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것 없었던 평범한 하루 였다.

무척 무더운 날씨다. 천천히 걸으면 느슨한 땀이 속눈썹을 타고 눈물샘으로 들어가고 끈적한 등을 타고 흐른다. 사진을 몇장인가 찍었다. 되도록 f5.6 이상 조이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미끌거리는 미지근함을 풍기는 풍경이 너무나도 평범하게 널부러져 있는 곳을 사십분 조금 넘게 걸어 출구로 나왔다. 출구의 마지막엔 정말 희안한 것이 나를 보며 웃음 지었다. 그것은 마치 악 같았고 생명 같았으며 감옥 같았고 장난감 우주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꽃이 아니었다.

십 몇분 가까이 몇십컷을 찍었지만 도무지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 찍으면 찍을수록 그 느낌에 분명히, 확실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새겨가듯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찍어도 그 완전한 느낌에 다가 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느끼고 대략 이런 느낌이었던거지, 라며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일 첫번째 컷과 마지막 컷, 이 둘이 어쩐지 더 좋았다.

파랗고 누런, 선명한 하늘 빛이 만들어낸 거대한 여름 잎사귀의 표면은 이름 모를 벌레가 철두 철미하게, 심지어 어떤 규칙성을 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방에 구멍을 내 놓은 형태로 투과된 태양빛이 만들어 낸 것은, 마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남자의 어떤 상이 떠올랐다.

그늘 밑에 들어서면 제법 시원하다. 바람이 불고 얇은 나의 반발티의 속을 헤집고 지나간다. 텁텁하고 상쾌한 기분이 동시에 인다. 음악은 Presence 로 시작하여 베토밴 9번 4악장의 중반부를 넘어설때 쯤 식당엘 들어갔다. 손님은 나 외엔 없었다. 조용하고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온다.

중앙의 자리에 앉고 내부 전체 공간을 몇초간 훑으며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한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어째 물을 주지 않는다. 셀프인가 싶어 찾아봤지만 그런 이야기는 없다. 조금 목이 말랐지만 왠지 귀찮아졌다. 실내를 살짝 돌아보고 다시 자리에 앉은지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트레이에 주문한 음식이 담긴 채 테이블에 놓였다. 나를 왼손잡이로 생각 한 걸까, 숟가락과 젓가락이 왼쪽에 놓여 있다. 다시 오른쪽으로 옮기려는데 나무 젓가락이 젖어 있다. 게다가 물에 오랫동안 넣었거나 건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걸까, 검은색의 얼룩의 형태를 봤을때 그 젓가락이 어느 정도의 수심에서 오랫동안 있었는지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쌀은 탄력이 떨어지고 풍미가 엷다.
기억 나는 건 바질 향 정도.

값을 치르고 다시 길에 오르는 중
땡볕속을 천천히 한걸음씩 걸어내어가며 담배 한대를 전부 태워낸 꽁초를
땅에 무단 투기 하고 발로 밟하서 끈 것을 확인한 후
다시 하수구에 착실히 꽁초를 밀어 넣었다.
쓸쓸했다.

이어폰을 다시 귀에 쑤셔넣고 음악을 resume 했다.

오, 벗들이여! 이러한 선율이 아니오!
우리들은 좀더 기쁨 노래를 부르자
환희에 넘치는 노래를!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과 같은 빛남,낙원의 딸들이여,
우리는 광휘에 취해 천사의 성역에 발을 들여 놓는다!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것들을
신비로운 당신의 힘으로 다시 결속시켜 놓으리라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어라,
당신의 온유한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Prev 눈이 무겁다.
Next 그래. 이런 사랑도 있었지.

Comments are closed.

© Wonzu Au / No use without prior permission other than non-commercial use. / 비상업적 용도 이외의 사전 허가없이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