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만에 쌀을 이용한 밥을 했다.
밥솥에 적당량 쌀을 넣고 씻기고 물을 떠내고 약 10~20분 정도 불린다음
전원을 올린다.
밥할때는 생각 못했었지만, 막상 냉장고를 열어보니 슬라이드 필름만 몇개 남아있고, 찬거리가 될만한게 거의 없었다. 남은건 계란 몇알 정도. 그나마 정말 다행스럽다.
낡은 프라이팬과 조금 남은 소금과 조금 남은 후추와 식용유를 들고 나왔다. 불을 올리고 식용유를 뿌리고 살짝 달구어질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여기까진 아무 문제 없었다. 계란을 깨고 투명한 액채가 하얗게 변해갈때 즈음, 왠지 기분이 아주 조용히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그럴땐 무표정이다.
익어하는 계란을 멀겋게 바라보며 갑자기 떠올랐다.
\’죠제와 호랑이와 물고기\’ 왠지 그 영화는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계란은 이미 익을대로 익어서 조금씩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스크램블 에그로 하고 싶었는데…
밥그릇과 젓가락을 가지고 와선 밥을 펐다.
그리곤 밥을 입으로 옮기고 타들어간 계란도 입으로 옮겼다. 조용히 계속 반복했다.
마지막 생선굽는 장면이 계속 맴돈다. 그리고 노래가 나온다.
\’내가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는 대강 백가지정도 있어\’
로 시작하는..
몹쓸 영화다.
200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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