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데, 시체색 앙상한 뼈에 붙어있는 노란색 개나리가 피어 있다.
아마 2~3일 전 즈음에 피어있었을 것이다. 꽃샘추위에 부들부들 뼈가 울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런 정도로 개나리 꽃은 시들거나 죽지 않는다.

어찌나 촌스런 노란색인지 나로 모르게 눈살이 지푸려진다.
키높이 정도의 담장을 따라 뼈들이 계속 주우욱 펼쳐져 있다. 하늘의 파란색은 즙을 모조로 다 빼버린 건조한 물통색이었고, 바람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돌아오는 길 버스에 앉아 내 등뒤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무심히 보면서, 언제나 그렇듯 혼자 있으땐 귀에 헤드폰 걸어놓고 음악들 듣는다. 의자에 앉은체 카메라 가방에 팔을 고이고 턱을 괸다.

바로 앞자리 좌석에 햇빛이 쏟아지는데, 아까 봤던 그 개나리 색이다. 그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뒷모습만 존재 할 수 있도록 허락 받은것 같은 늙은 중년의 반쯤 벗겨진 머리를 보며, 아까 봤던 개나리가 생각 났다.

잠자고 카메라는 꺼내지 않는다.
조용히 작업실로 돌아와 보내야 할 사진 3장을 정리하고 우체국에서 포장을 해서 발송했다. 돌아오는 길에 담배 한값을 사고 계단을 올라와서, 무심히 담뱃불을 붙였다.

바람은 너무나도 차갑고 밀도감은 떨어졌다.
쓸때없는 잡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배가 고파 계란을 2~3개 꺼내 소금과 후추를 넣어 계란후라이를 만들어 밥과 함께 먹었다.

여름이 빨리 오면 좋겠다.
그야 결국, 당연히 오고야 마는거지만..
그런식으로 또 당연히 다시 봄은 올 것이고, 이것을 얼마나 더 반복하게 될진 아직까진 알 수 없다.

10년째 항상 봄엔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
내가 봄을 증오해서인건지, 그래서 봄도 나를 싫어하는 지도 모르겠다.

개나리는 이제 됐으니, 벚꽃이나 피었으면 좋겠다.
미지근하니 따뜻한 밤공기 아래 벚나무에서 술이나 한잔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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