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핸드폰의 기본 화면은 달력인데, 해당계절에 따라 뒷배경이 바뀐다.

예를 들어 3월부터 5월 31일까지는 노란 꽃들이 피어있는 들판 같은 것이 보인다.

6월 1일이 되자 부른 바다와 부서지는 흰 파도, 야자수 나무가 왼쪽에 걸려있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도대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만든 사람의 의도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림이 문제라기 보다도 6월 1일에 \’째깍\’ 라고 바뀌어버리는 여름이라는게 당체 맘에 들지가 않는다는 것 이다.

6월 1일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왔으면 하고 내심 굉장히 바라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 마음을 알아주었는가…

비가 오면 판초우의를 입은체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었다.
그런 기분이었다.

요즘 작품 하나를 만들고 있는데 한번에 10롤 이상씩 보기가 너무 힘겨웁다.
6월이 끝나기 전까진 프린트를 마쳐야 하는데 이래선 언제나 가능할런지 짐작도 안된다.

요즘들어 가-끔 느끼는 것 이지만, 사람보다는 술이 더 낫구나, 라고 생각할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스쳐지날땐 조금 슬퍼진다. 견딜만한 정도 만큼 슬퍼진다.

나의 여름은 언제쯤 시작 될런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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