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던 4월이 끝났다.
온세계가 자욱한 안개에 묻혀버린 몇일이었다.
어딘가 미지근하게 덥고. 미지근하게 싸늘하다. 작업실 창문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마치 고딕양식의 그것처럼 분위기가 바뀌어 있다. 이쑤시게 처럼 올라온 공중 크레인들이 진흙처럼 하늘하늘 녹아있다. 라디오헤드 라던가 포티쉐드 같은것이 스무개쯤 생겼다! 라고 해도 난 믿을 수 있다.
몇가지의 일들이 있었고, 몇가지의 상황들이 있었고, 몇가지의 두려움과 몇가지의 씁쓸함과 몇가지의 아픔이 있었다.
무겁고 밀도가 높은 아주 깊은 물속을 겨우 겨우 한걸음.한걸음.한걸음 걸어갔다. 멈춰있을순 없었다.
오늘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다. 작업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딕건물들 처마에 가고일 석상 몇개라도 놓아주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할때 너무나 희극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물끄러니 그 건물들을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지옥같던 4월이 끝났다. 5월은 더 잔인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조금 더 소중히 해주고 싶다.
200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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