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붉은색, 검은색 잉어.

어떠한 동공감 이라는 것은 항상 미묘한 마취감을 가지게 만든다.

어떤 행위를 함에 있어서 무엇인가, 계속 하고 있는데 문득 동공감이
한번 들기 시작하면, 아무생각 없이 일은 계속 하고 있고, 머리 속은
점점 마취가 되어가는 그런 느낌 말이다.

무엇인가 한쪽에선 한 단어를 들고 있고, 나머지 한쪽에서는 그것과
짝이되는 단어가 있는데, 영원이 그 단어 둘이서 만날 일은 없는 것 이다.
물론 실질적으로 꼭 맞는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따위는 기본적으로 존재 할 수 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체험적으로 나마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해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조금은 이해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무한반복속에서 마취감은 점점 저려오듯 온 몸으로 퍼지고
마지막엔 그러한 마취감 자체가 지릿지릿한 고통으로 와닿기 시작한다.

따뜻한 볕이 느껴지는 한가로운 오후에, 조그만 인공호수 속에
있는 사람팔뚝보다도 훨씬 큰 비단잉어들을 물끄러미 보면서, 현기증이 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아서, 잉어를 찍지 못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회복하는 기간이다. 그런것으로 다시 나 자신을 깎아가며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진 않다.

어, 나 겁 먹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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