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해바라기만 보면 좋아라 한다.
그런데 해바라기 밭은 어쩐 일 인지 싫다.
1개도(송이라고 부르기 싫다) 좋고 2개도 좋다 3개 까지도 좋다.
하지만 4개는 싫다. 5개, 6개, 7개, 8개, 9개, 10개, 11개, 12개, 13개, 14개, 15개, 16개, 17개, 18개, 19개, 20개, 21개, 22개, 23개, 24개, 25개, 26개, 27개, 28개, 29개 까진 좋다. 나의 상상력은 거기 까지가 한계다. 그 이상은 어떻게 내가 손 쓸 도리가 없다. 능력이 여기 까지 밖에 안되는 것이다.
햇볕 잘 들고 그늘 잘 지는 부드럽고 나른한 오후, 햇볕 잘 들고 그늘 잘 지는 눈에서 눈물이 나올만큼 강렬한 빛의 에너지가 충만한 오후. 속에 스며있고 떨어져 있고 살아있고 죽어있는 해바라기를 좋아한다.
특히 도심 한 가운데서, 도심의 한 언저리에서,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것을 본다면 난 아마 그 자리에서 숨이 덜컥 막혀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펑펑 울런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조금 나온다.)
아직 우리나라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혹시나 만약 그런곳을 알고 있다면, 은밀히 제보 부탁 드린다.
솔직히 이것 때문에 일본에 갈까 라고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려 해본 적도 있다. 대강 어디쯤이 그런곳이 있더라 라는 제법 구체적인 장소까지 알아본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덕에, 깨끗히 그 생각을 정리했던 기억이 3년 전이다.
그러니까, 난 해바라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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