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

요즘엔 사진을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는게 한두번이 아니다.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힘들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진은 나의 숨통을 조여온다. 단순히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서 사진 그 자체가 사신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고통인것은 이미 오래전 부터 이야기다.

좀더 살아보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나이도 모자라고 생각과 마음이 모자라서고 모자라고 부족한 인간이어서 그런지, 하면 할수록 더더욱 힘들고 고통스럽다. 예전엔 객기에 사진을 찢고 필름을 태우고 카메라를 집어던졌지만, 지금은 그런걸로 잠시간의 갈증이나마 해소될리 따위 없다. 묵묵한 무표정의 얼굴만이, 견딜 수 있고 대항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말로 그만두자. 두눈 질끔 감고 그만두는거다. 어느 영화에서도 그러지 않았는가, 1분마다 새로운 선택의 인생이 있는거라고. 나쁘지 않은 거래다. 사진이라는 지옥에서 탈출하여 나 자신을 다독여주고 싶다. 하잘때기 없는 사진따위에 나 자신을 먹히게 만들고 싶지 않다. 난 상상만해도 내가 사진에게 먹히는 그 느낌과 촉감을 분명히 똑똑히 느낄 수 있다. 그래 그간 수고했다. 고생많았다. 라고 해주고 싶다. 아직까진 그대로 썩 늦은 나이는 아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는 것도 배우 보람찬 일 일것이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도 왠지 좋은일 일지도 모른다. 현명하고 총명한 아내와 나와 아내의 핏줄기를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물론 그만큼의 노력과 댓가는 필요하겠지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것을 막아주는 일들이 있으니, 천상 팔자 탓으로 돌리는게 속이 편할지도 모른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지금껏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사진이다. 난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슬프다.

난 도대체 얼마나 앞으로 더 살아가야 얼마나 더 많은 경험과 노력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사진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진을 할 수 있게 될 것인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너무나도 아득하다.

Prev 이별했다.
Next KodaChrome

Comments are closed.

© Wonzu Au / No use without prior permission other than non-commercial use. / 비상업적 용도 이외의 사전 허가없이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