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람이가 얼음 주머니를 만들었다.
시원한 느낌에 몸이 스르륵 풀린다.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작업실을 나서서 국제시장 빙수골목까지 너털너털 걸어갔다.
약간은 무덥지근하지만 바람은 낮의 끈적임보담 훨씬 상쾌한 느낌이었다.
3명이서 자리를 잡고, 늘 가던 빙수집에 아줌마 얼굴을 보며 눈인사를 했다.

‘빙수 3개 갈아주세요’

서걱서걱 하는 소리, 그때 불어오는 여름 밤 특유의 바람냄새
말없이 빙수를 먹었다.
그릇을 달란다. 더 주겠다는 말이다.

그것도 시원하게 먹었다.
먹는 도중 잠시 멈추고 주위를 봤다.

오른쪽 다른 빙수집에 앉은 여자 손님 둘, 백열등 불빛때문에 피부가 멋지게 보인다. 화장품 가계도 있고 뒤엔 사람들이 계속 지나간다.
손님이 없는 빙수집에서는 빙수 한그릇 들고 가라고 행인에게 소리친다.

바람은 좀더 선선해졌다. 무척 부드럽고 달큰하고 담백한… 그런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담배 하나를 물고 다시 터벅 터벅 걸어서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

바람은 날 행복하게 해 주었다.

여름엔 팥빙수가 맛있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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