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 같은 거창한 단위까지 가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목도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습니다. 특정한 제품이나 기준이 업계 전체를 강제로 스테이지 업 시켜버리는 그런 축제 같은 시기 말입니다.
광학 업계로 보자면 2012년을 기준으로 초고화소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말의 뜻은 단순히 화소가 높아졌다, 단순히 프린트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다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표현 방법의 극적인 확장이 이루어졌다는 뜻 입니다.
다만, 이것을 받쳐줄 훌륭한 표현력의 렌즈는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새로 정립되어야 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확장된 표현력 시대에 걸맞는 렌즈의 출현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좀 더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보다 고성능 렌즈의 생산 필요성이 커진 것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SIGMA는 35mm f1.4 ART 렌즈를 통해 시그마의 미래 비전을 천명 합니다. 적절히 가격 대비 성능이 쓸만한 서드 파티 렌즈 제조사라고 하는 대단히 유리한 마켓 쉐어 포인트를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특히 시그마 글로벌 비전의 제품 라인업을 통하여 발매된 초대 ART 라인업의 35mm f1.4렌즈는 단순히 인상적인 것을 넘어 저의 경우 이 화각대에서 다른 렌즈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SIGMA의 젊은 CEO 야마키 카즈토의 공격적이면서도 착실하게 로드맵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나 끝내주는 렌즈인데 SIGMA에서 50mm f1.4 렌즈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SIGMA의 새로운 ART 50mm f1.4의 발매를 손꼽아 기다린 것은 저만이 아니였을것 입니다.
그리고 그로 부터 1년 넘게, 저는 오직 이 렌즈 하나만을 기다렸습니다. (공식가격 127,000엔 세금별도)
특정 제품군의 수석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는 있지만, 광학업계의 CEO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저에게 있어서 SIGMA가 최초 입니다. CEO 야마키 카즈토의 취미가 사진인 것은 단순히 마케팅적 수사가 아닌듯 합니다. 일본 카메라 그랑프리 2013에서 SIGMA 35mm f1.4 ART 렌즈가 1년간 일본에서 발매 된 렌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렌즈 1기종에게 주는 '렌즈상'을 수상, 소감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35mm f1.4 ART는 SIGMA의 렌즈 시리즈를 새롭게 한 제1탄 렌즈입니다. 이 시리즈가 실패하면 파산 될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고집을 가지고 만든 렌즈입니다. 옛날 야구부였던 시절 소중히 하던 글로브가 생각나듯, 물건의 가치를 전하는 좋은 렌즈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 입니다. 광학업계 CEO가 저런식으로 말하는 것이 저로서는 참 신기합니다. 수트에 행커치프가 잘 어울리고 사람 좋아보이며 본인 또한 주말 사진가 이기도 한 SIGMA의 CEO 야마키 카즈토가 품고 있는 마음의 기본 자세를 볼 수 있는 일면입니다.
또한 SIGMA 50mm 렌즈 발매와 비슷한 시기에 자사 제품 사용자를 위한 홍보지 SEIN(자인)을 창간 하였습니다. 반세기 SIGMA역사상 최초로 시도하는 것인데, 평상시 별로 말할 기회가 없었던 사진 및 제품에 대한 생각과 화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사실 특이점이 없는데, 이 책의 제목인 'SEIN'은 독일어로 '존재'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SIGMA의 CEO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쉬이 짐작 할 수 있습니다.
35미리 포맷 카메라에게 있어서 50mm 렌즈의 의미는 참으로 깊고도 다양합니다. 세상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나와 대상의 거리와 퍼스펙티브 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원근감과 비슷하기에 어떻게 찍어도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기 힘들고 시야각은 46도의 조금은 깊숙한듯 무심하고 때론 심심 합니다. 그래서 사진가를 기르는 렌즈라고도 하며, 미학적으로도 상징적인 화각의 렌즈 입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SIGMA 50mm f1.4 ART 렌즈는 과연 어떤 SEIN인지 먼저 외관 부터 훑어 보며 함께 살펴 보도록 합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SIGMA Global Vision 이후, 정착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 35mm f1.4 ART 렌즈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섹시하고 멋집니다. 다만 이전에도 지적하였듯 렌즈의 스펙, 거리계 창에 사용되는 타이포를 다른 것으로 교체 해보면 어떠할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렌즈 경통에 사용된 재료는 어느 정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알만한 TSC (Themally Stable Composite) 입니다. 금속 부품과 친화성이 높고 극단적 온도 변화 조건에서도 팽창, 수축률이 낮으며 고정밀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높은 탄성율과 강한 경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항공기, 자동차 등에 사용 됩니다. 광학업계에선 SIGMA가 최초 사용하고 있습니다.
ART 렌즈 라인업을 말해주는 이니셜 A의 은장 마크는 이 렌즈가 가진 정돈된 디자인의 화룡정점이라 할만 합니다. 또한 의식없이 메뉴얼 포커싱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길이의 포커스 링 길이도 적절합니다.
후드는 내부 난반사 억제를 위하여 수많은 결을 채워 놓았습니다. 난반사 억제 결을 넣기 위해 무려 8개의 고정밀 슬라이드 금형을 사용하여 통으로 사출한 방식입니다. 제조사에 따라 후드 내부에 벨벳을 바르거나 흑연 코팅 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염 될 경우 처리하기가 힘든 것이 단점이 되기도 하므로, 저의 경우 이렇게 난반사 결무늬 처리를 더 선호하는 쪽 입니다. 타사의 특정 렌즈 군의 경우 제조 단가 절감을 위해 후드 내부를 민짜로 하는 경우와 대조 되지요.
드와 렌즈를 결합하면 위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렌즈의 필터 스레드가 77파이 이므로 후드의 크기 또한 비교적 대형 입니다. 광학적 이유가 기본 이겠으나, 후드의 길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드의 구경을 약간 더 작게 할 수 있는 궁리가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해서 구조를 이리저리 살펴보면 72파이 필터를 사용해도 될듯 한데, 아마도 72파이 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77파이 필터 사용 (저만해도 CPL 필터는 77파이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을 위해 이런 디자인으로 마무리 된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듭니다.
AF와 MF 모드를 전환하는 버튼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바로 조작 할 수 있는 시원한 크기 입니다. 물론 실수로 모드 전환 되는 일이 없도록 비교적 단단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포인트 입니다. 또한 통상 AF모드로 사용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멀리서도 알 수 있도록 흰색 마킹을 해놓은 부분 또한 좋은 센스 이지요.
마지막으로 렌즈의 하단을 살펴보면 0 1 4 라는 음각 마킹이 되어 있습니다. 2014년에 발매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기념이자 일종의 서명 역할이라 하겠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렌즈는 Nikon 마운트용 입니다. 총 10개소의 접점이 있으며 바요넷 마운트는 황동에 니켈크롬 도금을 통하여 강성 및 내마모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마운트와 관련하여 한가지 더 이야기 할 것이 있습니다. 기존 카메라를 처분하고 다른 회사의 카메라로 이주 할때, 잘 사용하던 렌즈라도 중고로 처분하고 새로 구입해야 했다면, 이젠 그럴 필요 없이 SIGMA에선 마운트 교환 유료 서비스를 시행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anon 마운트용 SIGMA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Nikon으로 기종을 변경했다고 하면, Canon 마운트 SIGMA 렌즈를 처분하고 다시 새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마운트만 Nikon으로 변경하는 것 입니다. 서비스 진행은 가까운 시그마 공식 대리점에 문의 하면 됩니다. 서비스 진행은 일본 Aizu 공장에서 마운트 교체와 렌즈 내부 시스템 조정을 직접 진행 합니다.
그러고 보니, 신형 렌즈 발매 할때 Canon 마운트만 먼저 내지 말고, Nikon 마운트도 동시 발매 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Nikon 마운트용 기다릴 때마다 힘들어요.
렌즈의 사이즈 비교 입니다. 좌측부터 Nikkor 50mm f1.4, 구형 SIGMA 50mm f1.4, Nikkor 58mm f1.4, SIGMA 50mm f1.4 ART, Carl Zeiss Otus 55mm f1.4 렌즈 순 입니다. SIGMA 50mm f1.4 ART렌즈의 무게는 815g으로 Otus 55mm f1.4 렌즈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게 또한 215g이 더 가볍습니다.(Canon 마운트 기준) 하지만 기타 다른 렌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크고 무겁습니다.
사실 Zeiss 55mm f1.4 Otus와 SIGMA 50mm f1.4 ART렌즈가 나오기 이전의 SLR용 50mm 표준 렌즈 계열의 포지션은 대체적으로 대량생산 및 대량판매를 유념해둔 렌즈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저렴한 가격 그리고 그 가격대에서 만들 수 있는 적절한 화질, 작은 사이즈, 간편한 설계, 가벼운 무게등으로 기초 생산 단가가 높으면 안되는 포지션인 것이 50mm 렌즈의 통념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GMA 50mm f1.4 ART렌즈의 사이즈가 대형이 된 이유는 리뷰 서문에서도 이야기 하였듯 생산 단가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화질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 입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렌즈의 구성을 한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메이커 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릅니다만 50mm f1.4 렌즈군의 통상 구성은 6군 8매 정도가 비교적 일반적 입니다. 허나 SIGMA 50mm f1.4 ART렌즈의 경우 8군 13매 구성에 전군 대구경화 되었습니다.
후군에는 글래스 몰드 방식의 아스페리컬 렌즈를 채용, 또한 특수 저분산 글래스 중에 하나인 대형 SLD 렌즈 3매를 채용, 초점이 맞은 부분의 해상력을 추구함과 동시에 노망미(보케)의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한 설계가 의도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거함 거포주의 라고 할만 합니다. 대구경 렌즈 애호가라면 무척 호감이 생길 구성 입니다. 설계 방식, 코팅, 곡률, 각종 수차 제어, 제1 초점, 제2 초점 거리 방식등 여러가지 요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편의상 렌즈의 구경이 1 stop 커질때 같은 광학성능을 가지기 위한 렌즈 연마 정밀도는 7배 더 정밀해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렌즈의 구경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화질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지요.
그런데 동일 최대 개방 수치 기준으로, 대구경 렌즈의 정밀도를 이렇게 올린 상태에서 조리개를 살짝 조여주게 되면 상대적으로 렌즈의 분해능이 상승 하게 됩니다. 통상 대구경 렌즈가 같은 개방수치의 소형 렌즈 대비 해상력 성능이 높고 가격이 높이지게 되는 중요 이유 중 하나 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만들어진 렌즈의 MTF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질만 합니다. 여기서 SIGMA는 해상력 평가에 있어서 중요 참고 자료인 MTF자료에 있어 컨슈머 이미징 광학 업계로서는 최초로 새로운 기준을 제안 합니다.
바로 회절광학적 MTF 기하광학적 MTF 입니다. 업계에서 통상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MTF의 계산 방식은 기하광학적 MTF입니다. 빛의 회절 현상을 고려 하지 않은 값으로 실제 이미지의 해상력 보다 높은 값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에 반해 SIGMA에서 제안하고 있는 회절광학적 MTF는 실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렌즈의 모든 조리개 값에서 회절현상이 발생하는데, 렌즈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데이터간의 차이가 가장 작은 방식 입니다. 기준으로 본다면 회절광학적 MTF가 기준이 더 까다롭다 해도 되겠습니다.
때문에 기존 타사 렌즈와의 비교를 위한 경우 MTF 차트의 호환성을 고려하여 기하광학적 MTF를 참고하시고, SIGMA에서 제안한 회절광학적 MTF는 실세계에서 광학 성능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살펴볼때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좀더 쉽게 정리하자면 대부분의 유저는 회절광학적 MTF만 보셔도 되겠습니다.
뭐, 그런데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넘어가고 그냥 위의 챠트를 보면 50mm f1.4 렌즈 제품군 중에서도 탑 클래스의 높은 해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이미지를 통해 본 해상력은 어떠할까요.
실내등이 꺼져있고 비교적 어두운 상황에서 최대개방인 f1.4의 상태로 촬영한 것 입니다. 화면 가운데 표시한 사격형을 1:1 픽셀매칭으로 아무런 보정 없이 본 화면이 아래의 이미지 입니다.
지하철의 좌석간 거리를 생각해볼때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50mm f1.4 최대개방으로 촬영하여 피사계심도가 작은 상황입니다. 제가 지금껏 직접 사용해본 다양한 50mm 렌즈 중에 최대개방에서 이렇게나 분해능이 높은 렌즈는 본적이 없습니다. 직접 사용 해보진 못했지만, 제가 직접 샘플 이미지를 통해 본것 까지 생각해본다면, 이보다 해상력이 더 높은 렌즈는 Zeiss Otus 55mm f1.4가 있을텐데 한국 가격 기준으로 SIGMA 50mm f1.4 ART 렌즈의 약 5배 비싼 가격이지요.
모자의 붉은 실들이 한올 한올 제대로 표현 되는 것을 보니 꿈만 같습니다. 유치한 표현이라고 저를 놀리실수도 있을텐데, 처음 결과물을 보고 꿈꾸는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유치하고 졸렬한 표현을 부끄럼 없이 말할수 있는 것은 단순히 최대 개방에서 해상력이 높다는 이유만이 아닙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너도 보이고, 다 보이고, 호텔 내부 다 보인다는 것이 보입니다. 조리개는 f4로 설정. 3,600만 화소의 D800E 임에도 이 렌즈의 최대 성능을 다 뽑아내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아마 5,600만 화소 정도의 새로 나올 센서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성능이 되리라 예상 합니다.
이야기 나온 김에 기왕 MTF까지 본거 그래프 조금만 더 보도록 하지요.
저는 대구경 렌즈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개방에서의 비네팅을 좋아합니다. 비네팅의 효과가 얼마나 우아하게 만들어지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네팅을 위해 최대 개방을 하면 항상 해상력을 버려야 합니다. SIGMA 50mm f1.4 ART렌즈의 비네팅 계측 그래프 입니다. 최대개방에서의 비네팅 효과가 제가 원하는 적정 수준입니다. 그리고 비네팅을 억제할 필요가 있을땐 단지 조리개를 2단 이상 조여주면 될 뿐입니다.
조리개 최대 개방을 통한 얕은 피사계심도의 느낌도 중요 하겠지만, 렌즈의 비네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어떤 종류의 입체감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저 느낌을 좋아 합니다. 물론 최대 개방 f1.4보다 2단 조여준 f2.8의 해상력은 더 좋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최대개방의 해상력이 타사 렌즈에 비해 높으므로 해상력 떨어지는 최대개방을 통해 비네팅을 우선 할 것이냐, 아니면 비네팅 효과를 버리고 해상력을 살리는 운용을 할 것이냐를 그리 고민 하지 않아도 좋을듯 합니다. 조리개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살펴 봅시다.
SIGMA 50mm f1.4 ART렌즈의 조리개는 원형 조리개 형태를 위해 총 9개의 조리개 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급렌즈 다운 구성이지요. 원형 조리개의 모양은 아름다운 노망미(보케)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중 하나 입니다. 그리고 야간 촬영시, 점 광원의 빛 갈라짐을 만드는데도 영향을 줍니다.
최대 개방에서 부터 1단씩 조리개를 조여가며 테스트 하였습니다. 원형 조리개의 모양이 잘 유지되는 구간은 f4 까지 이므로 점광원에서 발생하는 빛 갈라짐을 원하지 않는 경우, f4 이하로 설정하면 되겠습니다. 빛갈라짐 효과는 f5.6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빛 갈라짐의 크기가 가장 큰 것은 당연 f16이 되겠지만, f11부터는 조리개에 따른 빛의 회절이 발생하므로 화질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빛 갈라짐을 추구하고자 하면서 최고의 화질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f8이 베스트 포지션이 될 것 입니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보는김에, 쉬이 넘기기 어려운 렌즈 왜곡 그래프를 마지막으로 살펴 봅시다. 50mm 렌즈로 건축 사진을 찍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박물관의 유물 촬영, 작품 복사 촬영등 정확한 촬영이 필요한 상황에선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지요.
그래프를 보면 사실상 거의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듯 합니다. 화면의 제일 엣지 라인에 단지 0.15% 정도의 왜곡이 감지 될 뿐 입니다. 자, 이렇게 성능이 좋은 렌즈를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역시 계측하는 장비 일 것입니다.
기존 SIGMA ART 렌즈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Foveon X3 다이렉트 이미지 센서 (4800 x 3200 x 3 레이어 = 4600만화소) 를 사용한 시그마 독자 개발 MTF 측정기 'A1'을 통해 고해상도 렌즈 계측에 필수적인 고주파의 공간 주파수 성분까지 측정이 가능해졌지요. Foveon X3 다이렉트 이미지 센서라면 공간 주파수 분해능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 하지요. 물론 계측기를 단지 렌즈 설계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량 생산 과정에도 직접 개입, A1 MTF 측정기로 '전수검사'를 받고 제품 출하 됩니다. 생산 단가 높아지는 빡빡한 QC과정을 통해 대량 생산에 따른 품질 불균형을 최대한 억제 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렌즈 자체의 성능 보장은 물론 높아진 생산 단가를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SIGMA 렌즈의 브렌드 신뢰도를 올리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의 살짝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축상 색수차 입니다. 다른 말로는 보케 프린징이라고도 하지요. 포커스 맞춘 영역을 기준으로 전, 후 마젠타와 그린의 색이 살짝 끼어드는 현상 입니다. 조리개를 조이면 줄어드는 특징의 현상 입니다.
사실 이걸 아쉽다고 꼬집기엔 좀 미묘합니다. 왜냐면 컨슈머 렌즈 라인업 중, 이 렌즈 대비 한국 가격 기준으로 5배 비싼 Zeiss Otus를 제외한 모든 SLR 50mm 렌즈 중 축상색수차 억제 성능이 제일 좋기 때문 입니다. 만약 제가 55mm Otus의 샘플 이미지를 보지 못했다면, 축상 색수차 성능은 50mm 렌즈 라인업 중 가장 좋다고 말했을 것 입니다.
렌즈의 표현력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포커싱과 AF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된듯 합니다. 이쯤에서 이 렌즈의 정식 명칭을 다시 살펴 봅시다. SIGMA 50mm f1.4 DG HSM 입니다.
DG는 Nikon의 FX 즉 풀프레임 렌즈라는 뜻과 같고 HSM은 Hyper Sonic Motor의 약자 입니다. Nikon의 SWM (Silent Wave Motor)와 같습니다. SIGMA 50mm f1.4 ART 렌즈는 울트라 소닉 모터를 채용하여 정숙하고 빠른 AF를 할 수 있습니다.
SIGMA 하면 AF가 잘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ART 라인업으로 오면서 상당히 불식되었습니다.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D800E 기준으로 카메라의 AF 허용치 범위 안에서 잘 맞습니다.
이렇게 AF정확도가 많이 좋아진 ART 렌즈 라인업의 경우도 역시나 포커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보고를 간혹 듣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용하는 카메라 바디의 AF성능과도 연결되어 있고 사용자의 AF 사용 습관이나 환경에 따른 여러가지 복잡적인 부분이 결합된 문제이지요.
하지만 이것을 해결하려면 센터에 렌즈를 맞기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센터에 맡겨도 딱 정확하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듯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대도시를 제외하곤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2013년 후반기에 USB 렌즈 독이 발매 되었습니다. SIGMA 글로벌 비전 C, A, S 라인업 렌즈를 컴퓨터에 직접 연결, 지원하며 렌즈 펌웨어 업데이트, FTM 활성화 세팅은 물론 사용자가 직접 렌즈 AF 교정에 관여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포커스를 전영역 교정 하는 것이 아닌 거리별 AF를 따로 교정 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제가 1차로 교정한 값입니다. 실제 필드에서 촬영하면서 자신이 사용하는 카메라의 특성에 따라 추가 미세 조정을 하면 될듯 합니다. 위의 예제에서 중요한 것은 전영역에서의 AF 수치가 2 이내로 비교적 선형적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패턴의 값이라면 전역 교정 밖에 안되는 카메라 내장 AF 보정을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D800E에 맞춰 놓은 칼핀 렌즈를 다른 D800 바디에 장착하여 촬영해보니 AF가 다르게 나왔습니다. 여기서 유추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바디에 맞는 바디 AF 교정을 했다 하더라도, 교정된 바디에 맞춰 렌즈를 다시 AF 교정 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에겐 당연하다 하겠으나, 막상 기분 좋게 신품 렌즈를 구입해서 AF가 맞지 않는다면 기분이 좋을리가 없지요. 하지만 이런 사항이 있으니 참고하여 SIGMA USB 렌즈 독을 활용 해보도록 합시다. (그렇게 SIGMA ECO system에 묶여버리는 겁니다. 모든 것은 계획대ㄹ... 아니 뭐, 지금 리뷰처럼 복잡하고 지루한 이야기 다 필요 없고, 그냥 성능 좋고 가격 좋고 디자인 이쁘고 그럼 된거잖아요. 우리 그런거잖아요)
자 그럼 AF 이야기 까지 나왔으니 이 부분은 꼭 체크하고 넘어 가야겠습니다. 바로 포커스 쉬프트 현상 입니다. 분명 이전 렌즈 리뷰 때 앞으로 리뷰할 모든 렌즈는 포스커 쉬프트 테스트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그 어떤 벤치마크 사이트에서도 없는 데이터지만, 사실상 굉장히 중요한 테스트 입니다.
포커스 쉬프트 현상은 초점 고정 상태에서 단지 조리개만 조였을 뿐임에도 초점 맞은 영역이 이동하는 현상 입니다. 특히 SLR 방식에 있어서 대단히 치명적인 단점인데, 우리가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화면은 항상 최대개방값으로 화면을 봅니다. 게다가 AF 작동도 항상 최대 개방을 기준으로 움직이지요. 그런데 특정 의도로 조리개를 조였을 경우, 초점이 엉뚱하게 맞아 있어서 AF가 맞지 않았다던가 해상력이 떨어지는 렌즈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대구경 렌즈 + 근거리 촬영에서 쉽게 발생하지요.
간단한 기본적인 원리는 위의 도식도와 같습니다. 조리개를 조여버리면 최대 개방때와 달리 결과적으로 포커스가 이동해버립니다. 결국 구면수차가 원인이 되지요. 지금껏 제가 사용해본 50mm 표준 계열 f1.4~1.8 렌즈들은 전부 포커스 쉬프팅이 발생 하였습니다. 해상력이 다소 낮은 카메라나 필름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겠으나, 초고화소 시대에선 인식 할 수 있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것을 해결 하기 위한 몇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아스페리컬 렌즈 (비구면) 입니다. 단, 아스페리컬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타 이론적으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Optical Aberrations 을 참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등장 하는 것이 바로 플로팅 포커스 시스템 입니다. 포커스 설정 거리에 따라 각 렌즈 군이 비선형적 비율로 움직이는 설계 비용이 높은 구조 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포커스 쉬프팅의 발생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위와 같은 세팅으로 테스트를 하고 보기 편하도록 우측에 결과값을 크롭하여 조리개 구간 별로 모아둔 결과가 아래의 사진 입니다.
메이커를 막론하고 50mm 표준 렌즈들 중에, 당연한 것이 당연히 되는 귀중한 렌즈 입니다. 피사계심도 원리에 따라 대략 전면 1/3, 후면 2/3 비율로 떨어지지요. 위에서 언급했던 최대 개방에서의 축상 색수차의 영향은 Otus를 제외한 50mm 렌즈 클래스 중에서 가장 좋으며, 높은 해상력과 콘트라스트를 분명히 가져가고 싶을땐 f2.8에서 부터 최대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지 2 stop만 조이면 되는 놀라운 성능이지요.
더불어 3600만 화소 카메라 Nikon D800E 기준으로 조리개 f8까지 회절 영향이 거의 없음을 함께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상의 화질을 가져 감과 동시에 조여 줄 수 있는 조리개 최대치는 f8로 기억 하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플로팅 포커스 시스템의 구조 덕분에 통상 SLR용 50mm 렌즈의 최단 초점 거리인 45cm에서 5cm를 더 단축한 40cm가 가능 졌습니다. 수치로 보면 단지 5cm 차이로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촬영에 따라 이 5cm의 차이가 다른 사진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에게 생각보다 큰 차이로 와닿았습니다.
통상 50mm 렌즈의 최소 초점 거리인 피사체에서 45cm거리 촬영
SIGMA 50mm f1.4 ART 렌즈의 최소 초점거리인 피사체에서 40cm거리 촬영
통상 50mm 렌즈의 최단 초점거리는 45cm가 일반적이지만 특정 메이커의 경우 50cm나 58cm인 경우도 있습니다. 표준화각대의 렌즈 중에서 SIGMA 50mm f1.4 ART렌즈는 보다 다양한 접근 및 작화에 유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웹브라우저가 컬러프로파일을 올바르게 렌더링을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http://color.org/version4html.xalter 에 접속하여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SIGMA 50mm f1.4 ART 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고급 렌즈를 제조하는 회사로서 완전히 자리 매김한 SIGMA의 CEO 야마키 카즈토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어쩌면 아시아의 라이카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떠한 OEM도 하지 않으며, 또한 요즘 같은 글로벌 생산 & 소비 시대임에도 시대착오적 발상인 자국 생산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장인정신 때문 입니다. 이러한 베이스로 SIGMA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Total Image System Company로서 나아갈듯 합니다. 아버지이자 선대 CEO가 염원을 담아 만든 회사 이름 SIGMA의 뜻인 총합 (Total Sum)의 염원을 이어갈 것이라 느껴 집니다.
마지막으로 주위에서도 흔히 들어 볼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만, 세상에 나쁜 렌즈는 없다 라는 금언을 다시금 되세기며 저 스스로도 작업을 할때 왜 이 렌즈를 선택해서 작업하게 되었나, 라는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 해볼 수 있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렌즈가 발매 될때 까지, 제가 기다린 1년 넘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저는 시그마 렌즈의 팬이 되었습니다.
- 과묵한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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