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꺼내다.

삼 사일전쯤이었을까.

딱히 날씨가 덥진 않았지만, 선풍기를 꺼냈다. 먼지쌓인 비닐을 벗겨내고, 뭍어있는 먼지를 대강 닦아내고, 전원을 올렸다. 1년 조금 안되는 시간만에 선풍기는 잠을 깨고 일어나서 바람을 만들어 주었다.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비가 온다. 선풍기는 잠을 자고 있고, 약간 쌀쌀한 날씨덕분에 가스히터를 틀었다.

좋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선풍기를 조금 늦게 꺼내도 괜찮치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엎어치나 돌려치나 꺼내야 하는건 매한가지다.
‘어짜피’ 꺼내야 하는것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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