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 의사의 오진으로, 전혀 그런줄 몰랐던 병을 들어냈다. 아마 수년 이상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수년 이상 전혀 기능을 못한체 덤으로 염증까지 매우 심하게 번져 있어 만만치 않은 상태 였다고 하는데, 비록 몸은 괴롭지만 수년 이상 전혀 기능을 못해도 막상 하루 하루 일상을 견뎌내가는데는 큰 지장이 없구나 하는 것이 괜히 신비로웠다.
수술 전 마취 할때의 감각을 생생하게 느껴보려 마취 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서 마지막 그 순간까지의 감각을 맛보며 재미 있었던 것은.
눈꺼풀은 100톤짜리 쇠로 누른듯 감겨지는데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남아있던 감각은 청각이였다. 그것이 나에겐 너무나 경의롭게 한편으론 너무나 당연하게도 느껴졌다. 그래. 마지막 까지 남아 있는 감각은 청각이라는 것.
눈을 뜨니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체 익숙치 않은 천장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무통 주사를 신청하지 않았기에, 온몸이 들끓듯 아프고 숨쉬는것도 가쁘다.
그 감각 역시 느껴보려 했으나 너무나 괴로워 반쯤 가파르고 작은 목소리로 진통제를 중얼거렸더니 옆에 있던 환자분들이 간호사를 호출하여 진통제를 맞춰주었다.
이십분이 흘러도 고통은 여전한데 어떤지 이렇게 슬금거리며 악랄하게 괴롭히는 고통의 감각이 나를 노쇄하게 만들어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무서웠다.
다시 십분쯤 지나니 겨우 안정을 취할 수 있었고 희안스럽게도 그렇게 무서웠던 감각은 사라졌다. 사람이라는 건 그런 존재다.
사일간 음식은 커녕 물 한방물도 마시지 못하고 있는데 희안하게도 숨이 가픈걸 빼놓곤 외려 몸이 조금씩 회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또 경망스럽고 희안스럽다.
십여년의 세월 동안 나를 꾸준히 괴롭혔던 몸의 일부가 나를 떠나고 지금은 회복기에 있는데, 수년간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을 장기를 때어냈다고 한다면 몸이 별 차이가 없어야 할텐데,
어쩐지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늘 시내에 용무가 있어 거리를 나섰는데 돌아올때 즈음 몸이 많이 지치고 쉽게 숨이 가쁘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수술한지 겨우 별일 되지 않았고 회복기에 있기 때문에라고 생각하면 간단할 일이지만. 기분 만은 어쩐지 그렇지 못하다.
전혀 기능을 못해 자신의 기능을 다른 장기가 대신하고 있도록 만들어 놓은 주제에 막상 사라지고 나니 마치 이년 전 헤어진 연인을 회상하는 듯한 감각이 몸속에도 도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좋으냐? 라고 묻는다면 일단 좋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야심한 밤에 아르마딜로 처럼 웅크리며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과 막 헤어졌을때의 오는 격렬한 고통은 이제 나와는 안녕이다.
기쁠 일이다.
그래. 사람이 원래 그런거지.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