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어떤이가 제법 고가의 대형 매트 커터의 직각을 맞추는 앵글 룰러를 실수로 치고 지나갔다. 애초 나 외에 사람이 거의 올 일이 없는 자리로 안전하게 세팅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내 생각이지 사람 움직이는 것을 완벽히 예상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발생했을시 심각한 문제 (끔찍 할 정도로 귀찮은 일이 생기는)가 발생 할 수 있는 확률이 있는 자리에 설치한 나의 실수 또한 크다.
그럼에도 그 순간 너무 멍해져선 깊은 짜증이 용암처럼 분출 하려는 것을 어떻게 겨우 겨우 넘기고, 어쩌겠냐 다시 맞추면 되지. 라고 넘기고 얼마간 방치했다. 이걸 다시 맞추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90도 직각에서 오차 범위는 0.1도 보다 작아야 한다. 작은 사이즈는 표시가 그리 나지 않으나 매트 사이즈가 커지면 완성된 매트의 크기 오차는 3~4mm 정도로 이 정도면 눈대중으로 봐도 표시가 날 정도의 상당히 큰 오차가 발생한다. 90도로 자르면 당연히 90도로 잘려야 한다. 그래야 사각형이 미묘한 마름모꼴의 사각형이 아닌 정확한 사각형이 되고 눈으로 봤을때의 느껴지는 기분 또한 정갈해 보인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속고 쉽게 피로해지며 쉽게 착각하는 것이 눈이고 광학적으로 작동은 하지만 뇌가 인지 하지 못하므로 감각 기관으로선 참 부정확한게 눈 이기도 하지만, 반면 눈 만큼 민감한 것도 드물다. 미묘한 마름모꼴의 사각형은 정갈한 느낌, 완결된 느낌이 들지 않고 어딘가 미묘한 냄새의 흔적 처럼 인지의 영역을 살짝 벗어난 것 처럼 심리적 감각으로 느끼는 불안함이 있다.
직각으로 잘라야 하는 것은 당연히 직각으로 잘려야 한다. 직각으로 잘려야 하는 것은 당연히 직각으로 잘라야 한다. 목적과 결과, 결과와 목적, 어느 쪽을 앞에 두더라도 상관 없는 지극히 심플하고 당연함에 대한 것.
하지만 0.1도의 차이로 뮤지엄 매트가 쓰레기통에 꾸역꾸역 들어가고 몇 시간 동안 끙끙거리면서 맞추면서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고, 계속 하다 보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싶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작은 사이즈에선 오차 범위가 작은데.. 라던가, 큰사이즈 일때 발생하는 2~3mm 정도 차이를 사람들이 알까? 아니 그 이전에 설령 안다고 한들 그냥 ‘당연한’ 오차 범위라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그냥 쓸때 없이 나 혼자서 이러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 약간 이런 풍으로 바뀐다.
그래서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 이기도 하지만..
담배를 좀 피우고, 커피를 좀 마시고, 음악을 좀 듣고, 빈둥거리면서 좀 쉬었다가 테스트로 만들어 놓은 매트를 다시 손에 쥐고 보고 있다 보니.. 개뿔이 남이 알던 모르던 내가 보면 바로 표시나고 보기 상그럽고 짜증나는데 남이 그렇던 말던 알게 뭐람? 이유고 남이고 지랄이고 필요 없고 일단 나의 이 불쾌함을 지우는 것으로 목적이 변질 되었다.
0.1도
뮤지엄 매트 보드는 계속 썰려나가고 심지어 윈도우 매트 의뢰 수량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무슨 삽질이람? 싶다가도 묵언으로 끈기 있기 계속 좁혀가던 중에 드디어 직각이 만들어졌다. 몇번이고 검증하고 만들어봤지만 당연한 90도 직각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희열감이 있었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었을 뿐이다. 희열 같은게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평화는 찾아왔다. 단순한 손동작으로 칼날이 쏙 하고 들어와선 두터운 종이를 쓸고 나가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으로 당연한 직각의 사각형이 만들어진다. 단순하고 우아하다. 쉽사리 눈에 띄이지 않는 우아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니 애초 이런거에 우아함을 느낀다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연한게 당연하게 된다는 것은 간혹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신뢰 할 수 있는게 존재 한다는 것.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 만큼 정직하게 보답하는. 그 신뢰가 온전한 결과로서 나오는 것들은 삶속에서 접하기 너무나 드물기에, 0.1도의 차이를 넘어 당연한 직각이 만들어지는 매트 커터 따위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서글픈 상태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기에 어떠한 감흥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이 좋다. 삶이라는게 보통은 너무나 지난하고 복잡하며 단순하고 구질구질하며 믿기 어렵기에.
그나저나, 그렇게 당연한 매트 커터를 나는 여전히 사고가 발생한 그 자리 그대로 두고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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