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 혼자 남은 후,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며 음악을 듣다가
오랜만에 체호프의 단편들이 읽고 싶어졌다. 헤르만 헤세처럼
무겁고 진중한 느낌과는 다르지만, 다 읽고 나면 명치와 목 뒷덜미가
아린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자주 읽고 싶지 않은 소설중 하나다.
내용이 짧아도, 오히려 짧기 때문에 다가오는 임팩트라는 것은.
특히 매우 간결한 문장으로 정황을 표현해내는 부분에 있어선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단편들 중에 ‘공포’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부분을 읽었다. 항상 그렇지만
메마르고 곁가지가 당장에라도 부러질듯한, 하지만 그 근저에는
끈적하고 습하고 날카로운 웃음이 남겨져 버린 느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대단히 직접적이며 비유적인 제목이라고 세삼 생각한다.
다 읽고 나선, 언제나 그랬듯 명치와 목 뒷덜미가 아릿하다.
이제 책을 덮고 필름 현상을 하러 가야 하고, 사진 셀렉트를 해야 한다.
200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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