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눈이 내릴때.

갑자기 예고 없이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언제나 그렇듯.

일을 마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겨울 차가운 공기에 쫄아든 커피와 함께 여러가지 궁리 거리를 찾아보고 방법을 찾아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 더욱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고자 담배를 태우러 창문을 열었더니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창문이 걸터있는 약 5센치 두께의 시멘트 난간에 빗자국이 보이는데 분명 비가 내리지 않는다. 어찌 되었던 난 지금 머리가 지끈거리므로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물어재끼곤 부드럽게 불을 붙였다.

멍하니 2분 정도 밖을 바라보자 이상한 이질감의 정체가 \’눈\’ 이였음을 알았다. 처음엔 타버린 하얀 담뱃재인줄 알았건만 눈에 보일듯 말듯한 눈이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에 뭍혀 소리도 없이 그야말로 무심하게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두운 밤에 살짝 날리는 허연 뼛가루 같은 담뱃재와 눈을 구분하는건 쉽지 않다. 그 둘을 구분하는데 난 10초 정도 걸렸지 싶다.

담배를 다 태우고 나서 드는 생각은, 부산에도 어설프게 눈이 내리는군. 어쩐지 춥더라. C군이 보내준 일본식 솜옷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다행이다. 그런데 이걸 눈이 내린다고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내일 손님들이 작업실에 올텐데, 올때 불편하지 않으려나. 그러고 보니 이젠 모기가 안보일때도 되긴 했는데 분명 어제 한마리 날아다녔더랬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담뱃재 가루와 눈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져갔다.

뭐, 당연하게도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리고 골치아픈 일은 합리적으로 해결 할수 있는 길이 쉬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배가 고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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