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나에겐 소파가 하나 있다.

얼마정도의 시간이 같이 지냈는진 정확하진 않다. 대강 어림잡아 12년 혹은 14년 정도 같이 지내왔던것 같다.

그 소파는 항상 그랬다.

좋을때도, 흥분할때도, 참담할때도, 피곤해서 쓰러질때도, 기분이 좋을때도 언제나
그랬듯 항상 똑같았다.

언제나 부드럽고 포근하고 따뜻했다. 아무런 말 없이 아무런 소리 없이 항상 감싸주었다. 관리를 하질 못해서 바깥에 있는 가죽 껍질이 말라버려 쩍쩍 갈라지고, 하나 둘씩 벗겨져가는 와중에서도 항상, 언제나 그랬듯 아무말 없이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수많은 수십 수백명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머물고 혹은 사라지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파 참 편안하고 좋다고 그랬다. 난 그런 소리를 들을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어떤이는 그 소파엔 마법이 걸려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동의했다.

시간이 흐르고 더 흘러서 지금 작업실로 오고, 소파의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에서도 난 그 소파를 버릴 수 없었다. 시장에서 산 싸구려 천조작을 주섬주섬 들고와선 둘러싸고 그랬었다. 두번정도 색깔이 바뀌었다. 그래도 소파는 아무말 없이 여전히 처음과 똑같은 편안함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오늘, 정체 모를 소파를 하나 받아 들였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소파가 있는 곳으로 나갔다. 그 잠깐 5분의 시간동안 소파는 이미 쓰레기차 뒤에 붙어있는 유압식 압축기속에 부서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보이는건 압축기의 단단한 무쇠만 보일 뿐이었다.

남아 있는 자국도 없고, 10년이 넘는 나와의 인연속에, 언제 그곳에 버려졌냐는듯 홀연히 사라졌다. 흔적도 남지 않았고, 리폼 한답시고 거적대기를 둘러싼 천조각 하나 찾질 못했다. 기껏 가지고 간 카메라로 전혀 상관없는 쓰레기들만 연신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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