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들어 난 항상 렌즈 2개 들고 다닌다. 당연히 하나는 마운트에 장착. 나머지 하나는 코트 안주머니에 항상 넣어놓고 다닌다.
오랫만에 K군과 술 한잔 걸치면서 무엇인가를 찍었다. 아마도 35mm로 찍다가 50mm로 바꾸었던것 같다. 무엇인가를 찍은 후 안주머니에 렌즈를 집어넣는데 바 넘어 있는 여자가 대뜸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렌즈 잃어버릴 일은 없겠네요\”
\”여자는 잃어버려도 카메라와 렌즈는 잃어버리지 않아요. 여자를 안주머니에 넣어 다닐수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잃어버리는 걸요\”
아무 생각없이 순순히 나오는 말 이었지만, 말 하는 순간엔 몰랐는데. 약 30초후 슬퍼졌다.
약간의 취기 때문인지 스스로에 대한 심리적 피막이 엷여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약간 감상적으로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막상 내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생각하면 머리를 긁적이면서 반숨도 되지 못할 정도로 피식거리고 말아버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종류의 것 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 나이에 있어서 그래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찻간에서 Queen의 Some body to Love라는 노래는 눈물이 날 만큼 적적하게 들렸다.
프레디 머큐리는 그렇게 속삭였다.
여자는 잃어버려도 카메라와 렌즈는 잃어버리지 않아요.
200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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