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

작업실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복도는 한사람 정도가 다닐 수 있는 조그만 크기다. 계단을 올라가는 공간에는 작업실 공사하면서 나왔단 각종 잡동사니(혹은 쓰레기)가 모여있는 곳인데 거기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이였을 거다. 자꾸 소리를 내길레 뭔가 싶어서 가보니 어두운 곳에서 눈동자의 빛을 내고 있었다. 혹시나 이 녀석이 장난 치다가 다친건가 싶어 가만히 보니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더라.

오늘 낮에 신경이 쓰여 다시 가보니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가 눈도 못뜨고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새끼를 낳은 어미는 신경이 날카로운 법이다. 조심스레 접근하니 역시나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를 하고 날 쏘아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적의 없는것을 알았는지 혹은 뭔가를 포기한건지 알 수 없는 느낌으로 가만히 있었는데 어떤 새끼는 어미 젖을 찾지 못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마도 다섯놈중 두마리 정도는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뭔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가만히 놔두었다. 그래도 신경이 쓰여 결국 물 한그릇 떠서 곁에 놔두었다. 이 근처에 고양이가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테니 말이다.

하얀색이 두놈, 타이거 스프라이트가 한놈, 얼룩이 두놈이 있었는데 하얀놈과 타이거 스프라이트 한놈이 신경쓰였다. 내 생일 하루 전에 태어난 놈들이라 그런지, 쓸때없는 의미부여를 하며 이것도 인연인가 싶은 기분이 든다.

이 넓고도 황량한 중앙동 바닥에서 내 작업실 구석, 사람들이 오지 않는 쓰레기 더미들 속에서 새끼를 낳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새끼들과 어미와 나라고 하는 인간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정말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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