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아르바이트 하나를 끝내고, 조금은 여유있게 시간을 보냈다.
항상 미안스럽게 민폐를 끼친다는 느낌은 자꾸 나를 찌르는데, 그런 미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미안스러운 느낌이 불쾌하다거나 찝찝하진 않다. 단지 속으로 조금씩이나마 갚아나갈 일이 생길것이라 스스로 위안을 하는 것 정도가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다.
괜히 기분상인지 실제로 인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미묘하게 좁다싶은 계단이 있는 커피집엘 갔다. 문을 열자 언제나 똑같은 조명과 똑같은 주인과 똑같은 아르바이트 생이 있다. 싱긋 눈인사를 하면서 괜히 쑥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괜히 숨을 폐속 가득 싶이 들이 내쉬었다.
순간 눈앞이 보이지 않고 오직 아득한 느낌만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온몸을 휘몰아 감는다. 그렇게 5초 정도 가만히 서 있었다.
가끔 그러고 싶다.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평소의 페이스와는 다르게, 설령 커피가 식는다 하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마시고 싶을때가 있다. 아마 오늘이 그런 날 일게다.
어찌 보면 딱히 특별할 일도 없는, 그런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다. 누가 그랬듯 같은 하루 속을 그렇게 몸은 훑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도 어쩐지 이런 미묘하고 사소한 공기의 떨림은, 오늘 같이 미묘히 기분이 저 기압이었던 나에게 한 웅큼의 온기를 부여해준다.
기뻐 미쳐 날뛸 정도의 것이 아니라도, 그냥 순순히 사람이 있고 별 하릴없는 그런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들 속에서라도 특별히 표정이 드러날 것도 없는 조용한 타인의 미소와 나의 미소는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있어서 다시금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온기 일 것이다.
추신 : 주인장이 커피 드리핑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는데,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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