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영문도 없이 쿠키가 몹시, 그것도 몹시 먹고 싶어졌다.
우려낸 커피는 진작에 차디차게 식어있었고 어슴푸른 밤의 냉정함이 내 몸을 휘감았다. 몹시 추웠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쿠키가 너무 먹고 싶었다. 정말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대강 걸치고는 양말은 신지도 않은체 아무거나 대강 신고 타박타박 걸어서 슈퍼엘 가선 쿠키를 두개 사고 돌아왔다. 그 사이 커피는 다시 따뜻해졌다. 종이박스를 열어 재활용 박스에 던져넣고 비닐을 벗겨 커피와 함께 먹었다.
아… 이제야 좀 살것 같다. 라는 기분이 든다.
쿠키를 먹고 커피를 다 마신후, 담배를 한대 피우고 시간이 잠시 흐르자, 쿠키가 먹고 싶어지게 되었던 그 상황의 전 단계로 다시 돌아갔다. 한가지 다른것은 더 이상 쿠키와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바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젠 술을 마시러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혼자서 마음을 온전히 풀고 조용히 마실 수 있는 술집따위 몇년 전에 다 사라졌다. 돈도 없는 상황에서 잘 되었다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술이나 쿠키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계절이 오고 있다.
200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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