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3시 반쯤. 담배가 떨어져 편의점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갑을 열어 담뱃값을 꺼내는데, 어쩐지 묵묵히 지갑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다지 적지않은 돈이 들어있긴 하지만, 이리저리 나가야할 종이조각들.
처음엔 담배 2갑을 살려 마음먹었는데, 왠일인지 ‘아저씨 담배 4갑 주세요’라고 말해버렸다. 평소에 항상 한갑 혹은 두갑씩만 사던 내가 갑자기4갑을 달라고 하자 점원은 ‘네? 4갑요?’ 라고 한번 확인을 하고 4갑을 건내주었다. 그리고 난 돈을 건네주었다.
확실히 여름이 다가옴을 느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름이 오고야 마는것이다.
하지만 난 흰색 반팔 셔츠를 하나 입었을 뿐이었고 밤공기는 의외로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다. 돌아와서 암실입구쪽에 있는 골판지들이 땅에 붙어있는걸 보고 한번 벽에 다시 붙여봤지만, 땅에 다시 붙는다.
두번정도 그렇게 하다가. 그냥 무덤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담배 한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무감히 스쳐가는 담배맛, 무감히 나의 몸을 스친다. 언제나 그렇듯 거의 일주일째 한번도 쉼없이 돌아가는, 동그마니 소리를 내는 냉각팬 소리, 투닥토다닥 토해내는 키보드 소리, 어딘가 아주 중요한것은 아니지만, 제법 비슷하게 중요할법한 어떠한 젤리같은 덩어리가 들어갈만한 공간이, 그곳에 있어야할 젤리같은 것이 비어있는 공허함을.
그래서, 난 작업실을 재정비하기로 마음 먹는 中이다.
무척이나 무거운 코끼리가 버둥버둥거리며 둥실둥실 떠있는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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