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압

2차 셀렉이 끝났다.

십여만장의 사진 중에 1차 셀렉하는데 8개월로 소모하고 2982장이 남았다. 그리고 다시 2개월을 소모하여 방금 전 2차 셀렉이 끝났다. 1143장이 남겨졌다.

1차 셀렉으로 농도가 짙어진 탓에 깊은 바닷속 수압으로 찌그러져 망가질것 같은 것을 아슬아슬하게 버텨가듯 했다. 하릴 없이 작업실에서 멍하게 보내는 날들이 많았다. 콧구멍에 바람쐬듯 도망치기도 하였고 비틀거리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받기도 하였다.

작품 두점이 팔렸다. 정밀한 코니컬 버 방식의 전동 원두 그라인더와 7년 전 부터 쓰고 싶었던 베어링 레일 방식의 듀얼 매트 커터 그리고 중성 뮤지엄 매트 보드를 구입했다. 마치 브레이크 오일을 갈아준듯한 감각이다. 이 감각은 어딘지 모르게 때쓰는 듯한 감정과 약간의 안심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비루한 서글픔이 듬과 동시에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백매화 향이 나는 여자에게 자각없이 홀릴것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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