 인쇄 망점이 보일 정도 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Nikon과 몇일간 장시간 여러가지 이야기의 교환 끝에 받은 응답은 구면수차에 의한 현상이지만 위상차 AF 촬영시엔 이러한 포커스 오차를 추가 보정하므로 제품의 결함은 아니다 라고 하는 '공식 입장' 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파인더를 통한 메뉴얼 포커스는 쓰지 말라는 이야기냐고 되물었더니 위상차 AF + 추가 보정이 있으므로 제품 결함이 아니라는 요지의 같은 대답을 연속해서 계속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f5로 놓고 위상차 AF 을 통하여 재차 검증 해보았습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효과는 있었으나 실제로 의미있는 결과는 아니지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곳에, 보고 있는 것에, 보고 싶은 것에 포커스를 두고 싶다는 것은 원초적이요 본능적인 일 입니다. 또한 더 말할 것도 없이 작업에 있어서 기본인 중요한 요소 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하게 될 렌즈 리뷰의 평가 항목에 포커스 쉬프트 현상 오차를 추가 하고 계속 언급 할 것 입니다.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고 길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시그마 35mm f1.4 렌즈는 어떨까요.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으나 모든 조건은 위와 같습니다. 최대개방 부터 1스톱씩 조여가며 촬영한 사진을 연속 으로 가볍게 봅시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당연한 상식이 당연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좌측 포커스 타겟의 경계선의 망점은 심지어 회절이 발생한 최소 조리개 에서도 구분이 될 정도의 광학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 할까요?
그 비밀은 바로 플로팅 포커스 시스템 입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도록 하기 위한 것 치곤 조금 복잡해 보이죠. 위에서도 언급 했듯 대구경 렌즈 + 근거리 포커싱에 있어서 특히 발생 하기 쉬운 수차를 제어하기 위해 촬영 포커스 거리와 렌즈군들의 포뮬러에 따라 각 렌즈 군이 다른 비율로 유동적으로 움직여 포커싱을 하는 구조로 설계 하였습니다.
더불어 2013년 중엔 USB 렌즈 독이 발매 예정 입니다. 시그마의 C, A, S 라인업 렌즈를 사용자가 직접 펌웨어를 업데이트 할 수 있으며 또한 렌즈의 AF를 직접 교정 할 수 있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단순히 전체 AF만 조정 하는 것이 아닌 거리별 AF를 따로 보정 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위 그림의 예시는 35mm f1.4 렌즈의 경우를 보여주고 있는데, 총 4개의 포커스 구간 별로 미세 조정을 할 수 있으며 AF 동작 속도를 조정을 통해 속도를 느리게 하여 포커싱 정확도를 올리는 모드, 밸런스 타입, 빠른 동작 추적에 대응하는 하이 스피드 AF 모드 등의 설정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앞으로 발매될 Sport 라인업 렌즈의 경우 AF 리미트 거리를 사용자의 주 용도에 맞게 설정 가능해집니다. 쉽게 말하자면 센터 장비를 일반에게 개방 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기회가 되면 시그마 USB 렌즈 독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으면 합니다.
자신의 웹브라우저가 컬러프로파일을 올바르게 렌더링을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http://color.org/version4html.xalter 에 접속하여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SIGMA 35mm f1.4 DG HSM 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SIGMA는 요즘 같은 글로벌 마켓, 글로벌 생산 시대에 역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제품을 Made in Japan 즉 자국내에서 생산 한다는 것 입니다. 물론 여기엔 그럴듯한 여러가지 이유를 짐작 할 수 있습니다.
허나 그런 여러가지 이유 중,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아시아의, 일본의 Leica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예전부터 모노쯔쿠리, 즉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긍심과 명예로 생각하며 이러한 것을 제대로 평가하고 공유하며 향유하는 문화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론 이렇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 기반의 환경이 크겠지요)
기껏 렌즈 하나에 이 무슨 호들갑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넘도록 유지 되었던 회사의 변곡점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저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홍대 원맨 인디 밴드 같은 파인 아트 사진가 이지만 제가 만들어 가는 작업의 의도, 표현 그리고 느낌을 최선의 방법과 노력을 쏟아서 만들고자 하는 부류의 인간 입니다. 그리고 이 렌즈를 만나면서 표현의 자유가 더 넓어졌음을 느낍니다.
이런 훌륭한 렌즈를 설계한 SIGMA 렌즈 개발팀 그리고 이런 하이 스펙의 렌즈를 대량 생산 가능하게 한 AIZU 공장의 우수한 장인 스텝들, 그리고 야마키 카즈토 씨에게 사진가로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러한 문화 코드 속에서 신생 시그마의 젊은 CEO 야마키 카즈토씨가 꿈꾸고 있는 미래의 그림이 어떻게 전개 되어갈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더불어 제일 밑에 동영상도 한번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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