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프린트가 끝났다.

마지막 남은 한장을 프린트 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하이라이트의 톤을 맞추고 그에 따른 쉐도우 톤의 기본값을 먼저 기본으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내가 원하는, 그리고 \’목적\’하는 톤을 만들어 내기 위한 변화량을 조절해간다. 쉐도우의 변화량이 큰 핸들링을 할땐 미드톤에서부터 하이라이트의 중간부분까지 같이 변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와 계산 그리고 경험이 요구된다. 그런식으로 감마값을 조절해나가면서 톤의 전체적인 무게와 촉감과 매끄러움 끈끈함 매마름 차가움 따뜻함을 만들어 나아간다.

그나마 오늘은 남은 프린트 분량이 적어서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프린트를 할 수 있었다. 보통은 12시간 15시간 동안 암실에서 거의 나오질 못한다. 그 시간동안 가끔 음악을 들으며 프린트를 하곤 한다.

몇번의 계속되는 프린트를 하면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마스터 프린트를 확인하기 위해 불을 켜고 스퀴지를 해서 면밀히 살펴본다. 셀레늄 토닝을 통한 디테일의 상승과 D-MAX의 깊어짐, 웜톤 인화지가 셀레늄으로 인해 살짝 중성화 되는 색조. 그리고 드라이 다운을 통한 톤의 변화량을 예견하면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는 암실에서 혼자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때 내 귀에 걸려있던 해드폰에서 바흐의 \’음악의 헌정, 리체르카레\’가 흘러나왔다.

순간 모든 것이 정지하는 듯 했다.

좋았다.
그리고, 서글펐다.

지금 인화지 수세기에 담겨 있는 사진들은 열심히 수세 되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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