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고 싶을정도로 울컥거리는 밤.

날카로운 렌즈를 하나 샀다. 그리고 수일 후에 카메라도 새로 왔다.
그래서 지금껏 나두었던 수염을 깎았다.
날카로운 렌즈에 비해 포커스링의 텐션은 어딘가 무르다. 바늘하나 정도 굵기의 딸각딸각거림이 느껴진다. 몇일 동안 그 날카로운 렌즈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동화되어가기 시작할 때 즈음, 불현듯 7~8년 전 즈음의 일들이 영문도 모른체 휩싸여 지나갔다.

밤이 되어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아는 동생놈 집에 잠시 들렀다. 잠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갈 채비를 하려 할때 방 한쪽 구석에 커다란 주방용 식칼이 반짝거린다. 어딘가 날이 뭉툭하게 망가져있지만, 어떠한 용도에 따라선 소위 칼의 용도로는 쓸수 있을것 같다. 몇컷을 찍다가 물어봤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느냐? 도둑이라도 들어오면 찌를려구? 하지만 대답은 그리 시원치 못하다.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는 느낌이다. 동생놈은 해병대 출신인데 잘은 모르지만 나름대로 칼 휘두르는 법은 알고 있을게다.

그렇게 수십컷을 계속 찍다보니, 그 뭉퉁한 칼날이 심장에 꽂히는 느낌이 든다. 꾸욱 참고, 숨을 멈춘체 계속 찍는다. 거의 한계점에 가까이 온듯한 느낌이 들었을때 아무말 없이 마지막 한컷을 찍어내고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캔커피를 하나 마시고, 담배를 3개피 태웠다. 귓구멍에 울려 퍼지는 노래를 계속 들다보니 금방이라도 토할것만 같았다. 중간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작업실로 돌아와 다시 담배를 한가치 태우며 스스로에 묻는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어째서 이런 느낌을 내가 느껴야만 하는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온몸을 비틀어재끼며 생각을 해봤자,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울컥 거림의 정체를 언젠가, 기필코 정확하고 냉정하게 내 손에 움켜쥘 수 있게 된다면, 그렇다면 좀 편해질까….

날카로운 렌즈는 너무나도 날카롭다.

오늘 밤은
왠지 잠들기 힘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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