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얼떨결에 노래방에 따라갔다.
아주 어렸을때는 나도 몇곡인가 찾아가며 불렀던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단순히 신곡에 무관심하다거나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부를 수 있는 노래보다는 부를 수 없는 음악 혹은 부를 수 없는 노래쪽을 많이 듣게 되는 탓일게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되는 일인데다 설령 그렇게 에너지를 쏟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노래도 안되니 가끔은 같이 간 사람들에게 민망스러운 경우도 있다.
같이 간 일행중에 Don\’t know why 를 불러서 속으로 얼마나 깜짝놀랐는지 모른다. 그야 목소리 톤이라던가 창법에 있어서 차이라는건 어쩔 수 없는 것 이겠지만, 무엇보다 이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는 예상은 커녕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부분부분 미묘하게 어긋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듣기 나쁘지 않은 목소리다.
나 또한 나름대로 예전 기억을 조금씩 더듬어 가며 몇곡인가 불렀는데, 당시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Don\’t know why를 부르는 것을 들으며 머릿속을 지나간 것이 있었다. 예전엔 패닉의 노래를 즐겨부르곤 했던것 같은데 한곡도 부르지 않았다는 거다. 웃기는 건 흘러가버린 사랑노래, 이별노래 이런것을 부르고 있으니 스스로도 놀랄수 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그런 종류의 노래는 듣는건 나쁘진 않지만, 부르는 것은 좀 다른 경우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선 쉽사리 할 수 있는 종류의 행동이 아니다.
어째서 그런것일까, 이런저런 이유들을 유추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관두기로 했다. 그냥 그게 더 좋을것 같아서.
일행과 헤어진후 날씨가 조금 쌀쌀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견딜 수 없이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주머니 속을 뒤져보니 5000원이 전재산이다. 작다면 작은돈이고 많다면 많은 돈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근처에 살고 있는 K군 집에 미리 연락도 없이 불쑥 들어갔다. 괜히 그러고 싶을때가 있는 것 이다.
거기엔 Y군도 같이 있었다. 전에 빌렸던 7000원중 5000원을 갚았다. 조잔한듯 해서 괜히 미안스럽다. 자리를 잡고 뜨뜻하게 올라오는 전기장판의 열을 받으며 3편의 영화를 봤다. 담배를 피우고, 과자를 씹었다. 난 영화 한편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집중해서 보는 편이라 왠만해선 하루에 한편 이상 보진 않지만, 오늘은 어쩐일인지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는건 평소때 상황과 다름 없지만, 나쁘진 않았다.
옷을 추스려 입고 Y군과 함께 집을 나섰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괜스레 기분이 미묘하다. 어둑어둑한 사람 하나 없는 길거리를 캔커피 하나씩 빨면서, 교차점에서 헤어졌다.
돌아와서 보니 코트가 제법 젖었다.
그냥, 그게 더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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