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이용한 주피사체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광각렌즈가 제공하는 시각 문법 중 하나는, 원근감 과장 효과를 통해 주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거나, 주 피사체와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성을 연결하여 담는 것입니다.
물론 좁은 건물 내부 혹은 풍경 등 에서 전체적 경관을 담고자 할 때 광각 렌즈를 사용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광각 렌즈 고유의 표현은 광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35mm 이하 부터 렌즈 초점 거리가 짧아질수록 화면 구성의 형세, 힘, 관점의 다양성이 더해집니다. 화면 작화에 있어서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주는 광각 렌즈의 줌 렌즈화는 아주 예전엔 그야말로 사진가의 꿈 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 16-35mm 같은 초광각을 커버하면서도 f2.8의 렌즈 밝기를 달성한 대구경 광각 줌 렌즈가 발매되기 시작합니다. 이 렌즈들은 애초 설계 및 제작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광각 줌 렌즈였기에, 화질 구성 요소를 일부 타협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무거웠습니다. 사진가 입장에서도 초광각 줌 렌즈라는 것은 원래 이런 것이라며 사용 해왔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높은 해상력과 표현력을 가진 이미지 센서가 탑재된 고성능 카메라의 출현으로 표현의 범위가 더 넓어졌습니다. 동시에 대구경 광각 줌 렌즈 입장에서도 보다 더 높은 표현력을 가능케 하는 렌즈의 필요성에 메이커들이 응답하기 시작합니다.
이와중에 SONY는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의 초기 컨셉을 작고 가벼운 크기로 남녀노소가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로 정하고, 그에 적합한 렌즈 크기와 무게를 제안한 렌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줌 렌즈의 경우도 최대개방을 f/4로 억제하여 크기와 무게를 줄인다던가, 화질의 구성 요소 일부를 타협하여 가능한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식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이 전략은 유효해서 많은 사람에게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의 컴팩트함을 어필하여 사용자층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SONY a7R2의 등장을 시작으로 a9, a7R3, a7m3로 이어진 라인업을 통해 하이 아마추어 및 프로 사용 인구 유입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고 가벼우며 고성능이라는 장점 외에도 다른 장점들이 어필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어쨌든 렌즈가 크거나 무거워도 좋으니 대구경, 고성능 렌즈 라인업을 당장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다시 말해 SONY의 FE 마운트 저변이 명확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SONY가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본격적인 렌즈 개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왕 만든다면 SONY가 투입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모두 담은 최고의 렌즈로서 높은 해상력과 부드러운 보케의 양립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을 파괴한 렌즈를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기존 G 렌즈를 뛰어넘는 SONY의 새로운 렌즈 라인업인 G Master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구경 고화질의 초광각 줌렌즈가 발매되기에 이릅니다.
바로 SONY FE 16-35mm f/2.8 GM (G Master) 입니다.
이 렌즈에 관하여 먼저 결론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SONY FE 16-35mm f/2.8 GM 렌즈는 지금껏 SONY가 만든 렌즈 중에도 최상위 기준을 다시 한번 더 끌어올린 렌즈이며, 동시에 광각 줌 렌즈계에 있어서도 화질, 크기, 무게, 구조, 설계 기술적인 면에서도 명확하고도 빛나는 기준을 새롭게 세웠습니다. 또한 제가 경험한 35mm 풀 프레임 포맷 광각 줌 렌즈 중에서 가장 최고의 것입니다.
그럼 지체하지 말고 외관을 훑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렌즈의 외관은 요란함 없는 정제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포커스 링은 전면, 줌 링은 후반 배치로 되어 있습니다. 줌 렌즈의 주 활용 특성에 맞춰 줌 링의 면적을 조금 더 크게 하여 엄지와 중지로 조작하기에 편리하게 조정되어 있으며, 포커스 링은 엄지와 검지로 조작하기 편리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줌, 포커스 링 사이에는 SONY 렌즈의 최상위 라인업을 상징하는 오렌지 G 로고의 디자인의 악센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정리하고 갔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SONY의 렌즈 라인업입니다. 최근 SONY 카메라로 신규 이전하는 분들이 많아졌기에 겸사겸사 훑어보고 갑시다.
SONY의 렌즈 라인업은 총 4종류가 있습니다.
1. 보급형으로 가성비 중심의 저렴한 노멀 SONY 렌즈 라인업
2. 오래전부터 SONY와 깊은 협력 관계를 가진 Zeiss 브랜드의 SONY 렌즈 라인업
3. Zeiss와 광학 성능을 겨루는 블랙 G 로고의 G 렌즈 라인업
4. SONY가 가진 최신, 최고의 기술을 집대성하여 높은 해상력과 아름다운 보케를 양립한 오렌지 G 로고의 G Master 렌즈 라인업이 있습니다.
SONY FE 16-35mm f/2.8 GM은 렌즈 이름에 GM이 말해주듯 G Master 라인업로서 SONY의 광학, 메카닉, 전자, 전기, 재료 공학을 집대성한 렌즈 입니다.
그럼 외관을 계속 살펴 봅시다. G Master 로고 밑에 '포커스 홀딩' 버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포커스 홀딩 버튼은 카메라에서 사용자 취향에 맞춘 커스텀 버튼으로 기능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커스텀 세팅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눈동자를 추적해서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 주는 'Eye AF'
2. 급격한 상황 변화에 순간적으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지속 중 호출' 기능
렌즈의 포커스 홀딩 버튼이 일반적인 DSLR에 마련된 전면 Fn 버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의 경우 DSLR을 쓸 때 카메라 전면 Fn 버튼을 평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터라, 렌즈의 버튼을 취향에 맞게 쓸 수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또한 렌즈 내부 경통 소재로 마그네슘 합금 사용하여 기동성을 위한 경량화와 더불어 열악한 환경에서도 통용될 내구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볍고 튼튼한 소재는 알루미늄이 일반적이지만 마그네슘 합금은 알루미늄 합금에 비해 경량화를 실현하면서 더 높은 강도를 실현할 수 있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알루미늄 가공에 비해 마그네슘 합금을 통한 정밀 부품의 제조는 상대적으로 매우 복잡한 가공 공정이 필요해지므로 각 부품의 정밀도를 확보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SONY a 시리즈 카메라 바디 자체가 높은 성능과 동시에 경량화에 힘쓴 바디이므로 렌즈 장착 시 중량 밸런스까지 맞춰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또한 손과 직접 접촉하는 외관의 경우 저온의 가혹한 환경에 사용하는 것 까지 상정하여, 만졌을 때 금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갑지 않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의도적으로 채용하여 사용성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단, 줌 링과 포커스 링의 경우 강도가 필요하기에 기반은 금속이지만 역시 저온 환경에서 조작 시 유리하도록 금속 위에 고무를 사용하였습니다.
필터는 82파이 사이즈를 사용합니다. 이는 주변부까지 최고의 화질 성능을 실현하기 위해서 임과 동시에 초광각 렌즈임에도 CPL이나 ND 필터를 추가 장비 없이 바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품질이 검증된 높은 품질의 필터를 바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화질 저하를 최소하 하며 CPL 필터로 하늘의 편광을 제거하여 깊은 느낌의 검푸른색으로 만든다던가 유리창 혹은 물의 반사를 제거하는 등의 일상적 촬영, 시간의 흐름을 한 컷으로 녹여내는 ND 필터 등을 바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필터를 사용할 수 없는 초광각 렌즈에 필터를 사용하기 위한 추가 비용 및 부피와 무게 증가 없이 빠르고 간편한 필터 활용 촬영이 가능합니다.
AF/MF 전환 스위치의 크기는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장갑을 착용해도 조작에 어려움이 없으며 적절한 버튼 높이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스위치 작동 조작감은 약간 가벼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경박하게 움직이진 않습니다.
AF 전환 스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상 렌즈의 전통적인 AF 구동 방식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DC 모터를 이용한 것이고 또 하나는 초음파 모터를 이용한 것입니다. Nikon은 SWM, Canon은 USM, SIGMA는 HSM, SONY는 SSM으로 부르는 명칭은 각기 다르지만 결국 기본은 링 타입 초음파 모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SONY는 아주 예전부터 프로용 촬영 장비는 물론 컨슈머용 캠코더까지 포함하여 오랜 명성을 쌓아온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렌즈 AF 구동과 관련된 기술입니다. SONY FE 16-35mm f/2.8 GM 에 채용된 AF 관련 기술 중에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구동 모터입니다.
렌즈 업계를 통틀어 AF 구동에 있어서 오직 SONY만 가능한 것이 있으니 바로 DDSSM 입니다. 풀어서 쓰면 Direct Drive Super Sonic Motor인데 이름 중에 Super Sonic이 들어 있어서 그냥 흔한 초음파 모터의 일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내용은 좀 다릅니다.
DDSSM은 매우 정밀한 초점 이동 제어가 가능하며, 구동 중 발생 소음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영상 녹화 중에 렌즈 구동에 의한 소음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영상 촬영 중 초점이 변화하는 작업에도 이상적입니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접근하자면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바꾸는 과정 없이, 피에조 소자를 이용하여 마치 리니어 모터가 동작하는 것처럼 다이렉트로 직선 운동을 합니다. 때문에 AF 작동 고속화를 달성하면서도, 렌즈 내부 구조 설계 이점이 커집니다. 이러한 피에조 소자를 이용한 모터의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본적으로 가열로 인한 고장이 나지 않는다.
2. 높은 초기 토크를 제공하므로 대구경 렌즈 제어에 탁월하다.
3. 직접 구동장치로서 더 높은 제어 해상력과 정밀한 반복성을 가지고 있다.
4. 전력 요구 사항이 타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낮은 전압으로 장치를 구성할 수 있다.
5. 일반적으로 전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삼스럽지만 아무리 렌즈 해상력이 높아도 포커스가 제대로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초 광각 렌즈라 할지라도 대단히 높은 해상력을 가진 SONY FE 16-35mm f/2.8 GM는 근접 촬영 시 조리개 f2.8로 촬영할 경우 생각 이상으로 초점 범위가 얕기 때문에 AF 모터 제어에 있어서 미크론 단위의 동작 제어 해상도가 요구됩니다.
SONY FE 16-35mm f/2.8 GM에 채용된 DDSSM 유닛을 살펴보면 이 모터가 제공하는 AF 정밀도는 최소 1 미크론의 제어 해상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적혈구 세포의 두께보다 더 작은 초정밀 제어 해상도입니다. 또한 1 미크론 제어 해상도 기준으로 초당 50,000회 동작 해상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점 렌즈의 이동 속도는 풀 스케일의 최대 동작 해상도로 움직여도 최소 초당 5cm라는 AF 작동에 있어서 상당히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됩니다. 만약 모터의 동작 알고리즘에 따라 동적 동작 해상도를 적용하였을 시 이동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빠를 것입니다.
이 모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는 또 다른 부분은 의외로 손으로 포커스 링을 조작할 때입니다. 자연스러우며 섬세한 매뉴얼 포커싱이 가능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추가 설명을 하자면, 기존의 AF렌즈들은 매뉴얼 포커싱을 할 때 클러치가 걸리는 것과 동시에 AF 모터 제어가 끊어지면서 기계식으로 매뉴얼 포커스가 작동되었다면, SONY FE 16-35mm f/2.8 GM 렌즈는 매뉴얼 포커스 조작링과 포커싱 렌즈와의 기계적 연결 구동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매뉴얼 포커스 링 조작 시 움직이는 이동치를 센서가 수집한 이동 거리를 렌즈 내부의 처리장치와 펌웨어의 알고리즘을 통하여 렌즈 내부에 있는 DDSSM에 전달합니다. 따라서 포커스 링을 손으로 직접 돌리고 있더라도, 실제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AF를 담당하는 DDSSM 구동으로 매뉴얼 포커스를 구현합니다.
포커스 링의 동작 감촉과 반응성 및 정밀도는 DDSSM 모터의 1/1000mm 제어 해상도와 초당 50,000회 동작 해상도 덕분에 SONY FE 16-35mm f/2.8 GM이 가진 고해상력을 그 어떠한 틈새 없이 원하는 곳에 정확한 포커싱을 할 수 있도록 확실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위의 샘플은 35mm 화각, 최대 개방 f2.8, 최단 초점 거리인 0.28m 까지 다가가서 촬영한 것입니다. 피사체의 실제 사이즈는 엄지 손가락 정도의 크기입니다. 이 렌즈가 만드는 해상력이 감탄스럽기도 하지만, 광각이라도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 최단 초점까지 들어가면 피사계 심도는 극히 낮아집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얇은 피사계 심도로 인해 캐릭터가 쓴 안경테의 왼쪽과 오른쪽 초점이 다르며 왼쪽 귀와 오른쪽 귀의 초점 또한 다를 정도로 피사계 심도가 얇습니다. 이럴 경우 촬영 시 카메라의 포커스 모드를 DMF로 설정한다던가 확대해서 촬영하면 편리한데, 이때 DDSSM 모터에 의한 포커스 링의 움직임에 맞춰 섬세하게 반응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포커싱 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말하지만 아무리 AF 속도가 빨라도 카메라가 지정한 곳에 정확하게 멈추지 않으면 아무리 높은 해상도의 렌즈라도 쓸모가 없어집니다. 때문에 DDSSM 모터가 제공하는 토크, 순간 가속력, 브레이킹 감속력, 그리고 미크론 단위의 제어 정밀도는 업계 최고 수준의 것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기왕 이렇게 만든 거 고급 수동 렌즈의 포커스 링처럼 중량감 있는 촉촉한 감각으로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뭐 좋다 나쁘다 보다는 제 취향을 이야기한 거니까요.
물론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의 일반 사용 특성과 목적상 섬세하게 포커싱을 하는 데 있어서 아쉬움 없는 한도 안에서 포커스 링의 조작감을 살짝 기민하게 튜닝한 쪽이 더 적합하긴 합니다.
이처럼 화려한 스펙의 DDSSM을 SONY FE 16-35mm f/2.8 GM에서는 위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무려 두 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구조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물론 AF 속도와 반응성을 한계까지 올리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의 AF 속도와 반응성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DDSSM을 2개나 사용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플로팅 포커스 설계 구조 때문 니다. 통상 기존 렌즈 포커싱 설계 구조의 경우 무한대에 초점을 맞췄을 때 화질이 제일 좋으며 최단 초점 가능 거리에서 화질이 제일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 렌즈의 최단 초점 가능 거리에서 화질을 측정하는 것은 렌즈 입장에선 가혹한 일입니다. 하지만 플로팅 포커스 설계를 하게 되면 초점이 무한대에서 최단거리까지 전 초점 구간에서 렌즈가 제공하는 화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면수차에 의한 포커스 쉬프팅 발생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즉, 근접 촬영에서 증가하는 화질 저하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광학 수차를 효과적으로 보정하며 중심에서 주변까지 좋은 해상 감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최단 촬영 거리를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렌즈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을 남김없이 모두 다 끌어낼 수 있다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일반적인 렌즈의 단일 포커스 방식은 포커스 담당 렌즈 1군이 움직이는 단순 구조라고 한다면, 플로팅 포커스는 포커스 담당 렌즈를 최소 2개 군으로 분할하여 각자 별도의 이동 거리와 속도로 움직입니다.
다시 말해 포커스를 담당하는 렌즈 군 2개가 각기 이동 길이 및 속도가 다르게 설계되어야 하므로, 광학적으로 설계가 대단히 복잡해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캠 레일 설계와 관련된 부품 정밀도가 중요해집니다.
기존의 일반적인 플로팅 설계는 1 개의 포커스 캠 배럴에 2 개의 캠 레일을 만들어 하나의 회전 운동으로 2 개의 포커스 그룹이 앞서 만들어둔 2개의 캠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기계적 구조 제약이 많으므로 극단적인 경우 렌즈의 설계 구성과 복잡성에 따라 플로팅 포커스를 구현하기 위한 캠의 설계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복잡한 메카닉 부품의 치수 오차 및 캠 핀의 내구도에 따른 오차에 대해서도 직접 광학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렌즈 무게도 무거워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로팅 포커스 구조가 주는 광학적 이점이 무척 크기에 고급 렌즈에 필수적 설계가 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SONY는 일반적인 플로팅 구조에 필요한 물리적 캠에 다중 캠 레일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된 제어 모터 두 개를 달아버립니다. 다시 말해 포커스 거리 변화에 따라 연동 발생하는 가변 수차를 이상적으로 보정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렌즈 설계와 구성이 복잡해지더라도 물리적인 캠의 제약에서 벗어난 최상의 플로팅 포커스 시스템을 설계할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렌즈의 무게까지 경량화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의 중요 특징인 줌 렌즈로서, 전 줌 구간에서 무한대부터 최소 초점거리 모든 구간에 걸친 높은 광학 성능을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개념상으로는 매우 이상적인 설계 발상이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2개의 완전히 독립된 물리 모터가 각자 다른 길이와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마치 한 개의 논리 모터처럼 작동해야 하는 싱크로 작업이 중요합니다. 만에 하나 어느 한쪽의 포커스 유닛이 조금이라도 어긋나 버리면 초점이 맞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듣기엔 쉬워 보일지 모르나 1미크론 단위로 제어되어야 하기에 실제로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심지어 이 렌즈는 줌 렌즈 이므로 줌 범위에 따라 피사체와 렌즈의 거리에 따라 최적의 포커스 렌즈군의 이동 거리가 다르므로, 줌 렌즈에서 전 구간에 대응하는 플로팅 포커스 구조를 튜닝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까마득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걸 비유하자면 허공에 왼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 정확한 삼각형을 10초 동안 빠르게 반복해서 그리다가, 반대로 왼손은 삼각형을 오른손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 더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감이 안 오신다면 지금 직접 해보시면 재밌을듯 합니다.
다시 말해 2개의 포커스 그룹이 연동하여 작동하기에 어떠한 관계성을 가지고 정확하게 움직이는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빛을 얼마나 구부릴 수 있는지에 대한 렌즈 파워의 관점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결국 메카닉 설계 및 제어 알고리즘의 관점에서도 무척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현재 이러한 기술을 상용화 한 렌즈 제조사는 전 세계에서 SONY가 유일합니다.
AF 관련 기구들과 최단 초점 거리에서도 줌 영역 전체 구간 화질을 놓치지 않는 혁신적 플로팅 포커스 설계를 바탕으로 한 튜닝의 결과물은 어떨까요? 오렌지 색 사격형을 1 : 1 픽셀 매칭 (100% 확대) 한 것을 바로 아래에 붙여두었습니다.
위의 샘플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포타 필터 바스켓을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의 최대 광각인 16mm에 최대 개방인 f/2.8에 설정하였고, 렌즈 화질 테스트에 있어서 가장 가혹한 구간인 최단 거리 초점 (0.28m)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그럼 바로 이 렌즈의 최대 망원 구간이자 광각 렌즈의 시작인 35mm 구간의 최대 개방 및 최단 거리 초점 화질을 살펴봅시다.
이 렌즈의 최대 망원 구간인 35mm 최대 개방에서도 놀라운 화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의 화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좋을듯 합니다. 먼저 렌즈의 구성을 살펴봅시다.
렌즈 구성은 비구면 렌즈 3매, 극초단파 비구면 렌즈 (XA Lens) 2매, 저분산 ED 렌즈 2매를 사용한 13군 16매로 화려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렌즈 구성 자체가 대단히 호화롭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렌즈 라인업의 이름인 GM (G Master)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대표 요소 중 하나인 XA 렌즈입니다.
G Master의 3가지 키워드는 해상력, 보케, 반응성입니다. 이 중에서 해상력과 보케는 렌즈 전체 설계와 관련되어 있지만 G Master를 G Master 답게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중 하나가 해상력과 보케를 담당하는 XA렌즈입니다.
극초단파 비구면 렌즈인 XA렌즈를 이야기하기 전에, 렌즈에 관심 있는 분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XA렌즈의 기본형인 Aspherical 즉 비구면 렌즈의 역할을 잠시 살펴보고 이야기를 이어 가봅시다. 3장의 비구면 렌즈는 주로 해상력과 구면 수차 코마수차를 중점적으로 보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구면 렌즈 사용 시 수면 수차에 의해 콘트라스트가 떨어지거나 해상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렌즈 한 장으로 보정하기 위해 구면이 아닌 렌즈, 즉 비구면 렌즈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해상력이나 콘트라스트 성능을 높여야 할 때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렌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살펴볼 것이 바로 극초단파 비구면 렌즈 (XA) 입니다.
극초단파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고도의 정밀도를 가진 비구면 렌즈로서 표면 가공 정밀도는 0.01 미크론 즉 10 나노미터의 표면 정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적혈구 세포 1개의 직경은 통상 10,000 나노미터로서 XA 렌즈의 표면 정밀도는 적혈구 세포 1개 크기의 1/1000 수준의 정밀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극단적인 정밀도를 가진 비구면 렌즈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까요?
상술하였듯 비구면 렌즈는 높은 해상도 달성에 매우 유용한 렌즈입니다. 물론 렌즈 설계라는 것은 전체적인 구성과 밸런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렌즈가 이 정도의 높은 정밀도를 가진다면 해상력이 높을 것이라 기대할 만도 합니다. 그럼 이쯤에서 해상력을 판단하기 위한 MTF 차트를 봐야 할 듯 합니다.
SONY FE 16-35mm f/2.8 GM의 MTF는 무척 인상적입니다. 다만 저의 경우 SONY의 MTF차트와 실제 체감하는 부분의 차이를 느끼고 있는 쪽이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 렌즈가 가진 MTF는 상당한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하자면 SIGMA에서 제안하는 렌즈 회절에 따른 화질 저하 요소를 포함한 Diffraction MTF가 실제 렌즈로 체감하는 해상도에 근접해서 신뢰도가 더 높은 편입니다. 결과적으로 제조사에 대한 신뢰도 상승에 도움되기에 SONY도 Diffraction MTF를 같이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SONY의 MTF에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16mm와 35mm의 최대 개방 MTF값의 차이가 크기 않고 동심원, 방사형 둘 다 인접하게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샘플 사진대로 입니다.
또한 저분산 글래스인 ED 렌즈를 2매 사용하여 특히 축상 색수차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축상 색수차는 초점이 맞은면 기준 앞, 뒤에 가짜 색이 발생하는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
축상 색수차가 왜 중요하냐를 간단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일반적으로 주변부 색수차 (배율 색수차)는 고성능화된 현상 프로그램 덕택에 화질 저하를 거의 일으키지 않으면서 색수차를 상당히 쉽고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축상 색수차입니다.
위의 사진은 축상 색수차가 얼마나 골치 아픈지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색이 있을 리 없는 무색 쇠에 렌즈 축상 색수차로 인하여 가짜 색이 입혀진 상황입니다. 초점이 맞은 기준으로 앞쪽은 마젠타, 뒤쪽은 그린이 끼어드는 2차 스펙트럼 문제로 인한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축상 색수차는 현상 프로그램이나 후보정 프로그램 등으로 없애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따라서 축상 색수차만큼은 렌즈 측에서 줄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SONY FE 16-35mm f/2.8 GM의 축상 색수차 억제 능력과 해상력 그리고 포커스 쉬프트 발생 유무를 동시에 살펴보도록 합시다.
위와 같은 포커스 체크용 타겟을 이용하였습니다. 또한 저는 항상 렌즈에 있어서 화질 저하가 제일 크게 발생하는 가혹한 테스트 구간인 최단 초점거리에 맞춰 촬영하였습니다. 그럼 조속히 1 : 1 픽셀 매칭 (100% 확대) 결과를 보도록 합시다.
16mm 최대 개방에서 조차도 거의 최대 해상력에 가까운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축상 색수차 억제 능력은 줌 렌즈 중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라 할만합니다. 심지어 어지간한 단렌즈 보다도 더 뛰어한 축상 색수차 억제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상술한 플로팅 포커스 설계 덕분에 포커스 쉬프트의 영향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회절에 의한 콘트라스트 및 해상력 저하는 f/11에서부터 살짝 드러나기 시작하며 f/22에서는 회절 영향이 매우 크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해상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피사계 심도를 동시에 양립하고 싶은 경우 f/11이라고 기억해두시면 되겠습니다.
28mm 구간에서 또한 축상 색수차 억제 능력은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조리개를 단지 한 스톱 조인 f/4에서부터 해상력과 콘트라스트 성능은 거의 최대치로 올라옵니다.
35mm 구간에서도 축상 색수차 억제력은 여전히 뛰어나며 28mm 구간과 마찬가지로 조리개를 단지 한 스톱만 조여도 해상력과 콘트라스트 성능치가 최대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종례엔 줌 렌즈라고 하면 광각단의 화질이 가장 좋고 최대 망원은 화질에 있어서 만큼은 일종의 보너스 구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24-70mm f/2.8과 70-200mm f/2.8이 있을 때 70mm 화각 렌즈가 2개 있는 격이 됩니다만, 70mm로 화질을 최우선 해야 하는 촬영이라면 24-70mm의 70mm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70-200mm의 70mm 구간을 사용한다는 것은 화질을 중시하는 사람에겐 일종의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SONY FE 16-35mm f/2.8 GM의 경우 최대 망원 35mm는 보너스 화각이 아닌 제대로 완성, 완결된 렌즈로서 완벽히 기능합니다. 그야말로 줌 범위에 따른 화질 저하를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촬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FE 마운트에서 35mm 영역을 담당하는 SONY FE Carl Zeiss Sonnar T* 35mm F2.8 ZA 단렌즈 최대 개방과 SONY Carl Zeiss Distagon T* FE 35mm F1.4 ZA 단렌즈에서 조리개를 2단 조여준 f/2.8로 설정한 비교에서 조차 거의 동등한 해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줌렌즈의 최대 망원과 단렌즈가 붙어서 이런 결과가 나오니, 정말 이쯤 되면 팀킬도 이런 팀킬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것 이런 초광각 줌 렌즈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축상 색수차 억제 성능은 어지간한 단렌즈 수준보다 더 억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상황 재현을 위해 SONY a7R3에 픽셀 쉬프트 멀티 샷 기능을 사용하여 SONY FE 16-35mm f/2.8 GM 렌즈가 가지고 있는 모든 성능을 남김없이 표현하는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a7R3가 제공하는 픽셀 쉬프트 멀티 샷 기능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초해상도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제가 작성한 SONY a7R3 리뷰를 참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바로 샘플 사진을 보도록 합시다.
위 사진의 오렌지 색 사각형 영역을 1:1 픽셀 매치 크롭 (100% 확대)한 사진이 아래의 사진입니다.
우리가 지금껏 항상 사용해온 Single Shot의 경우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의 해상력을 전부 끌어다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지 센서의 베이어 패턴 인터폴레이션 원리에 의해 일부 디테일이 완전히 소실되었거나 뭉개지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에 비해 픽셀 쉬프트 멀티 샷 기능을 통해 단 1 픽셀의 디테일도 놓치는 일 없이 빠짐없는 표현이 된 위의 사진을 보면 이 렌즈가 얼마나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보량을 계산해보면 픽셀 쉬프트 멀티 샷으로 촬영할 경우 베이어 패턴 방식 기준으로 약 1억 7천만 화소 상당의 정보량을 취득합니다. 이렇게 취득한 엄청난 크기의 정보를 다시 인터폴레이션 해서 1억 7천만 화소의 상당의 화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a7R3가 제공하는 4,217만 화소 형식 안에 단위면적당 정보 밀도비를 최대 한계까지 밀어 넣는 방법으로 제공합니다. 그야말로 하이-파이 레졸루션에 대응하는 초광각 줌 렌즈라 할 만합니다.
다시 말해 이미지 센서가 발전하여 더욱 고해상도로 진화한다고 하더라도 SONY FE 16-35mm f/2.8 GM 렌즈는 여전히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렌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높은 해상력을 가진 이 렌즈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볼 만합니다. 기본적으로 렌즈 설계에서 높은 해상력과 아름다운 보케는 광학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상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여 수차를 제거하고 해상도를 높이면 보케가 경직되어 있다던가, 반대로 구면 렌즈만 사용하여 구면 수차를 보정하면 2선 보케가 됩니다. 아니면 애초에 일부러 해상력을 희생하고 아름다운 보케를 가져오는 방식이 기존 상식이었습니다.
물론 높은 해상력과 아름다운 보케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면 가장 베스트겠지만, 모두 가질 수는 없으므로 자신이 해상력, 보케 어느 쪽을 더 중시할 것인가에 따라 렌즈의 특성을 미리 인지하고 선택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례였습니다.
기존의 비구면 렌즈를 사용한 빛망울 보케에서 흔히 발생하는 소위 양파링 현상은 XA렌즈를 채용한 G Master 라인업에선 굉장히 억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구면 렌즈의 연삭 정밀도와 바로 직결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케라는 것은 단순히 아웃 포커스 된 빛망울 모양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보케라고 하더라도 그 종류는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초점이 맞은 부분과 맞지 않은 경계 영역 전환의 부드러움 그리고 아웃 포커스 된 후경의 부드러움 또한 보케의 영역입니다.
기존엔 렌즈를 설계해놓고 나서 보케의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 라는 방식으로서, 보케의 형태를 의도하여 렌즈 설계에 넣을 수 없었습니다. 약간의 우연과 설계자의 오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론적 보케였던 셈입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선 고성능 컴퓨터 연산 능력과 고도화된 광학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에 의하여 렌즈 설계 데이터를 보케 시뮬레이터에서 연산을 시키면 실제 보케 이미지가 출력되는 기술을 통해 애초 설계 단에서 개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해상력을 추구해가면서도 보케가 아름답게 되는 영역이 매우 좁은 지역이지만 존재합니다. 보케와 해상도의 균형이 존재하는 곳은 정말 핀 포인트로 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양산 단계에서 재현하는 것은 대단히 힘듭니다.
위의 개요도에서 보다시피 렌즈의 아주 작은 위치 차이에 따라 보케 형상이 매우 달라지게 되는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애초 렌즈 설계에서부터 검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G Master 라인업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보케 기준은 중심 밝기가 밝고, 2선 보케가 되지 않으면서 바깥 테두리가 부드럽게 빠지는 것입니다. 즉 보케가 입체적으로 보이면서 동시에 분포가 부드럽고 완만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의 예제에서 고른다면 일견 soft edge2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보케의 중앙이 어둡고 바깥쪽이 더 밝으므로, 이 경우엔 hard edge라고 되어 있는 쪽이 G Master가 추구하는 보케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가공 오차 및 치수 편차를 가진 부품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조립해서는 이러한 불균형 요소가 광학 성능에 영향을 끼치기에 설계의 이상적인 보케와 해상도의 양립 실현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각 부품의 치수 정밀도를 한계까지 몰아넣는 동시에 조립 시에도 섬세한 부품 위치 고정 조정과 결합 부품 치수 관리를 하면서 하나하나가 디자인의 목적대로의 이상적인 지점에 가까워지도록 합니다.
애초 제조 단계에서 이런 조정을 별도로 해야 하기에 렌즈 자체에 조정기구를 넣을 필요가 있게 됩니다. 따라서 애초 렌즈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정 공정을 실현하기 위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체 차이를 줄이기 위해 개체별 커스텀 조정을 하고 있으며 최상의 렌즈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자세, 마음도 G Master의 중요 개념 중 하나입니다.
보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조리개 날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인 조리개 날은 고급 렌즈에서 사용되는 9매 구성에서 한발 더 나아간 원형 조리개 날 11매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원형이 어디까지 유지되냐면 f/5.6까지 조여도 최대 개방에서 보이는 것과 거의 유사한 매끈한 원형을 유지하여 부드러운 보케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한편 조리개 날 개수를 이야기를 하면 따라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빛 갈라짐이기도 합니다. 그럼 바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f/2.8 부터 1 스톱씩 조여서 f/22까지 조여간 사진입니다. 야경 촬영 등에 있어서 빛 갈라짐을 생각하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세삼스럽지만 이쯤에서 이 렌즈의 원근감 변화를 살펴보지 않으면 좀 섭섭해집니다.
파일럿과 캐노피의 크기를 동일하게 맞춰 촬영한 것입니다. 가까이 있을수록 더욱 커 보이고 뒤에 있을수록 더욱 작게 과장됩니다. 사실 광각 렌즈는 넓게 찍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원근감을 조정하여 촬영하는 것이 재미입니다.
그럼 간단한 예제를 살펴봅시다.
위의 샘플 두장은 같은 장소에서 몇 초의 시간차로 찍은 사진입니다. 다시 말해 태양의 위치 변화 없이 빛이 들어오는 위치가 같다는 뜻입니다. 먼저 35mm로 찍은 왼쪽 사진의 경우, 제가 처음 눈으로 봤을 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촬영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대로 나쁘진 않지만 빛이 만들어낸 패턴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창문 쪽으로 몇 발자국 가까이 옮긴 후 16mm로 원근감을 과장하여 벽에 새겨진 창문의 패턴을 강조하였습니다. 몇 발자국의 움직임과 원근감 조정을 통해 같은 장소에서도 상당히 다른 인상 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광각 렌즈는 풍경 등에서 넓고 시원하게 찍는 것은 물론, 피사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원근감 강조 효과를 응용하여 다채로운 표현을 할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16mm라는 초광각에 들어서면 제법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지요.
다 좋다 하더라도 맑은 날에만 촬영 가능한 렌즈라면 곤란합니다. 좋은 렌즈 이기에 어느 때라도 촬영할 수 있어야 하지요. 때문에 최상위 라인업인 G Master 답게 방진, 방적 적용이 되어 있으므로 어지간한 환경에서도 촬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렌즈의 크기는 직경 88.5mm x 길이 121.6mm, 무게 680그램으로서 타사의 개방 조리개 값 고정 f/2.8 밝기에 유사 화각 렌즈 대비 화질이 가장 좋음에도 가장 가벼운 무게와 가장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무게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자면, 타사 대비 작게는 110그램에서 크게는 480그램 더 가볍습니다. 큰 무게 차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어지간한 고성능 렌즈 1개만큼 가볍습니다.
이 렌즈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왜곡입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서 좀 더 이야기를 이어 가봅시다.
최신 현상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왜곡 보정의 효율이 좋아졌고, 심지어 JPG로 촬영하더라도 카메라 내장 왜곡 보정이 가능하니 아쉽다고 말하긴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왜곡 보정을 적용할 경우 화각이 약간 잘린다는 점입니다.
애초 왜곡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극히 일부 초광각 렌즈를 제외하자면, 초광각 렌즈 왜곡 보정 적용 시 발생하는 약간의 화각 손실은 대부분의 초광각 렌즈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
다만 이렇게 된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광학적으로 본다면 렌즈의 f값과 초점 거리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렌즈의 크기와 무게가 결정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다음 3가지로 단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해상력, 수차 제어, 왜곡입니다. 이 3가지 요소가 좋을수록 렌즈는 커지고 무거워집니다.
화질을 높일 때 필요한 크기와 무게 증가 비율 대비 왜곡 잡는데 필요한 크기와 무게 증가 또한 무척 큽니다. 다시 말해 왜곡까지 철저히 잡으려면 렌즈가 대단히 커지고 무거워집니다. 동시에 가격 상승을 동반합니다. 다시 말해 렌즈의 화질, 크기, 무게, 가격이라는 4가지 요소와 왜곡을 잡을 때 투입되어야 하는 크기, 무게, 가격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합니다.
현상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렌즈 고유의 성능은 해상력과 수차 제어입니다. 그런데 왜곡을 잡으려면 해상력과 수차 제어에 들어가는 것 못지않게 상당한 렌즈 파워를 요구하는 것에 비해 현상 프로그램에서 비교적 쉽게 교정이 가능합니다.
현상 프로그램에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왜곡 제어에 들어가야 할 렌즈 파워를 재분배하여 현상 프로그램에서 해결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화질, 수차 교정 등에 더 힘을 쏟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왜곡 제어 자체에 아예 힘을 쓰지 않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왜곡이 너무 심하면 왜곡 보정 적용 시 화질이 떨어집니다. 또한 렌즈의 왜곡에는 베럴 형과 핀 쿠션 형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혼재된 왜곡을 가지는 경우 현상 프로그램에서도 정밀한 왜곡 보정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SONY FE 16-35mm f/2.8 GM렌즈의 왜곡이 무척 영리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핀쿠션과 배럴형이 합쳐진 혼합형 왜곡이 아닌 단순 곡선 왜곡이 되도록 정돈해둔 것입니다. 따라서 왜곡을 깔끔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왜곡의 크기 또한 왜곡 보정 시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딱 정리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화질, 크기, 무게, 가격의 4가지 요소를 영리하게 정돈한 왜곡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렌즈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코팅 기술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바로 Nano AR (Anti-Reflection) 코팅입니다. 플레어나 고스트를 억제하며 동시에 높은 콘트라스트 재현력을 가짐으로써 클리어한 쉐도우 디테일과 경계 묘사에 도움이 됩니다.
만약 렌즈 코팅이 없는 경우 공기와 렌즈의 경계에서 굴절률 변화 때문에 급격한 반사를 일으킵니다. 콘트라스트의 저하는 물론 심한 경우엔 해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반사 방지 코팅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종례의 일반적 코팅이라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코팅이 완충 역할을 하여 굴절률 변화가 완만해지고 반사가 작아집니다.
여기에 Nano AR 코팅은 나노 스케일의 독특한 입자 형태의 코팅이 된 것으로 렌즈로 입사된 빛의 굴절률이 완만하며 공기와 렌즈의 경계가 작아지기 때문에 반사가 크게 감소하여 콘트라스트와 해상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위의 샘플에서 처럼 급격한 콘트라스트 차이 속에서도 쉐도우 영역의 디테일과 하이라이트의 질감 및 콘트라스트 분리력이 가능한 것은 Nano AR 코팅 때문입니다.
코팅 이야기하는 김에 한 가지 더 살펴보자면, 전면 대물렌즈에는 액체가 표면에 접촉 시 발생하는 표면장력을 높여 접촉각을 높게 만드는 불소 코팅까지 추가되어 있습니다.
액체와 렌즈 간 접촉 면적이 작아짐에 따라 액체를 붙잡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작아지게 됩니다. 또한 표면장력에 의한 액체의 무게중심이 바닥에서부터 높아지므로, 쉽게 흐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일반적인 기름에도 같은 영향을 발휘하므로 발유 성능 또한 높습니다. 따라서 극한 환경에서도 렌즈를 운용할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됩니다.
따라서 지문, 먼지, 물방울, 기름, 진흙 등 외부 오염에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웹브라우저가 컬러프로파일을 올바르게 렌더링을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http://color.org/version4html.xalter 에 접속하여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광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친근한 원근감의 35mm부터 시작하여 사진적 과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초광각 범위인 16mm에 이르는 다양한 화법을 표현할 수 있는, SONY FE 16-35mm f/2.8 GM 렌즈의 화질과 성능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G Master로 나오는 이상 최고의 성능, 격, 품질을 만들겠다고 하는 강력한 의지가 전해질 정도로 SONY의 진심이 현실화된 초광각 줌 렌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높은 광학 성능과 보케의 양립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을 파괴하는 렌즈로서 단렌즈에 필적하는 높은 광학 성능과 아름다운 보케를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렌즈는 G Master 라인업 안에서도 독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정도 수준까지 허들을 SONY 스스로가 높여버리면 FE 16-35mm f/2.8 GM 렌즈 발매 이전 혹은 이후에 발매될 G Master 렌즈를 새롭게 접할 유저의 기대감과 기준 또한 높아질 것이고, 만약 그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좋지 않을 터인데.. 이 텐션은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 하는 다소 쓸 때 없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범용 초광각 줌 렌즈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바로 그 렌즈입니다. 광각 렌즈를 즐겨 사용하는 SONY FE 마운트 카메라 사용자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경험해봐야 할 렌즈입니다.
만약 타사 바디를 사용하고 있는데 SONY로 이주를 고려중인 광각 렌즈 애호가라면 FE 16-35mm f/2.8 GM 렌즈가 있으므로 안심하고 카메라 플랫폼을 SONY로 이주해도 되는 타당한 이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어떠한 방식에 의해서 혁명적인 이미지 센서가 나오고 그에 걸맞는 렌즈가 나올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G Master의 설계 철학 중 하나는 당대 최고의 것을 만든다는 것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진이라는 행위와 이를 둘러싼 생태계와 더불어, 표현 영역의 확장은 더욱 힘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초의 E 마운트 카메라인 NEX-3가 2010년, 최초의 풀 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a7 발매는 2013년입니다. 느낌으론 제법 오래 전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불과 얼마 전의 일입니다. 역동적인 개발 속도와 더불어 뛰어난 바디를 만들고 있는 SONY는 이제 렌즈에 있어서도 막대한 개발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ONY가 내놓은 FE 16-35mm f/2.8 GM이 사용자 입장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이 렌즈를 사용함에 있어서 그 재미를 느끼고 싶다 라고 한다면 남은 것은 무엇이 있을지, 피사체에 접근하는 방법, 내용, 관점 등의 표현 형식을 생각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위에서도 흔히 들어 볼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만, 세상에 나쁜 렌즈는 없다 라는 금언을 다시금 되새기며 저 스스로도 작업할 때 왜 이 렌즈를 선택해서 작업하게 되었나 라는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한줄 요약 :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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