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생각했다.

산이 있었다.

그는 걷고 걷고 걸었지만 정상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그는 힘들었지만 가끔은 휘파람을 불면서 혹은 혼자 떠들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침묵을 녹여낸 그대로 걸어가기도 했다.

얼마나 걸었는지 시간을 되돌려 보는 것도 무의미가 되어버렸다. 단지 계속 걸을 뿐이였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가끔 길손들과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함께 걸어가면서 좀더 힘을 내는 경우도 있었고, 서로 감미주를 나누는 때도 있었다. 주위의 꽃들과 나무, 야생초와 하늘, 바람을 나누기도 했다. 때론 실망을 하거나 상처를 주거나 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것도 몇백번이고 반복되고 나자 그는 예전 보다 눈매가 부드러워졌다.

단지 계속 걸을 뿐이였다.
그리고 그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생각한 정상이라는 것은 높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그게 아니였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산이 아닌 기울어진 끝 없는 평지를 걷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슬퍼하지 않았다.
슬퍼할 이유 또한 없었다.

그것이 산이였는지 아니면 기울어진 끝없는 평지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삶을 택한 자신의 방식이였다.
강한 마음은 부드러움 앞에 천진난만 할줄 알게 되었고, 지독한 심장의 열기를 관조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은 많은 것이 변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건 실제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과 동시에 그는 태어나 세번째로 아픈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실로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스스로 인정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는 그만 지금껏 쉬지 않고 걸어왔던 자신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처음 출발했을때와 다른게 없었다. 심지어 계절마저 그대로 였다. 그는 오열할 힘도 없었다. 단지 다른게 없다는 것을 조금 더 자각 했을 뿐이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일어섰다. 왜 일어섰는진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순간 그는 다른 것을 한가지 느꼈다. 예전엔 산으로 보였던 것이 기울어진 평지로 보였던 것이, 이젠 단지 자신이 걸어가는 길로서 보여지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했다. 난 행복하다고.

그리고 겨울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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