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n D4s 첫 인상

바쁜 일과중에 택배 박스가 하나 날아왔다. 어떤 회사의 플래그십 카메라가 들어있는 택배라고 한다면 평소 같으면 하던 일을 ‘당장. 전부. 멈추고’ 박스 부터 열어봤을 것이다. 허나 나는 하던 일을 제대로 마무리 하고 박스를 열어보기로 했다. 일이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럴 기분’ 같은게 별로 들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껏 나에게 있어서 Nikon의 ‘한자리수 D’ 라는 것은 그 정도의 느낌이다. D1부터 D3x까지 이런 저런 인연으로 제법 사용을 했었고, Nikon의 한자리수 D라는 것은 한자리수 F와는 다른, 내 나름의 기준선이 마음 속에 잡혀있기도 했다. 게다가 선행 발매된 메이저 넘버링의 Nikon D4를 발매 당시라면 모를까, 그로부터 2년 뒤에 업데이트 버전인 Nikon D4s라는 것도 있었을 터이다. 사용하는 사람입장에선 신선도가 별로 없다. 대강 그 정도의 것이다.

무심히 바디를 잡았을때 느낌은 별 느낌이 없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히 되어 있다는 느낌일 뿐 (어떤 의미에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특별히 강렬하다거나 인상적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셔터 릴리즈 버튼의 경우 부드럽고 섬세하며 또한 릴리즈 되기 직전의 극도로 섬세한 바늘 끝점 같은 민감함과 단단함을 통해 카메라와 몸이 연결 된듯한 느낌 같은 것들은, 예로부터 니콘 플래그십 전통 특유의 당연한 것이니까. 다른게 있다면 셔터 릴리즈 버튼이 이전 니콘 플래그십에 비해 조금 더 강직한 느낌으로 마무리 되었다. 바디 디자인에 관해선 D4의 리뉴얼 모델이기 때문에 별달리 할 말은 없을것이다. 라고 생각 했지만 분명히 뭔가 느낌이 다르다.

특히 나의 경우 그립감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D4s의 그립감에 나는 잠시간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립감이 나쁘냐라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훌륭하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Nikon 카메라 역사 전체를 통틀어, 대단히 훌륭하여 외려 비현실적인 느낌의 그립감을 가지고 있는 Nikon F6에 비하면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것은 좋다 나쁘다의 기준과는 좀 다르게 와닿는 느낌이다. 심지어 역대 한자리수 D 카메라 중에 최초로 이것은 뭔가 그리운 느낌이 나기도 했다. 그것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러한 혼란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체 장님 코끼리 만지듯 계속 살펴봤다. 슈팅시 바디의 진동 억제력은 명쾌하다. 분명 내부에선 파워풀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데 어째서인지 진동 억제력 그리고 후에 남는 여진의 흐름과 처리는 우아하다. Nikon의 플래그십 카메라 라고 한다면 응당 이 정도는 되어줘야 할 것이다. 혹시나 싶어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르는 남성 지인에게 Nikon D4s를 들려주고 슈팅을 몇번 해본 후에 진동에 대한 소감을 물었는데 예상과 달리 대답이 걸작이다.

“ 기계식 카메라 같은 느낌이 별로 안들어요. “

지인의 카메라 경험이 어느 정도 인지 알고 있었기에, 저 말은 작은 컴팩트 카메라와 비슷한 인상을 받은 것이라 하겠다. 내 입장에선 컴팩트 카메라가 가진 거의 무진동에 가까운 정도까진 아니지만 반대로 초심자 입장에서 이 만큼의 차이가 느껴지는 정도라는 것에 대해선 바로 납득 할 수 있었다.

고감도 성능에 대해선 별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수치스펙으로만 본다면 상용감도가 25600으로 1stop 정도 좋아진 것 뿐인데 예상과 달리 의외로 이것이 촬영에 있어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나의 경우 빛이 모자란다고 판단 할때 사용 감도는 최대 400까지, 어쩔 수 없는 특수한 경우 1600까지 사용 하는 것이 보통인데 Nikon D4s의 경우 6400까지 올려서 써도 거슬리는 느낌이 없다. 느낌을 말하자면 마치 마법 같은 기분으로, 필름으로 비교하자면 T-Max 3200P 필름을 6400으로 증감처리 하였지만 나온 결과물은 마치 감도 200 필름을 썼을때 인상감이 비슷하다.

몇가지 커스텀 기능들을 살펴보던 중 포커스 포인트의 구동 형태를 바꾸는 부분이 있어 다양하게 적용해보았다. 개인적으로 포커스 포인트 인디케이터가 잘 안보이는 쪽을 선호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한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파인더를 통해 바라볼때 포커스 포인터가 흐름을 가리기 때문이다.
Nikon F5의 경우 비록 파인더의 밝기가 어두운 편이었으나 포커스 포인터가 필요시 집중할땐 보이고, 렌즈 너머 피사체를 볼땐 포인터가 잘 보이지 않아서 집중 할 수 있는 그런 것을 난 포커스 포인터가 응당 가져야 할 최고로 미덕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Nikon F6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 또한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포커스 포인터였다. (대신 파인더의 밝기와 선명함을 얻었다)

그룹 다이나믹 AF시 십자형태로 된 포커스 포인터 형태가 되는데 Nikon D4s에서 추가된 기능인 커스텀 셋팅 a5 항목 (그룹영역 AF 조명)에서 아주 작은 점(dot)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십자형태면서도 십자의 교차점이 되는 부분은 아에 포커스 포인터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에 매우 가까이 왔다. 한가지 더 추가 되었으면 하는 것은 그룹 AF만이 아닌 싱글 포인트 AF모드에서도 지원 되었으면 한다.

그 외 AF관련해서 속도, 정밀도, 추척성능등 여러가지를 사용해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정밀도가 조금 더 올라갔다는 인상이다. 그 밖에 관련 부분은 좀더 심도 있게 사용해야 알 수 있을듯 하다. 또한 바디의 사용 목적상 빠른 JPG촬영이 많은데, 이에 따른 화질 그리고 업무 특성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하는 오토 화이트 밸런스의 평가 성향이 약간 달라진 인상감을 느꼈다.

그렇게 쭉 사용하고 있는데 불현듯 뭔가 느낌이 왔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그리운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 녀석 어딘가 Nikon F5와 닮아있다. 아마 그립의 느낌이 많이 닮아있지 않을까 한다. 굳이 말하자면 Nikon F6의 형태가 녹아있지만 Nikon F5에 좀더 가깝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나의 몸에서 지워지지 않는 Nikon F5의 무감한 침묵의 느낌이 선뜩선뜩 하다.

나중에라도 각 잡고 리뷰를 쓴다 치면, 이러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좋은 의미에서 문맥 정리가 쉬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Nikon D4s에 대한 첫인상은 대략 이 정도이다. 나의 경험을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이런 류의 첫인상감을 가지게 하는 카메라는 보통 둘 중 하나다. 도구로서 피사체와 사진가 사이의 심적 거리를 잇는 가장 짧은 거리를 만들거나 혹은 카메라에 눌려 끌려 다니거나.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보건데 Nikon F5에 비하면 명확히 따뜻한 쪽의 카메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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