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하고 눅눅하고 눅눅하다.

머리속에 알알히 박혀있는 눅눅함이라는 것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그것이 목 뒤쪽을 타고 흘러내려와 척추를 관통하고 팔과 다리까지
눅눅하게 만들어버린다.

시시껍절한 음악 역시 눅눅한 음악.
필름을 스캔하고 있는 스캐너에서 나오는 위잉. 즈으으으으, 끄끄꺼끅 하는 소리도 팔뚝에 스며들어서는 눅눅하게 만든다.

몸이 찌뿌둥해서 기지개를 한번 하고는 이내 눅눅한 몸이 돌아온다.
마치 밀물과 썰물 같다.

맥주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여전하다.

담배가 다 떨어졌다. 바람을 지나 담배 두갑을 사고 돌아왔다.

입술은 굳게 닫혀있다. 언제든 부드럽게 열 수 있지만, 천근만근 입술은 무겁다.
여전히 스캐너는 나와는 관계없다는 듯 – 실지로 정말 관계는 없는 것이다 – 똑같은 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어디 남아있는 버본이 몇방울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힘내야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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