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으로 저녁 시간을 지나 곰이 동면하듯 몸을 웅크리고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잠결에 뭔가가 느껴지긴 했는데 그게 뭐였는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몸이 무거워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8분을 지나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한지 대략 5~6시간이 지났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마늘소시지와 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남아있던 식은 커피를 마시고 다시 자리에 앉으니 희안하게도 마음이 허허롭다.
이런것은 어떠한 전조라 할 수 있는데, 역시나 십분도 지나지 않아서 적적한 쓸쓸함이 친근한 얼굴로 노크를 하고 내 속에 들어온다. 보통 이럴땐 음악을 듣거나 하는데 왠일인지 음악 들을 기운마저 없다.
해야만 하는 일이 세가지 정도 남아 있었는데, 그 중 한가지를 해치우고 나니 벌써 4시 30분이 지나있었다. 어딘가 석연찮은 기분이 들어, 남은 두가지 일 중에 한가지를 계속 정리하다가 지쳐서 쉬었다.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보기 좋도록 정리를 하는 단순 반복적인 일이다.
안구가 뻑뻑하니 잠시 눈꺼풀을 내렸다 올리니 순간 온 세계가 흐릿하게 보였다. 1초간 생각 했었다. 이대로 볼까 아니면 빨리 눈을 감고 다시 떠볼까. 하지만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눈꺼풀은 자동으로 닫혔다 열린다.
암실에 잠시 들어갔다가 마음을 잡지 못하고 다시 나왔다.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된다. 예전보자 더 넓어졌지만 아직 내 공간이라고 하기엔 시간이 좀더 필요 할 지도 모르겠다.
다시 잠을 청하려 생각 해보았으나 마치 불꽃놀이가 끝난뒤에 내려오는 불꽃 시체를 흐린눈으로 보며 가슴 한구석이 뱅글뱅글 도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어쩔줄 몰라 하고 있다.
그리고 담배를 몇가친가 태워냈다.
시간은 아침 6시를 넘어가고 있고 찐득하고 가벼운 한숨이 기도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식은 커피도 다 마시고 남아있지 않았다.
선풍기의 흐르르르 거리는 전기 모터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데 어째서인지 적적한데도 고맙다.
어느날, 이런 날이 있을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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