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오실런지.

오후께에 미술관에 작품 반입을 하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겨울의 시려움을 막아주고 걷던 거리를 좀더 잘 듣게 해주던 검회색의 코트를 벗어놓고 조금은 가벼운 옷을 입었다. 오전과 저녁엔 약간 쌀쌀하지만, 햇살이 동공을 관통하는 느낌이 드는 오후께에는 제법 따사롭다.

12시가 넘은 밤시간에 암실에서 현상을 하는 동안 문득 미묘스럽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곤 스물스물한 느낌이 들었다. 불쾌함까진 아니더라도 좀체 안정되지 못한 불투명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은 항상 나로 하여금 입을 굳게 다물도록 강요한다.

암실은 추위 때문에 석유 팬 히터를 틀지 않아도 될 만큼 따뜻했다. 묵묵히 현상을 끝내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음악을 들으며 했던 생각은, \’ 이제 봄을 증오하는 것도 그만둘때가 되지 않았는가.\’ 라는게 고작이였다.

올해 봄은 조금 정도는 행복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뜨거운 욕탕에 콧구멍만 내민체 숨을 쉬는것 처럼 답답하다.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는, 봄 맞으러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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