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봄

근처 편의점엘 다닌 지 이럭저럭 3년이 되었다. 그 사이 주인이 한두 번인가 바뀌는 듯했지만, 그것이 주인이 바뀐 것인지 어떤지 사실을 알 길은 없다. 단지 그렇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아주머니와 할머니의 그 어딘가 길목 즈음인것 같은 편의점 점주는 언제부턴가 내가 카운터 근처에 가면,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항상 내가 피우는 담배를 먼저 집는 짧은 동작과 함께, 짧게 인삿말 같은 안부를 나누게 되었다.

도대체 언제 쉬는지 모르겠지만 낮에 가도, 한밤에도 있었다. 때론 검은 새벽녘 밀어닥친 물건들이 정리되지 못한 체 모진 피로에 밀려 카운터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볼 때가 많았다.
담배 한 갑 사려 굳이 사람을 깨우는 게 맞나, 담배 한 갑 마진이 얼마 안 된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냥 다른 편의점엘 갈까, 그래도 매출이 나오니 여기서 사는 게 더 좋을까, 아니 그 이전에 한 겨울 강원도에 쌓인 눈 더께 처럼 쌓인 피로를 조금씩 녹이고 있는 단잠의 가치와 담배의 매출을 애초 비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소심하고 시시한 생각이 들 땐, 나도 피곤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항상 그랬던 것 아니었지만, 때때론 혹여 깰까 싶어 조용히 그 자리를 나와 에둘러 다른 편의점엘 가곤 했다. 어느 게 더 좋은 건지 나로선 판단이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하는게 간혹 내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라는 이기적 이유일 것이다.

계절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새로 머리핀을 한 모습이 잘 어울리신다던가 같은 말도 건넬 정도가 되었다. 새벽 담배 사러 갈 때 잠들어 있는 점주를 조심스럽게 부르니 선잠에서 번뜩 깨어나 담배를 바로 꺼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듣기론 마진도 얼마 안 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깨워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저 오시는 것으로도 감사하다고 화답을 해주기에, 고맙다고 화답하며 괜히 옆에 있던 빵도 하나 더 샀다.

다시 시간이 흐른다. 특별할 일은 없다. 편의점과 나와의 특별할 일이 생긴다면 어떤 형식이 될까 상상해도 쉽게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단조롭고 평화적이며 조용하다. 이 사사로운 짧은 틈새의 고요함 그리고 변화하지 않음에 나는 감사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습니다. 라고 인삿말을 건넸다. 뭔 일로 기분이 좋습니까? 라기에 그냥 좀 기분이 좋습니다 라고 대답한 지 1초도 안 되어, 난 기분이 나쁩니다. 라고 화답이 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라고 물으니,

이게 틀린 일인 것 같은데 와 그리됐는지 그래서 영 기분이 벨롭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이게 무슨 말인지 해석이 안되어, 상대방의 눈을 봤는데도 2초 정도 걸린 것 같다. 아아… 이런.. 평소와 다르게 고맙습니다라는 말 없이 조용히 담뱃값을 계산하고 편의점을 나왔고, 내 어깨 뒤에서 늘 들리던 감사하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2025년 4월 4일 14:43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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