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미래

SONY a9


수 년 전 제가 리뷰했던 a7R II의 말미에서 미러리스 카메라의 미래와 SLR 카메라의 미래에 대해 예상을 하며 마무리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SONY 외에 타사에서도 본격적인 미러리스 카메라가 발매 되었거나 혹은 개발 중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기존의 개념을 넘어 업계 전체를 스테이지 업 하게 만드는 새로운 기준 혹은 원점을 제시 하는 것 입니다.

이러한 것을 담는대는 플래그 쉽이라는 상징성의 그릇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 할 듯 합니다. 그만큼 플래그 쉽이라는 상징성은 무겁습니다. 플래그 쉽의 의미는 회사의 모든 능력을 쏟아 부은 최신의 기술을 집약한, 대단히 높은 작동 신뢰도를 지닌 당대 최고의 카메라로서 회사의 정신과 철학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자존심이며 동시에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메이커의 자세와 인식을 통해 시대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실리적인 의미로는 플래그 쉽 개발에서 만들어진 신기술을 하위 라인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플래그 쉽이 지닌 이미지와 후광 효과를 통해 하위 라인업의 판매에도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시겠지만 '알파 9'은 MINOLTA가 가진 모든 힘과 기술을 쏟은 MINOLTA 역사상 최고의 플래그 쉽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시간이 흘러 MINOLTA가 SONY로 합쳐진 날로부터 10년 후, 미래에 미러리스 카메라가 가져야 할 개념, 기능, 디자인에 있어서 원점이 될 새로운 카메라에 SONY는 금색으로 장식된 숫자 ' 9 '를 카메라에 새겼습니다.

그런데 SONY a9은 플래그 쉽이 아닙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SONY의 공식 자료 그 어디에도 플래그 쉽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SONY에 직접 문의 끝에 받은 답신은, 네. a9은 플래그 쉽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플래그 쉽 넘버링인 숫자 ' 9 '를 붙였으며 그것도 모자라 금장까지 했을까요?

지금 부터 a9을 전반적으로 살펴봄과 동시에 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 볼까 합니다. 그럼 먼저 외견부터 살펴보도록 합시다.

바디를 처음 본 인상은 다이얼이 추가 된 것 외엔, 초대 a7에서 a7 II로 넘어갈 때와 같은 신선한 느낌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00% 신설계 프레임으로 a7 II 라인업과 공유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프레임을 직접 비교해 보는 것이 제일 쉽겠지요.

좌측이 a7r II, 우측이 a9의 마그네슘 합금 프레임 입니다. 이 비교에 있어서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은 전면 그립부와 셔터 릴리즈 컴퍼넌트 프레임이 통합되었고 더불어 상판 커버와 셔터 릴리즈 플랫폼을 통합하여 보다 고강성을 확보 하였습니다. 또한 전자식 뷰 파인더 후면 프레임이 통합 되었으며, 파인더 컴퍼넌트의 용적 또한 더욱 커졌습니다.

더불어 무거운 장망원 렌즈에 대응하여 렌즈 마운트를 받쳐주는 내부 프레임 구조를 개수함과 동시에 렌즈 마운트의 결합 나사를 기존 4개소에서 2개소를 추가하여 마운트의 강성과 신뢰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바디 강성에 대하여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심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SONY a 시리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최대로 유지한 디자인이라 하겠습니다.

파인더는 0.5인치의 고휘도 Quad VGA OLED 소자를 채용, 1280 x 960 픽셀 (128만 화소)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a7R II의 1024 x 768 픽셀 (78만 화소) 대비 60% 더 세밀한 정보량을 보여 줍니다.

양면 비구면 렌즈 채용으로 파인더 전체를 볼 수 있는 아이포인트는 18.5mm에 0.78배 파인더로 안경 착용자 입장에서도 문제없습니다. 때문에 눈의 위치가 중앙에서 조금 어긋나도 뷰 파인더 중앙 부분의 왜곡 되는 일 없이 깨끗하게 보이므로 스트레스가 없었습니다.

또한 Carl Zeiss T* 코팅 채용과 더불어 불소 코팅까지 추가 하여 지문, 먼지, 물, 기름 등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a7R II 대비 파인더가 넓고 깨끗하게 보입니다.

SONY a9의 주 촬영 대상은 빠른 이동의 피사체로 상정 되어 있는데 이를 EVF (전자식 뷰 파인더) 로 소화하기 위해 초당 120프레임으로 화면을 만들어 화면 잔상을 줄이며 동시에 부드러운 움직임 재현을 위한 Hi 모드  있습니다. 다만 Hi모드는 초당 프레임을 올리는 대신 피사체의 표시 정보량을 줄이는 식이기 때문에 파인더를 통한 정밀 식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빠른 움직임의 피사체를 촬영시 중요한 것은 세밀한 디테일 보다는 전체적인 움직임의 덩어리를 지연 없이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므로, 이 기준에서 본다면 납득 할 만 합니다.

역으로 파인더 상에 더 많은 정보량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초당 60 프레임 모드 (STD)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면 될 것입니다.



광학식 파인더 신봉자의 관점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STD 모드으로 보면 Hi모드에 비해 화면에 보이는 렌더링 해상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나마 좀 낫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보량이 제 기준에서는 모자랍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EVF 소자 해상도를 더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촬영한 사진을 후면 LCD가 아닌 뷰 파인더로 보니 순간, 어..?!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광학식 파인더를 완전히 대체까진 아니더라도, 실무 측면에서 봤을 때 광학식 파인더 신봉자의 마음을 절반 이상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의 파인더 정보량에 고화소 바디와 합쳐진다면 저 같은 부류의 사람은 적어도 툴툴거리진 않겠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촬영시엔 이렇게 보이지 않는가? 라고 한다면 실시간으로 대량의 연속된 정보량을 파인더에 초당 60프레임 이상으로 뿌려주려면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이것은 결국 배터리 소모를 가속하게 되어 최종적으로 촬영 가능 컷 수가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될 배터리 효율, 이미지 프로세서 칩의 고효율 및 저전력화, 이미지 센서가 파인더에 전달할 신호 처리 채널 기술 등의 발전이 무척 기대됩니다.

그립 디자인 또한 변화가 있습니다. a7R II 에 비해 보다 더 감싸쥐는 느낌이 들도록 깊이와 곡선이 새롭게 디자인되었으며 두깨는 조금 더 두꺼워졌습니다. 또한 렌즈의 마운트를 수 밀리미터 앞으로 더 나오게 하는 궁리를 하여 바디의 늘어난 용적을 조금의 낭비도 없이 최대한 활용하려 하는 노력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전작에 비해 바디 두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은 없으며 그립감이 개선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경쾌한 느낌마저 있습니다.

다만 대형 렌즈 사용시 그립을 잡은 손가락 (특히 중지)과 렌즈가 아슬아슬하게 닿는 경우가 있어서 간혹 신경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립부 쪽의 바디 길이를 5~10mm 정도 사이즈를 더 키워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 이더넷 단자를 통한 FTP 연결, 플래시 싱크로 터미널 단자, 영상 작업을 위한 마이크 및 오디오 확인용 헤드폰 단자, HDMI 출력 단자, 카메라 충전이 지원되는 USB 단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셔터 스피드 조정을 담당하는 후면 다이얼 또한 이전보다 대형화 되어 조작이 쉬워지고 클릭감 또한 더욱 선명하게 튜닝되었습니다. 실제로 써보면 기분 좋게 잘 돌아가며 명확한 클릭 감으로 필요할 때 딱 멈추는 것이 수월한 느낌이었습니다.

셔터 릴리즈 버튼 및 관련 기구 또한 달라졌습니다. 반 셔터에서 셔터 릴리즈로 이행될 때의 무게감은 얕은 느낌으로 조금이라도 반응이 온다 싶으면 즉각 셔터 동작이 되는 신규 설계가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익숙함의 차이로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저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것보다는 아주 약간 더 분리된 느낌이 들어가면 좋겠다 싶습니다. 무소음 촬영에서 셔터 릴리즈를 하고 있다는 감각을 셔터 릴리즈 버튼으로부터 느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후면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기존에 AF/MF전환-AEL 버튼이 멀티 셀렉터로 변화되면서 AEL 버튼이 분리되어 우측 상단으로 신설되었고, 기존에 C3 버튼 자리에 AF-ON 버튼으로 되었으며, 기존 C3 버튼이 메뉴 버튼 좌측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더불어 동영상 녹화 버튼은 AF-ON 버튼의 좌측에 위치시킴으로 보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 해졌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신설된 멀티 셀렉터  아주 좋습니다. 편리하고 직관적입니다. 실제로 a9을 사용하던 중 잠시 a7R II를 사용하면서, 저도 모르게 있을리 없는 멀티 셀렉터를 찾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갑자기 a7R II가 무척 불편하게 느껴지면서 이젠 멀티 셀렉터가 없인 촬영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편리함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a9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버튼의 위치를 잡았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C3, MENU, AF-ON, AE-L 버튼을 누를 때 이전보다 훨씬 편해졌습니다. 이유는 버튼의 각도 변화 입니다. 예전엔 신경 써서 눌러야 했다면 a9에서는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전작의 경우 파인더 접안부 후면에 있는 LCD/뷰파인더 전환 센서가 민감했던 탓에 LCD 스크린을 보려고 카메라를 조금 가깝게 가져 오면 LCD 스크린이 꺼지고 내장 EVF로 전환되던 원치 않는 작동 때문에 꽤나 번거롭게 느껴졌던 부분이 이젠 상식적인 선에서 당연한 느낌으로 작동이 됩니다. 진작 이렇게 되었어야 했습니다.

후면 LCD는 틸트가 지원되며 관련 기구 설계 및 제작에 있어서 워낙 잔뼈가 굵은 SONY의 오랜 기술이 녹아 있는 덕분에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틸트 작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터치패널이 채용 되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 후면 LCD 터치패널 기능의 재미를 보지 못하는 촬영 방식이라서 그런 것인지 생각보다 잘 사용하진 않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어쩌면 70-200mm f2.8 GM 같은 비교적 대형 렌즈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SONY a9의 제공하는 강력한 AF 성능, 기능 그리고 다양한 포커스 모드 지원이라던가 멀티 셀렉터의 위치가 좋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크기가 작은 단 렌즈를 사용한다면 의외로 즐겨 사용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a9의 외장 기능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인 좌측 모드 다이얼이 신설되었습니다.

초당 몇 컷을 찍을 것인지 정하는 드라이브 모드가 윗쪽에 위치 하고 있으며 아래쪽 다이얼은 초점 작동 모드 설정을 지원합니다. 이전엔 특정 버튼을 눌러 메뉴에서 설정하는 방식으로 인해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었던 것을, 직관적으로 외부에서 조작하는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 하고 싶습니다. 또한 현재 AF 모드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를 외부에서 바로 알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타사 특정 모델의 경우 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체 렌즈 마운트 부근의 버튼을 통해 AF 작동 모드를 바꾸는 것이 가능합니다.그와 동시에 언제든 셔터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릴리즈 버튼에 손가락을 계속 둘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F모드를 바꾸는 동작중에도 '언제든 슈팅이 가능' 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막상 직접 촬영하다 보면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저의 경우 a9 사용 중 AF 모드를 바꾸려다가 몇 번 컷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SONY a9은 스포츠, 포토 저널리스트를 정면으로 타겟팅 하고 있는 카메라 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SONY는 이쪽을 타겟으로 하는 카메라가 어떤 물건이어야 하는지, 조금 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이 기능을 알게 된 순간부터 완전히 바뀝니다.

바로 '지속 중 설정 호출’ 이라는 이상한 한국어 번역으로 되어 있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의 의미를 알면 이해가 되는 이름이지만, 반대로 이름만 들어서는 뭐 하는 기능인지 유추하기 힘든 이름입니다.

말이 나와서 한마디 하자면, 소니의 한국어 로컬라이제이션 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진 모르겠으나, 카메라 혹은 사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메뉴 번역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저 혼란스러운 이름을 보고 그냥 스쳤다면 a9의 AF 설정 관련으로 나쁜 평가를 했었을 터이고 이것은 결국 a9의 전체적인 인상을 나쁘게 만들었을 정도로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특정 버튼 (위의 예시는 AE-L 버튼을 활용한 예)을 할당하여,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사전에 세팅해둔 값으로 일시 변경 됩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정적인 촬영을 위해 싱글 AF모드에 AF 포인트는 중앙으로 두는 소위 표준 세팅으로 촬영을 하는 중에, 피사체가 갑자기 움직이는 상황에서 포커스 포인트 모드와 AF 구동 모드를 움직이는 피사체에 적합한 모드로 사전 설정한 것을 순간적으로 불러내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 노출 모드를 조리개 우선 자동 모드로 추가 세팅 하였습니다.

이 기능. 정말 편합니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정할 수 있는 범위가 다양하므로 활용도가 무척 높습니다. 두 번 세 번 칭찬하고 싶습니다.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전엔 이거 없이 참 잘도 촬영했네 싶을 정도로 편합니다. 적어도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는 한, 피사체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을 듯합니다.



유연한 상황 대처를 할 수 있는 AF 설정 관련 이야기가 나온 김에 AF 이야기를 좀 더 이어 가봅시다. 사실 SONY a9의 AF에 관하여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SLR 타입의 카메라에서 AF 이야기를 할때 AF 모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달리, SONY a9은 이미지 센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SLR 카메라 타입에 익숙하신 분은 좀 의아하시겠지만, 제법 재미 있는 부분이므로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가봅시다.

왼쪽이 전통적인 SLR 타입의 카메라, 우측이 소위 미러리스 카메라의 AF 검출 경로를 도식화한 것 입니다. SLR 카메라에 있어서 AF가 작동 되도록 하는 경로의 왜곡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파인더에서는 초점이 맞는데 촬영 결과물은 초점이 틀어진 경우가 있는데 보통 메인 미러의 각도 오차가 원인입니다.

두 번째로 렌즈의 메뉴얼 포커싱을 통해 파인더에서 초점을 맞춘대로 촬영 결과물 또한 초점이 맞게 나오는데, AF로 하면 초점이 틀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는 AF 센서에 빛을 보내기 위한 서브 미러의 오차 혹은 AF 센서의 정밀도가 원인입니다.

SLR카메라의 AF 센서를 정확하게 작동하기 위한 빛의 유도 경로를 간략히 보자면

1.메인 미러의 반투명 거울을 통과 할 때 굴절각

2.서브 미러의 각도에 따른 반사각

3.AF 센서의 모듈의 정확한 위치

4.AF센서 내부의 렌즈 공차

5.AF센서 내부 미러

6.AF센서 작동을 위한 슬릿

7.AF 센서의 최종 목적지인 위상차 검출 센서에 빛이 닿음

를 거치게 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서보 모터 제어 관련 전류 및 신호 제어와 AF 알고리즘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총 7단계의 경로를 거치게 됩니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 용케도 정밀한 AF가 되게 만드는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걸 정밀하게 잘 맞추는 것이 진짜 기술 인거지요.

게다가 해당 단계의 오차 허용 범위는 메이커, 카메라의 클래스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0.05mm 이하 단위로 조정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서브 미러는 메인 미러와 함께 연동되어 움직이므로, 파인더에서 보이는 것과 AF 센서가 보는 초점을 같게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이 미러 구조물들이 상당히 고속으로 움직이고 제자리로 돌아오면 정확히 정위치를 찾아가야 합니다. SLR 카메라의 설계와 제작 및 양산 공정은 항공기 제작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미러리스는 그런 게 필요 없습니다. 최근 이미지 센서에는 위상차 AF 센서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애초 AF 검출 경로에 왜곡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원천적으로 가장 정밀하고 정확한 AF가 가능 니다. 게다가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전자식 뷰파인더에 바로 뿌려주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이상적인 AF 방식이라 하겠습니다. 남은 것은 AF 알고리즘과 서보 모터의 제어 기술만 남은 것이지요. 여기서 잠시 짧은 동영상 하나 보고 넘어갑시다.

위의 동영상에서 봐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SLR의 경우 센서에 빛이 닿게 되는 촬영의 순간엔 화면이 암전 됩니다. 블랙아웃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미지 센서에 빛이 들어가려면 메인 미러가 올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위의 AF 도식도를 상기하면서 이야기를 이어 가봅시다. SLR 방식 카메라에서 기본적으로 AF가 작동하려면? 사진을 찍지 않은 상태, 즉 미러가 내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셔터 버튼이 눌러졌을 때는 미러가 올라가 있으므로 AF 센서에 빛이 들어가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럼 SLR 타입 카메라는 그 시간 동안 AF가 작동이 안 되느냐? 네. 안됩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시간 동안 AF 센서는 먹통이 됩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LR 카메라 메이커에서는 동체'예측'추적 알고리즘을 개발합니다.

AF센서에 빛이 들어오는 동안 피사체가 이동하는 벡터 값을 바탕으로, 셔터 작동시 AF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시간 동안 '예측' 연산을 하면서 렌즈의 AF를 구동시키고, 셔터 릴리즈가 끝나고 미러가 내려오면서 예측했던 AF 연산과 실제 AF 센서에서 받아들인 값을 비교하고 보정을 하는 식입니다.

이게 정말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동체'예측'추적 AF 알고리즘은 카메라 제조사에 있어서 그야말로 핵심 기술 중 핵심입니다. SLR의 AF가 가지는 구조적 한계를 이런 식으로 극복하는 것이지요. 이 알고리즘은 오랜 시간을 걸쳐 고도화, 정밀화된 것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미러리스는 이런 고도의 예측 연산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AF 센서에 데이터를 계속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기본 입니다. 따라서 SONY는 이미지 센서에 AF를 심어두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한가지 넘어야 할 난관이 있었습니다. AF 센서를 이미지 센서에 심어둔 것 까진 좋은데 막상 촬영하면 SLR과 똑같이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a9의 전작인 a7R II의 이야기입니다.

a9은 촬영 중에도 블랙 아웃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실시간으로 초당 60회 자동 초점 및 자동 노출 연산  합니다. 또한, a9은 최대 초당 20컷을 촬영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1장 촬영에 3회 자동 초점 및 자동 노출 연산을 합니다.

그럼 조금 더 들어가봅시다. 이렇게 멋진 기본 구조를 기본으로, 강력한 AF 연산 파워를 등에 업고 SONY a9에는 전례 없는 엄청난 물량의 AF 센서를 투입했습니다.

사실상 화면의 구석부터 구석까지 커버 (화면의 93%) 하는 전 영역에 마치 모레를 뿌려둔것 처럼 '위상차 AF 센서'를 박아버렸습니다. 위상차 AF 센서의 갯수는 총 693개소로 압도적 물량 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지간해선 대상채의 AF를 놓치는 일 없이, 또한 포커싱 때문에 촬영 구도를 바꾸는 일 없이 오직 피사체의 움직임과 구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촬영 템포를 완성해버렸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아래의 짧은 동영상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외각 쪽 회색 사각형이 반짝 거리는 것이 바로 셔터가 릴리즈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입니다.

AF와 관련되어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인물의 눈동자를 인식하여 정확하게 눈동자에 초점을 맞추는 Eye-AF의 성능 또한 30% 향상되었습니다. 심도가 얕은 망원계 대구경 렌즈로 인물 촬영시도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촬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대 개방 f11에서도 AF에 대응 하므로 FE100-400mm f4.5~5.6 GM OSS렌즈에 2배 텔레컨버터를 사용하여 망원 800mm f11로도 AF 촬영이 가능합니다.

AF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 강조 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AF의 빠른 동체 추적 능력, 정확한 포커스와 더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바로 AF 구동 속도입니다. 전작인 a7R II에 비해 확실히 체감할 수 있을 만큼 AF가 빠릅니다. 
리뷰 기간 사용한 70-200mm f2.8 GM 렌즈의 경우 바디의 차이에 따른 AF 속도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으며, 특히 놀라운 점은 서드 파티 렌즈인 Carl Zeiss Batis 25mm f2, Carl Zeiss Batis 85mm f1.8 두 개의 렌즈를 테스트 하였을 때 a7R II 대비 놀라울 정도로 AF 속도 향상이 있었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들릴진 모르겠으나 마치 다른 렌즈가 된 것처럼 AF 속도가 빨랐습니다. 특정 렌즈에서만 이런 속도 차이가 나는 것인지 아니면 어지간한 다른 렌즈들 역시 AF 속도 자체가 향상되는 쪽인지는 더 많은 테스트가 되어야 의미가 있겠으나, a7R II에서 해당 렌즈를 쓸 때 AF 속도 때문에 고민이셨던 분이라면 이 속도 차이를 몸으로 직접 꼭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AF 속도 향상에 있어선 SONY가 제대로 큰 거 한건 해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AF에 관하여 결론을 말하자면 SONY는 드디어 경쟁 모델 대비 동등 혹은 우위에 있는 AF 시스템, 기술, 환경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다면 이론은 알겠고 SONY에서 주장하는 바는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어떤가? 그럼 바로 샘플을 보도록 합시다.

초당 20컷 촬영한 것을 모아서 초당 20프레임 GIF로 변환한 것이 아래 사진이고 그 중 한 컷을 골라서 오렌지 색 사각형을 1:1 픽셀 매치 (100% 확대) 한 것 사진을 바로 아래에 붙였습니다.

SONY a9의 AF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납니다. 적어도 AF 범위와 정확성에 있어선 이견이 있기 힘들 정도이며 상기에도 언급 했듯 초당 20연사를 정밀하게 AF 할 수 있는 카메라는 2017년 7월을 기준으로 SONY a9 이 유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앞서 이야기한 위상차 AF 센서를 이미지 센서에 통합했다는 것도 있겠지만 상술한 성능 및 기능 달성을 위해 SONY는 또 한 번 센서 설계에 진화를 이룹니다.

위의 사진은 SONY a9에 채용된 센서의 뒷면 모습입니다. 이미지 센서 자체는 기본적으로 광자에 반응한 전기량의 변화를 보내주는 역할만 합니다. 따라서 센서의 뒷면은 기본적으로 저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a9의 센서는 기존의 센서와는 다르게 센서 뒷면이 많이 복잡합니다. 바로 메모리 통합 적층형 센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빛을 효율적으로 쓰는 구조로 호평을 받은 이면조사형 센서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달성 했습니다.

기존엔 센서에서 수집한 전기신호를 센서 끝단에 준비된 신호 처리 회로를 통해 이미지 프로세서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SONY a9은 이미지 센서에서 수집된 화상 정보는 센서에 붙어있던 신호 처리 회로를 분리하여 신호 전달 통로를 대형화, 고속화, 다중채널화 된 신호 처리 회로에 넘긴 후, 신호 처리 회로에 통합 된 버퍼 메모리에 전송 후 이미지 프로세서로 넘겨 줍니다.

고속화는 물론 데이터의 노이즈 유입에 있어서 유리해집니다. 그냥 봐도 설계 및 제조 단가가 확 뛰어버리는 방식을 통해, 결과적으로 센서가 전달하는 신호의 대역폭을 무려 20배 더 빠르게 (비슷한 화소인 a7 II 대비) 처리해냅니다.

이렇게나 빨라진 센서 속도를 통해 촬영자가 얻는 핵심적 이득은 무척 큽니다. 위에서 언급된 블랙 아웃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촬영자 입장에서는 미러의 움직임에 의한 울렁거림이 근본적으로 사라지면서 동시에 피사체의 이동 추적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센서의 고속화 덕분에 풀 프레임 센서에서 최대 셔터 스피드 1/32,000초를 지원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예를 들자면 햇볕이 굉장히 강렬한 여름 바닷가에서 ND필터 없이 렌즈를 최대 개방에 적정 노출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표현 영역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20배나 빨라진 센서의 리드 아웃 속도 덕분에 기존 전자 셔터의 단점이었던 빠른 움직임에 따른 왜곡이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이쯤 되면 기존의 기계식 셔터를 대체 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기계식 셔터를 대체하게 되면서 얻게 되는 이득이 또 있습니다.

바로 무소음 촬영입니다. 물리적으로 움직일 게 없으니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기존엔 제대로 저소음 (무소음이 아닙니다) 촬영을 하려면 기백만 원에 가까운 사일런트 팩을 두꺼운 패딩처럼 입혀선 촬영했었어야 했습니다. 특히 공연류의 경우 본공연에서 촬영하려면 사일런트 팩을 사용하거나 공연장 시설이 좋은 경우 초망원으로 프레스 석에서 촬영하는 식이였지요. 그것도 아니면 리허설에서만 촬영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리뷰 기간 동안 공연 촬영에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C사의 플래그 쉽을 사용 중인 분이 호기심으로 SONY a9을 사용해보신 후 a9으로 이전 하였습니다.

기계적으로 작동할 것이 없으니 보너스로 셔터 진동 자체가 없을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기계 움직임에 의한 대시 시간이 없으므로 연사 속도에도 강합니다. 위에서 보셨듯 초당 20프레임의 촬영이 가능한데, 이는 경쟁 기종이 제공하는 초당 12~14컷 (AF, AE작동시) 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이렇게 센서의 초고속화를 통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SONY a9의 센서 입니다만 여기서 한가지 참고해야 할 것이 있는데 플리커 저감에 관한 것입니다. 인공 광원의 깜박임을 감지하여 셔터 릴리즈 타이밍을 조정하여 얼룩 없는 촬영을 할 수 있는 플리커 저감 기능은 최근의 SLR 카메라 라고 한다면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a9에는 이 기능이 없습니다.

개발자 인터뷰를 살펴보면 '스포츠 촬영 쪽의 프로는 플리커 저감 기능에 따른 셔터 릴리즈 타임 랙이 변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후 요청이 많으면 향후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애초 선택할 수 있게 준비해두고 바디의 기본값을 플리커 저감 기능을 off 로 해주는 게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릴리즈 타임 랙 때문에 플리커 저감을 기본 탑재하지 않을 정도로 속도에 집착한 센서 신호 처리를 바탕으로 하는 전자식 셔터가 제공하는 기능과 성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만, 이쯤에서 SONY a9에 채용된 또 하나의 셔터인 기계식 셔터 유닛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아쉽습니다.

a7R II에서 채용되어 호평이었던 셔터 유닛을 채용하고 50만 컷 내구 테스트를 통과하였습니다. 셔터 릴리즈시 진동 전달감은 무척 정숙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이 감각을 느끼기 위해 간혹 일부러 기계식 셔터로 전환하여 촬영하기도 했는데 전자식 셔터가 사실상 메인인 a9에 이런 훌륭한 기계식 셔터가 장착되어 있다는 것 또한 심리적으로 묘한 기분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취미적 기능이 된게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계식 셔터가 장착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플래시 촬영 입니다. 전자식 셔터는 아직 플래시 연동 촬영에 대응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위해선 기계식 셔터의 유지는 필수라 하겠습니다. 기계식 셔터가 지원하는 연사 속도는 최대 초당 5 컷 입니다. 전자식 셔터가 지원하는 초당 20 컷에 비해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플래시 촬영 대응으로 사용한다고 본다면 적절한 연사 속도라 하겠습니다.

초당 20연사에 관한 부분을 잠시 언급한 김에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이를 지원하는 렌즈와 함께여야 합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풀 프레임 대응 E마운트, 즉 FE 마운트는 거의 다 지원 됩니다.

2017년 7월 기준 초당 20컷 연속 촬영을 지원하는 렌즈 리스트 아래와 같습니다.

FE 24-70mm F2.8 GM (SEL2470GM)
FE 50mm F2.8 Macro (SEL50F28M)
FE 70-200mm F2.8 GM OSS*2 (SEL70200GM)
FE 85mm F1.8 (SEL85F18F)
FE 85mm F1.4 GM (SEL85F14GM)
FE 50mm F1.8 (SEL50F18F)
Planar T* FE 50mm F1.4 ZA (SEL50F14Z)
FE PZ 18-110mm F4 G OSS (SELP18110G)
FE 100mm F2.8 STF GM OSS (SEL100F28GM)
FE100-400mm F4.5-5.6 GM OSS (SEL100400GM)

상기 외에 E 마운트 렌즈들은 초당 15회 연사까지 지원 합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셔터와 연사 속도에 있어서 중요 요소인 기록 메모리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술한 강력한 연사 기능을 제대로 받쳐주려면 메모리 성능이 무척 중요합니다.

전작에 비해 가장 큰 차이는 두 개의 SD 메모리 슬롯을 지원합니다. 소위 프로 대상 카메라 라고 한다면 사실상 기본 사양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초당 20연사를 여유롭게 다루려면 무조건 USH-II 메모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USH-II 메모리 안에서도 최대 쓰기 지원 속도의 차이가 있는데 최소 초당 250MB 이상 쓰기 속도를 지원하는 메모리를 강력히 권장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메모리 쓰기에 들어가는 시간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것은 버퍼 메모리를 비울 때 시간이 그만큼 소모되므로 결정적인 순간에 연사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록 메모리 지원에 관해서 몇 가지 지적 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1. 메모리에 기록 하는 동안 메뉴에 접근이 불가 합니다.

2. 압도적 연사 속도를 통해 쏟아지는 데이터를 받쳐 주려면 카메라의 버퍼 용량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메모리 지원 속도입니다. 아래쪽 슬롯은 SD UHS-II 규격을 지원하고 상단엔 USH-I 규격을 지원합니다. 저로서는 왜 이렇게 했었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3. 이건 정말 당황스러운 문제인데, 1번 슬롯의 메모리가 가득 찬 경우 자동으로 2번 슬롯에 연속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해야 할 기능이라 생각해서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정말 없습니다. 메모리 슬롯 1, 2번 다 채워 넣고 정신없이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더 이상 촬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땐 메뉴 혹은 펑션 버튼을 눌러 다시 2번 슬롯에 기록하라고 세팅을 해줘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세팅을 하는 동안 중요한 장면이 눈앞에 지나가고 없습니다. 처음 겪었을 땐 순간 저의 이성이 나갈 뻔 했습니다.

4. SONY a9 의 이미지 버퍼 처리 방식이 프로 대상 카메라로서 상정하기 어려운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급기 이상의 일부 카메라부터는 카메라의 내장 이미지 버퍼에 사진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메모리 카드에 데이터를 기록하여 여분의 버퍼를 항상 확보합니다. 따라서 메모리가 빠르면 빠를수록 촬영자가 손에 쥘 수 있는 이미지 버퍼는 카메라가 제공하는 버퍼 용량보다 실질적으로 더 커집니다. 이것은 빠른 연사가 중요한 카메라에겐 무척 중요하고 당연한 기능입니다.

그런데 a9의 연속 촬영은 일단 버퍼에 이미지를 먼저 모조리 채운 다음 셔터가 멈추거나 가득 차면 그때부터 메모리에 기입을 시작합니다. 그 증거로 쓰기 속도가 빠른 메모리와 느린 메모리의 최대 연사 가능 시간에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속도가 빠른 메모리가 소용이 없냐? 하면 오히려 빠른 메모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메모리 카드에 기록이 느리면 버퍼가 비워지는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SONY가 무슨 연유로 이렇게 만들었는진 모르겠으나, 차기 펌웨어 업데이트로 개선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32기가 메모리 기준으로 하여 제가 직접 실측한 최대 촬영 가능 컷 수와 버퍼 입니다.

- JPG 최고 화질 최대 3,000장 촬영 가능, 연속 촬영 버퍼 370장

- 손실 압축 RAW 최대 1240여 장 촬영 가능, 연속 촬영 버퍼 245장

- 비압축 RAW 최대 620여 장 촬영 가능, 연속 촬영 버퍼 130~140여 장



그리고 SONY a9이 제공하는 초당 20연사를 사용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전자셔터 사용

2. 셔터 스피드 1/125초 이상

3. 화질 세팅 조건은 JPG 혹은 손실 압축 RAW

여기서 문제는 비압축 RAW인데, 이 경우 초당 12컷으로 촬영이 됩니다. 초당 12 컷으로 촬영된 것을 GIF로 만들고 그 중 한 컷을 셀렉 하였습니다.

초당 12컷이라고 해도 경쟁사의 플래그 쉽과 동일하기 때문에 초당 연사 속도로만 본다면 아쉽다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다만, 여기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전 a7R II 리뷰에서도 지적했던 부분과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바로 컬러 심도 입니다. 컬러 심도는 자연스러운 컬러 표현과 아름다운 그라데이션 표현 그리고 RAW 현상 시 보정이 급격해지더라도 톤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무척 중요한 성능 지표 중 하나입니다. 컬러 비트 심도가 낮으면 보정 값이 많이 들어갈 경우 RAW라고 하더라도 화상의 열화가 쉽게 일어나며 컬러가 부서지고 표현이 부자연스럽게 됩니다.

지금부터 조금 지겹지만 흥미로운 그래프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SONY a9의 RAW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무압축 RAW일 때의 포함된 실제 데이터양을 보여 줍니다.

그럼 하나씩 분석해봅시다. 위의 그래프는 기계식 셔터 / 싱글 샷 / 비압축 RAW 세팅입니다. 14-bit 컬러 심도가 제대로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럼 바로 다음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이전 제가 작성한 a7R II 리뷰에서도 이야기 나누었듯, SONY는 초기엔 손실 압축 RAW만 지원해서 지탄을 받았으나 이후 무압축 RAW를 지원하여 14-bit 컬러 심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비손실 압축' RAW에 관한 요청이 많았으나 SONY는 아직도 지원하지 않고 이에 관해서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지금은 이것보다 조금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므로, 바로 다음 그래프로 넘어가겠습니다.

전자식 셔터 / 싱글 샷 / 비압축 RAW 세팅 입니다. 기계식 셔터와 비교시 차이가 없는 말끔한 14-bit 컬러 심도가 제대로 들어 있습니다. 당연하겠지요. 그럼 바로 다음 그래프를 봅시다.

기계식 셔터 / 싱글 샷 / 손실 압축 RAW 세팅 입니다. 데이터가 이빨이 빠져있습니다. 그야 손실 압축 방식이니 이렇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기존 SONY의 손실 압축 형식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컬러 심도는 실질적으로 11-bit가 됩니다. 바로 다음 그래프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식 셔터 / 싱글 샷 / 손실 압축 RAW 셋팅 입니다. 기계식 셔터와 같은 모양으로 여기까진 괜찮지요? 그럼 다음 그래프를 주목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식 셔터 / 컨티뉴어스 샷 Hi (초당 20프레임) / 손실 압축 RAW 세팅 입니다. 데이터의 이빨이 빠진 것을 넘어서 아주 앙상 합니다. 컬러 심도는 실질적으로 9-bit 가 됩니다. 초당 20연사를 달성함과 동시에 치솟는 단가 상승 억제를 양립하기 위한 방편으로 데이터양 자체를 줄여버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a9은 Speed가 중요한 스포츠, 저널 쪽에 특화된 바디인데 이쪽 장르 특성상 컬러 심도 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디의 반응 속도, 작동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극도의 세밀한 표현에는 속도는 느리더라도 표현력 우선인 a7R II가 대응하고 있기도 하구요.

아쉽더라도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사 속도만 따져보더라도 스포츠, 저널 종사자에게 경쟁 기종에 비해 300만 원 가량 더 저렴한 가격으로 SONY는 좋은 제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과 집중이라고 이야기해도 좋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다음부터 입니다.

기계식 셔터 / 컨티뉴어스 샷 Hi (초당 5프레임) / 손실 압축 RAW 세팅 입니다. SONY 지금 뭘 하는 거죠? 초당 5 프레임 촬영에서 왜 11-bit 컬러 심도가 아니라 9-bit 컬러 심도로 나오는 거죠? 당황스럽고 황당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기계식 셔터 / 컨티뉴어스 샷 Hi (초당 5프레임) / 비압축 RAW입니다. 혹시나 싶어 재차 말씀드립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정말로 관대하게 봐서 초당 5프레임 촬영에서 그럴수 있다 칩시다. 그런데 '비압축 RAW' 에서 9-bit 컬러 심도로 나오는 건, 이걸 어떻게 봐야 합니까? 그럼 마지막으로 그래프 한 장 더 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해봅시다.

전자식 셔터 / 컨티뉴어스 샷 Hi (초당 12 프레임) / 비압축 RAW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전자식 셔터, 손실 압축 RAW에서만 초당 20연사가 가능하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 합리적이라 보입니다. 게다가 11-bit도 아닌 9-bit까지 컬러 심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납득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세팅에서 비압축 RAW로 촬영해도 드라이브 모드를 고속 연사 모드로 놓기만 하면 무조건 9-bit 컬러 심도가 됩니다. 외려 초당 20프레임에서 12프레임으로 연사 속도만 줄어듭니다. 비압축 RAW를 쓰는 이유가 사라집니다. SONY가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비슷한 그래프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연속 촬영 모드로 RAW 세팅 연사를 할 때는 그 어떤 세팅으로 해도 무조건 9-bit 컬러로 강제 촬영이 됩니다.

예를 들어 초당 20컷 성능을 희생하고, 초당 12컷이 되지만 좋은 품질의 화질을 위해 비압축 RAW로 세팅하고 촬영해도, 초당 20프레임에 손실 압축한 것과 화질이 같습니다. 심지어 초당 5컷 으로 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건 말이 안 되지요.

추측하건대 BIONZ X의 펌웨어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차후엔 개선 될 수 있는 문제로 생각합니다. 다만 카메라의 '신뢰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비'에 이런것도 신경 쓰지 못하면 다른 부분은 과연 어떨까? 의심을 하게 되므로 상당한 감점 요인으로 작용 되리라 봅니다.

SONY는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 검토 및 조속한 대응이 되어야 할 것이며,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제품 스펙에 정확하게 명시 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비손실 압축 RAW 지원에 대하여도 적극적으로 유저의 요청을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BIONZ X 프로세서 하드웨어 자체는 이전에 비해 진일보하고 있습니다.a7R II 대비 6배 더 커진 이미지 버퍼 메모리 용량 및 1.8배 빨라진 처리 속도임에도 전력 소모 효율은 40% 더 좋아짐으로 실제 촬영 가능 컷 수가 상승했습니다.

그럼 컬러 비트 심도에 관해선 이쯤에서 마무리 하도록 하고 다음 이야기로 이어가봅시다.

SONY a9에 채용된 센서는 ExmorRS라고 부르는 2,400만 화소의 센서가 탑재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AF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야기는 전부 이 센서에 관한 이야기라도 해도 될 듯합니다.

갑자기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기존의 것을 융합, 통합하여 단순화시킨 대표적인 제품이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 폰 입니다. 사실 스마트 폰이라는 개념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 폰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 유사 개념의 제품은 제법 예전부터 있었으며 심지어 기본 개념 자체는 2~30년 전부터 존재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것을 융합, 통합하여 얼마나 매끄럽게 잘 작동되게 만들고 실제로 잘 사용 할 수 있게 만드는가. 이런 관점에서 최초로 만들어 진 스마트 폰은 지금에 이르러 정말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또한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가는 듯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라는 것도 개념을 보자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나 익숙했던 십수 년 전 사용했던 똑딱이 디카는 그야말로 미러리스의 기본 원형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여기에 렌즈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 하나가 추가된 것뿐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역시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센서는 대형화되어 35mm 필름 풀 사이즈의 것이 들어가고, AF 센서가 들어가고 그에 맞는 렌즈들이 만들어지면서 소위 풀 프레임 미러리스의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생태계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센서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인 카메라의 위상과 편의성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 중에 있습니다. 그 핵심엔 ExmorRS 센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젠 단순히 화상을 수집하는 이미지 센서의 기능만이 아닌 다양한 기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이 센서 하나로 하는 일은 SLR 기준으로 볼 때 크게 5가지 정도 됩니다. 미러, 셔터, AF 모듈, 펜타 프리즘, 노출계라고 하는 핵심 중 핵심 기능을 소화합니다. 이 요소들은 SLR의 기준으로 볼 때, 물리적 기계 관점에서 전자적 관점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SONY a9에 이르러서는 매끄러운 통합을 통해 하나의 기준을 새롭게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다양한 일을 하는 센서에 있어서 본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화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미지 센서에 빛을 집광 시키는 갭레스 온칩 마이크로 렌즈의 구성은 이전 모델에도 호평을 받은 빛의 입사각에 따라 센서에 입사된 빛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마이크로 렌즈 쉬프트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가 적어지고 일부 타사 광각렌즈에서 발생하던 컬러 쉬프트가 경감 되었습니다.

화소 수는 2,400만 화소에 로우 패스 필터를 탑재하였습니다. 3,600만 화소 초과 센서의 경우 로우패스 필터를 빼는 것이 화질 면에서 더 유리하지만 2,400만 화소의 경우 모아레 현상이 3,600만 화소 초과 센서보다 발생할 확률이 높고, 게다가 스포츠 및 프레스의 업무 특성상 모아레가 발생하면 곤란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로우 패스 필터를 탑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오렌지 색 사각형을 1:1 픽셀 매치 (100% 확대) 했을 때의 이미지를 바로 아래에 붙였습니다. 로우 패스 필터 채용으로 인해 아주 생생하고 날카로운 느낌까진 아니지만 주 사용 업무 특성상 모아레가 발생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게 낫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뭉개지는 느낌이 드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잎사귀의 톱니 같은 경계면을 살펴보면 제법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상 SONY의 공식 RAW 현상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좋을 Capture One 10을 현상 프로그램으로 사용 했을 때 고유의 현상 알고리즘이 경쟁 현상 프로그램에 비해 샤프닝을 세련되게 처리하기에, 샤프한 이미지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도 어느 정도 아쉬움이 만회될 듯합니다.

프레스, 스포츠를 타겟으로 하는 경쟁사의 플래그 쉽 모델 또한 2,400만 화소대이며 이 화소 숫자는 A3사이즈를 풀 페이지로 인쇄할 수 있는 해상도입니다. 역시 업무 특성에 따라 필요 이상의 높은 고화소는 작업 진행에 추가적인 시간을 요구하므로 합리적인 화소 수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감도별 특성은 어떨까요? 확장 감도 204,800까지 지원하는데 전자 셔터로 지원하는 감도는 25,600까지이며 51,200부터는 기계식 셔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럼 바로 센서 감도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SO 100 부터 204,800까지 감도별 데이터를 추출하였습니다. 데이터 추출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Zone VI Studio의 그레이 카드 촬영, SONY FE 70-200mm f2.8 GM 렌즈, 오직 순수 톤만 추출하기 위하여 초점은 무한대, ISO 100~ 51,200까지는 gti Lite의 산업표준 뷰잉 부스 환경, 102,400감도 부터는 오픈 쉐도우 촬영. Zone 0 부터 Zone 10까지 총 11스톱으로 각 1스톱 단위 촬영, 리사이즈 하지 않은 1 : 1 픽셀의 순수 데이터입니다.

참고로 Zone 5의 밝기는 노출계에서 0의 위치, 즉 적정 밝기 (중간 회색)이라고 알려주는 밝기 입니다. 비압축 RAW화일로 촬영 Capture One 10 Pro로 현상 하였으며 노이즈 리덕션 세팅은 모두 기본 값입니다.

1개 제품에 대한 데이터이므로 개체에 따른 결과값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모든 환경 변수가 엄중히 통제된 실험실 환경이 아니므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제품에 대한 참고 용도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SONY의 감도별 감마 특성과 컬러 밸런스는 일관 되게 잘 잡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12,800까지 감도가 올라가도 특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좋습니다. 감도 1,600에서도 특별히 노이즈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3,200까지 올라가면 노이즈가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6,400부터는 노이즈가 확연히 보이기 시작하며 전자식 셔터가 지원하는 최대 감도는 25,600에서는 컬러 발색 특성 및 감마값의 변화가 드러나면서 세부 디테일의 묘사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실질적으로 확장 감도의 시작인 51,200 까진 컬러 밸런스가 유지가 잘 되지만 노이즈는 꽤 심해집니다. 102,400과 204,800의 경우 사실상 의미 없는 감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존 0 부터 3까지 포그 농도처럼 묻혀버리기 때문에 이럴 것 같으면 차라리 51,200 감도에서 노출을 보정 하는 게 낫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Luminance 값을 추출하여 대입한 그래프를 봐두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필름 세계에 있어서의 H&D 그래프와 유사한 것입니다. 간단히 내용을 설명하자면 유제 감광 특성을 표현할 때 쓰이는 그래프로, 센시토메트리 (감광학 혹은 노출과 현상 사이의 밀도 및 수학적 관계를 연구, 측정하는 것) 가 나오면 꼭 같이 나오는 그래프입니다.

예전 이미지 센서를 보면 좁은 관용도 (다이나믹레인지) 에서 어떻게든 화상을 구겨 넣어야 하므로 그래프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였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좁은 다이나믹레인지와 더불어 후보정을 거치지 않은 원본을 볼 때 '뿌연 엷은 막이 끼어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보정은 필수'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로서 색감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콘트라스트 만큼은 꼭 손을 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한 단어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S 커브' 입니다.

12,800 이하 감도 전 영역에서 매우 안정된 값을 볼 수 있습니다. SONY의 2세대 a 시리즈 이후부터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어떠한 감도로 설정하더라도 항상 같은 콘트라스트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특정 상황에서 특정 톤을 더 얻기 위해 효율 좋은 감도 특성값을 외워서 쓸 필요가 없이, 필요에 따라 단지 자신이 원하는 감도만 선택하면 되는 매우 우아한 마감미가 느껴지는 값입니다.

그럼 전체적인 성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약간 다르게 보도록 합시다.

노이즈를 감당해도 좋다면 감도 12,800 까지 감마 특성 변화나 발색 특성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제법 어두운 곳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촬영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25,600까지 받아들일 만 한 수준 입니다. 또한 SONY a9의 위상차 AF 센서 감도는 Canon 1Dx MkII와 같은 -3 EV까지 저조도 검출을 지원하기 때문에 어두운 환경에서도 적극적으로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이미지 센서가 만들어내는 화상 품질을 올리는데 있어서 촬영자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촬영시 손떨림이 적으면 더 좋을 것 입니다. a7 II 시리즈부터 채용되어 큰 호평을 받은 센서 손 떨림 방지가 a9에도 당연히 채용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세부 기술 분석은 이전 제가 리뷰한 a7R II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으므로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그쪽을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센서 자체가 제공하는 손 떨림 방지는 5축 방향으로 보정을 하는데 풀 프레임 사이즈의 센서 손 떨림 방지에 있어선 독보적입니다. 소니 자사의 렌즈만이 아니라 손 떨림 방지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타사 렌즈는 물론, SONY E마운트에 사용 가능한 모든 렌즈와 어댑터가 혜택(3축 지원)을 받습니다.

보정 축에 따라 보정 효과의 특색이 있으므로 이를 인지하고 사용하면 좀 더 즐거운 촬영이 될 듯합니다. 이러한 손 떨림 방지의 효과는 5스톱의 보정 효과를 가집니다. 물론 사용자는 이것을 위해 따로 추가 조작해야 할 것 없이 상황에 따라 알아서 작동됩니다.

이러한 5축 손 떨림 방지 기능을 응용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렌즈 교환 시 센서가 바로 노출이 되는 구조이므로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먼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센서 자체에 먼지가 쉽게 붙지 않는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5축 손 떨림 방지 기능을 응용하여 제법 힘 있고 빠르게 센서를 물리적으로 털어 냅니다. 소위 젖은 먼지, 끈끈한 먼지는 블로어로 불어내거나 센서 클리너로 대응해야 하지만 어지간한 먼지는 이 기능으로 충분 합니다.


그럼 이렇게 다재다능한 센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성능 및 화상 그리고 5축 손 떨림 방지 등도 좋지만 결코 빠지면 안되는 것은 바로 배터리 하나로 얼만큼 촬영할 수 있는지 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한들 몇컷 찍지도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SONY a9의 배터리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존 a7R II에서 사용하는 NP-FW50 배터리 대비 2.2배 용량의 신형 NP-FZ100 배터리를 사용하고 BIONZ X 이미지 프로세서의 전력 효율이 40% 더 좋아짐으로 인해 소니 공식 자료 기준으로 싱글 샷 기준 480컷 (CIFA 기준이라고 예상)을 촬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필드에서의 결과는 좀 다릅니다. 촬영 방식과 습관 및 세팅에 따라 다르겠으나 70-200mm f2.8 GM 렌즈에 손 떨림 감소 기능을 켜고 연속 촬영을 주로 하되 간간이 LCD로 확인하는 것을 포함한 환경의 경우 배터리 하나로 JPG 2,800장을 촬영하였음에도 배터리는 30%가 남았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SLR 카메라와 경쟁할 수 있는 정도로 올라섰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한 개로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옵션이 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유사시 USB 케이블을 통한 전원 공급으로 촬영하거나, 혹은 충전을 할 수 있습니다. (충전 시 촬영은 불가)

이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이라면 역시 세로 그립이겠습니다. 배터리 2개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으며 1개 만으로도 작동이 가능합니다. 이와 더불어 a9의 세로 그립은 이전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습니다.

이전엔 a 마운트 어댑터 간섭 등의 이유로 막상 사용 할 때 기묘하게 불편한 그립감을 느꼈다면, 미러리스 a 시리즈 최초 제대로 된 세로 그립이라 하겠습니다. 파지감 또한 경쾌하고 쏠림 없이 안정적인 슈팅에 무척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작 이렇게 디자인되어야 했습니다. 만약 가벼운 무게 중시가 아니면서 대형 렌즈 사용이 많을 경우 파지감 향상이 크기 때문에 이 경우 세로 그립 장착을 권하고 싶습니다.

세로 그립의 프레임은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하여 무게와 강성을 양립했으며 a9 카메라 바디와 마찬가지로 방진, 방적에 대비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SONY a9에 세로 그립 장착 시 총 무게 대비 경쟁사 플래그 쉽과의 무게는 어떨까요? Canon 1Dx MkII 대비 504그램이 더 가볍습니다.

만약 덩치 커지는 것은 싫고 무게가 증가 되는 것도 싫으며 배터리 하나로 작고 가볍게 쓰면서 경쟁사 플래그 쉽 이상의 성능을 사용함과 동시에 그립감은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분들에게는 알맞은 것이 있습니다.

GP-X1EM 그립을 추가 하면 새끼손가락 한마디 아쉬운 느낌이 딱 사라집니다. 서드 파티등에서도 바디의 하단을 늘려주는 것이 있지만 조금이나마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면 이쪽을 고려해도 좋겠습니다.

그 밖에 오랜 촬영 혹은 비디오 레코딩시 온도 상승으로 인한 자동 전원 off 한계 범위를 설정 가능, 측광 모드에 하이라이트 우선 측광 추가 (제가 좋아하는 기능입니다), 스팟 측광시 포커스 에리어와 측광의 연동 가능, 스팟 측광시 측광 크기 조정 가능, 오토 화이트 밸런스의 우선순위 설정 가능 (표준, 환경광 우선, 화이트) 등이 추가 및 개선 되었습니다.

본 리뷰는 sRGB 색공간 상에서 보는 것을 전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의 크게 눈뜬 달팽이가 보라색 꽃을 보는 사진의 위와 아래가 자연스럽게 보여야 합니다.

자신의 웹브라우저가 컬러프로파일을 올바르게 렌더링을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http://color.org/version4html.xalter 에 접속하여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위의 패치를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 볼때
숫자 2.20의 사각형이 뒷 배경과 구분이 사라지면 OK 입니다.

아래의 이미지 들은 다음과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처리 되었습니다.

Platform : macOS 10.12.5

Software : Capture One Pro

Monitor : NEC PA272W
Gamma 2.2 - 6500K - 120cd - Adobe RGB Color Gamut

Output File : 16bit TIFF Original Size로 export 한뒤
Photoshop에서 긴변 기준으로 900 pixel Resize후 sRGB로 변환뒤 JPG로 저장
사진에 따라 약간의 색온도, 콘트라스트, 크롭, 색조 조정 실시.

용량상의 문제로 원본 사이즈가 아닌 축소한 것이므로 일부 사진에선
원본에 비해 해상력과 그라데이션이 깨져 보일 수 있으며 JPG방식 저장으로 인한
화질 열화가 발생하므로 화질의 절대적 평가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개중 몇장의 사진은 1:1 픽셀 모드로 100% 확대 크롭한 사진을 해당 사진 바로 밑에 붙여 첨부 합니다.




















































































































































































지금까지 SONY a9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뛰어나야 하는 플래그 쉽 기준에서 a9은 플래그 쉽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플래그 쉽의 기준이 달라졌다고 말입니다.

플래그 쉽 디지털 카메라들은 어느 특정 시기 이후로 프레스, 스포츠에 특화된 바디에 플래그 쉽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플래그 쉽이 주로 활동하는 필드는 프레스와 스포츠 였습니다. 플래그 쉽이 가장 능력을 발휘하는 곳이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떤 상황과 목적에서도 최고의 성능과 작동 신뢰도를 발휘 하기 위해 최신의 기계공학, 물리 역학, 응용소재공학, 전자공학, 그리고 고도의 정밀 광학이 합작하여 만든 일종의 현대의 '예술품'이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플래그 쉽의 주 활동 무대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뭔가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SONY는 기존의 플래그 쉽이라는 의미 혹은 마케팅적 수사를 부정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겸손하게 모든 부분에 있어서 최고여야만 플래그 쉽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는 철학인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SONY는 왜 플래그 쉽을 상징하는 숫자 9를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금장을 했을까요? 아니면 애초 숫자 9에 담긴 플래그 쉽이라는 의미를 지우고 숫자 ' 9 '의 리브랜딩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서 잠시 SONY 미러리스 a 라인업의 대표 기종에 대한 키워드를 복기해봅시다. a7R II의 핵심 키워드는 Resolution 입니다. a7S II의 핵심 키워드는 Sensitivity 입니다. 그렇다면 a9의 핵심 키워드는 뭘까요? 답은 Speed 입니다.

그런데 이 Speed가 주로 필요한 곳은 플래그 쉽이 투입되어야 했던 곳입니다. a9은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경쟁 기종을 정조준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SONY a9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SONY가 a9 라인업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어떤 길을 만들고 걸어갈 것인지 저로서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가 바뀌며 카메라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발전 속에 SONY는 사진을 찍는다는 원초적인, 그와 동시에 전통의 형식미라는 흐름 안에서 카메라를 재발명 하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필요한 개념과 요소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술과 융합의 최초 시작점으로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카메라로서 숫자 9를 부여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SONY는 경쟁사 대비 주요 성능과 기능이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a9을 250~300만원 가량 더 저렴한 가격이라는 매력적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SONY가 일으킨 파장은 광학 이미지 업계에 전체에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 합니다. 어쩌면 업계 전체가 개편 될지도 모를 그 시작점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 5년 후 어떻게 될지 무척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SONY a9 리뷰를 작성하고 나서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카메라가 제공하는 고도의 정밀도, 속도, 기능들은 프레스, 스포츠, 공연 프로 사진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 이지만,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피사체를 담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하는, 제가 평소에 항상 주장하는 이 세상에 가장 보편적이며 훌륭한 사진가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바로 아빠 혹은 엄마입니다. 이런 진지한 리뷰 글에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런 게 떠올랐습니다. 이상한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