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걷고, 춥고, 메마르고, 따스한 높고 낮은 바다를 보고
이미 주머니에 식어버린 캔커피를 홀짝 거리면서
바람을 가득 품고, 폐속에 있던 먼지를 조금 털어주고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에 서점엘 들려 책 한권 사려 했지만 찾던 책은 모조리 재고가 없었다. 그리고 외견상으론 코끼리 모양을 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샀다.

저녁을 먹고 영화를 30분인가 보다가 끈 후에 사진을 보고 다시 거리로 나와 추운 바람속에서 중간중간 실수가 잦은 5인조 브라스밴드의 성금함 앞에 지갑속에 있던 전재산 천원을 넣고 항상 가던 곳에서 커피를 얻어마시고 폐점 시간이 되어 돌아왔다.

오늘 하루 동안 4롤 정도 사진을 찍었다.

딱히 외롭다던지 하진 않다.
단지 해가 떨어진 후가 너무 추웠을 뿐이다.
어딜가더라도 나에겐 다르지 않다. 어디로 발걸음을 옮긴다고 한들 그곳은 나에게 있어서 호소하는 것이 없다. 그저 저마다의 상태로 길거리를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정직하게 알 수 없는 수많은 가계들과 노골적인 가계들, 주머니엔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은 순수한 36컷의 필름 두롤과 이미 담겨진 4롤의 필름. 그리고 카메라가 있을 뿐이다.

딱히 외롭다던가 하진 않다.
단지 추웠을 뿐이다.

초겨울, 항상 지나가던 골목길에 피어있던 해바라기가 죽어 사라졌던게 생각났다.
당연하다 겨울이니까 말이다.

Prev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카메라는..
Next Dog or Cat, dog or cat

Comments are closed.

© Wonzu Au / No use without prior permission other than non-commercial use. / 비상업적 용도 이외의 사전 허가없이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