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과 할머니와 손주

밤 12시를 넘길 적 담배가 다 떨어지고 배도 고팠기에 어기적 거리며 적당히 챙겨 입고 편의점엘 가려 했다. 작업실 계단을 내려와 바로 보이는 40계단의 정상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꼬부랑 퍼머에 오렌지 빛 나트륨 등 속에서도 보일듯한 갈색의 찌그러진 피부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가 오롯이 먼곳을 보여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처연해 보여 가는 길을 멈추고 잠시간 보고 있으려니 앉아 있던 품 안에는 손자로 보이는 네살박이 정도의 남자 아이가 품에 어색하게 안겨 목을 늘어트린체 가느다란 눈으로 밤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할머니와 손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추석 전날에 이런 모습으로 40계단 정상에서 아주 먼 곳을 초점 없이 보고 있게 된 사연을 몇 가지 정도는 쉽게 상상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도 그 중에 하나 일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어쩐지 마음이 시큰해져서 더 이상 보질 못하고 컵라면과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편의점 밤에 참 편리하다. 낮에도 그렇겠지만 특히 늦은 밤 시간이 되었을때 아쉬울법한 것들이 기본적으로 있으니 특별하게 유난 떨지 않는 다면 어지간해선 여기서 다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풍요로움 속에서 조그만 컵라면과 담배 한 갑의 값을 치르고 다시 작업실 앞으로 돌아오기 까지 약 십분의 시간이 흘렀다.

나트륨 등은 여전히 엷고 탁한 오렌지 빛을 내뿜고 있었고 할머니와 손자는 10분 전과 완벽하게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너무나도 강해서 어딘가 초탈한 듯한 느낌을 나에게 주었다. 삶 속에서 수많은 고초를 겪은 후에 죽음이 나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될때서야 될 수 있을것만 같은 강하고 부드러운 그 모습. 아마 그 손주가 한밤에 긴 목을 늘어트린체 가느다란 눈으로 별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 같은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촌스러운 꼬부랑 퍼머에 이지러진 갈색 피부를 지닌 할머니는 촛점을 주지 않고 먼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숙연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작업실로 올라가는 한밤 중의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마음 속으로 그 할머니 뒤에서 짧게 묵례를 하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담뱃불을 붙이고 한모금을 들이키며 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참 이뻤더라.
조금 서글픈 기분으로 마지막 한 모금을 �b어내고 담뱃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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