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키보드 근처에서 모기가 힘 없이, 정신 없게 낮은 높이로 왔다갔다 하길레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딱 하는 소리가 들리고 손가락엔 모기의 몸뚱아리가 통채로 짓이겨진체 선연한 붉은 핏자국과 비늘 같은 것이 가루처럼 붙어 있었다. 휴지로 암놈 모기를 닦아내고 책상을 보니 아주 선명한 붉은 피가 \’퍽\’ 이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그리듯 말라붙어 있었다.

감도를 400으로 올리고 60분의 1초로 맞춘 한도 안에서 최대한 조리개를 조여서 핏자국을 두컷 찍었다.
첫번째 컷은 핏자국을 살짝 전면에 맞춘것이고 두번째 첫은 핏자국의 몸통에 맞춘 것이다. 휴지로 남은 핏자국을 닦아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저기 내 등 뒤에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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