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보통은 그렇다. 짓이기고 늘어지고 터지고
그렇게 되고 나면….

식의 말을 간혹 듣곤 한다.

물론 내 경우에도 그런류의 경험을 몇번은 하였고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것들또한 몸으로 느껴왔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스며들고 나라는 인간에 대해 어떤 부분에 있어선 깎아낸것도 있고 붙어있는것도 있었다.

요즘들어 잦은 편두통,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실은 요즘 난 무척 힘들다.
밥도 잘먹고, 화장실도 잘 간다.

난 요즘 무척 힘들다.

어떤 부분 혹은 넓은 부분에 있어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뭔가 부드럽고 차갑게 미지근한 늪으로 조금씩 조금씩 전혀 느끼지도 못한체 늪속에 빠져가는 기분이다.

뭔가 허우적 거리는것도, 살기위해 버둥거리는 일도 없이
여전히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간다.
그렇게 늪으로 조금씩 침잠해간다.

요즘들어 저녁때만 되면 극심한 두통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남아있던 하얀 약알 몇개로 근근히 버텨내고 있지만, 이것도 어짜피
시간을 지연시킬뿐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봄이 온다.
지겹도록 이빨갈리도록 길게만 느껴지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딱히 봄이 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게 있냐 하면 그다지 그런것도 없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작년과는 달리 올해엔 학교를 나가지 못한다는 점. 그것 하나만 다를 뿐이다.

실은 난. 봄 보다는 겨울이 끝나갈때 즈음에 선선하게 슬쩍 느껴지는 겨울속의 봄햇살을 좋아한다. 겨울은 아직 도처에 널려있고 아직도 겨울이라고 확실히 느끼고 있지만, 어쩐지 햇살냄새, 공기냄새, 바람냄새, 도로에서 올라오는 아스팔트 냄새에서 겨울과 봄이 같이 슬쩍 물들어 있는… 그런 봄의 냄새를 좋아한다.

조금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봄의 햇살이 나의 내장을 비추고, 나의 허파를 비추고, 나의 목구멍을 비추리라.

흐드러지게 피어올라오는 벚꽃도… 그리고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벚꽃도, 나의 내장속에 차곡히 담기리라.

지금은…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 차가운 물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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