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세마디

늘 그렇듯 이런 류의 느낌은 전조가 없다.
그렇다고 무심하게 라는 것도 손가락 세마디 정도의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그와는 별개로 바람에 뇌가 흔들리듯 명징하게 쏟아 들어오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늘이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땅을 딛고 있는 발이 사라지기라도 하듯
민들레 홀씨 처럼 나부끼는 몸둥아리가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하늘이 하염없이
가깝게 느껴진다.

의외로 이 시간은 감각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자신도
알아차리기 힘든, 찰나의 순간 나의 다리는 돌아오고 시선은 지평선을 향해있다.

이런 류의 느낌은 전조가 없다.
하늘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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