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어떤식으로 되어버린건진 알 순 없지만 내안에 있던 무엇인가가 변했다. 어떤 감촉이라던가 형태를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가 변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진 알 순 없다.
한가지 느낄 수 있는 것은 슬프다는 것이다. 요 몇일간 나를 미지근하게 발적적으로 괴롭히던 우울증의 원인도 알게 되었다. 무작정 카메라 가방을 울러매고 어디론가 가고싶다고 생각했지만, 어딜 가더라도 어디에도 닿을 수 없다. 그런건 이미 알고 있다. 긴 밤의 형광등 불빛속에서 가느다란 안광만이 괴물의 눈알을 햛듯 움직일 뿐이다.
정체모를 분노를 내 손바닥 위에 놓고,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 글렌굴드도 이럴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날 괴롭히는 두통이 그쳤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200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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