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게도 봄의 끝 자락쯤 되는 평일에 간혹 반복되는 하나의 장면이 있다.
30대 중반 여자가 한 손엔 백을 들고
나머지 손엔 초등학교 저학년의 남자아이를 잡고 있다.
그리고 그 표정은 판에 박은 듯 같다.
어딘가 지쳐있고 사연이 있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아 가야 할지 모를 먼 곳에 초점을 둔 눈.
그 손에 잡혀있는 남자아이의 표정은
대체로 영문도 모른 체 엄마의 체념 어린 발걸음에 끌려가며
둥그런 눈을 뜬 채 조심스레 산만한 모습이다.
이런 판에 박은 듯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예닐곱 가지 사연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텁텁하고 두터우며 파랗고 밝은 그림자가 좁은 골목을 채우고 있었고 카메라엔 25mm 렌즈가 붙어 있었다. 그렇다면 좁은 골목을 오히려 멀찍이서 넓게 찍는 것이 이런 모습을 더욱 답답한 느낌으로 표현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쥐여 있던 카메라를 들려고 하는 순간
십수 년 전 나의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이 겹쳤다.
그런 일들이 몇십 번이고 몇십 번이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까 말까 망설이는 짧은 시간 동안,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나를 발견하곤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카메라를 놓았다.
나는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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