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그리고 8년.

Nikon F6를 장터에 내놓았다.

장터에 내놓기 위해 사진을 찍고
셔터막 보호를 위한 플레이트를 올려놓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8년 전 이와 똑같은 일을 했었다. 그때도 날이 추운 겨울의 즈음 이였다.

이 카메라가 다른 사람의 어깨에 올려져 있는 것이 쉽게 상상 되진 않는다. 긴 시간을 함께 하고 많은 곳을 함께 했고 많은 것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조용한 전우 같은 느낌 이였다. F6의 경우 F5에 비하면 조금 더 살가운 느낌 이였지만 니콘의 플래그 쉽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조용함은 혈통으로서 조용한 것이다.

F7이 나올 올해엔 아무런 발표가 없었고 8년전 최초로 예감 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F7은 나오지 않았고 Nikon F6는 인류의 마지막 필름 플래그 쉽 35mm SLR 카메라가 되었다.

필름실에 남아 있던 Tri-X 400의 남은 컷들을 차근히 찍어 갔다.

F6의 마지막 컷을 눌렀다.
마음의 반응에 바로 반응 하는 셔터 버튼.
소리.
강렬한 속도.
조용히 흡수되는 진동.

그 이후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언제나 묵묵히, 확실하게 필름을 감아내는 모터의 소리.

그리고 필름 크랭크의 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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