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df_monoPhony

breathe out

2019. Winter

sore

floating

self Portrait, 2018

polyPhony. 34

choroid

corpse mom.

잠이 들 수 없었다. 흔한 아침이 밀려왔다. 삼십 분 정도라도 눈을 붙이려 애썼지만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흐르지 않는 용암이 나를 태워 녹여내는것 같았다. 한 시간가량 이동하여 법정에 갔다. 나를 걱정 해준 친구를 만났다. 내 손에는 광목천 보자기로 쌓은 사진이 들려있다.

급히 병원 응급실로 뛰어갔다. 거기서 결혼 45년의 세월이 쌓인 시간 끝에, 모친이 상대방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것은 뇌사였다. 뇌사한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무척 논리적이며 동시에 참 이상한 것이다. 당신의 숨으로 쉴 때보다 인공호흡기가 밀어 넣는 호흡은 훨씬 더 건강하게 숨을 쉬는 듯 했고 체온은 따뜻했다. 마치 고요하게 깊은 잠이 든 것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이미 뇌사한 모친이 깊고도 두껍게 감은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그때까지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던 모든 것이 한순간 바스라지고, 4살부터 시작된 38년간 쌓인 분노와 티끌 하나 없는 맑은 살의가 쏟아져나왔다. 양쪽 안구에 양손 엄지손가락을 하나씩 쑤셔 넣어 확고하게 머리를 잡은 다음, 온몸에 체중을 실어 땅바닥에서 머리를 터트린 후에 그 어떤 도구도 없이 오직 맨손으로 뇌, 심장, 창자를 꺼내어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정당한 심판을 받아야 할 터이다. 대신 나는 카메라를 들어 모친의 시체를 찍었다. 휘어진 발바닥과 발가락 그리고 발톱, 희미한 굵기의 팔뚝에 남아있는 멍투성이와 닳아버린 손가락, 두터운 거죽 같이 되어버린 상냥한 모친의 얼굴에 깊이 감겨진 눈꺼풀에서 흐르는 눈물을 찍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체 셔터를 누르다가 견디기 어려워 울다가 미친 이처럼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가 다시 카메라를 움켜쥐고 모친의 시체를 찍었다. 가슴에 하나하나 지져진 낙인을 받아들인다.  뇌와 심장과 팔뚝과 손가락의 근육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때 찍은 사진 중 한 장을 액자로 만들고 영정 사진의 검은 리본을 붙인 걸 광목천 보자기에 쌓아서 법정에 갔다. 통과하는 입구에서 사진 액자에 대한 제지가 있었다. 위험 할 수도 있다는 이유인데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액자 패널로 위해를 가한다거나 유리를 깨서 어떻게 한다든가 하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옆에 사람은 소형 소화기 휴대가 통과되었다. 발상으로 따진다면 저것이 더 위험 할 텐데 싶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사람이 내려와서 법정 안으로 액자를 반입했고 방청 객석에서 영정사진을 꺼내서 무릎 위에 올린 지 10초도 되지 못 한 체 제지가 들어왔다. 상대가 이 영정 사진을 보지 못했다. 나는 지시에 잠자고 따랐다. 이 사진은 나중에 구치소에 보낼 것이다.

곧 증인석에 서서 서약하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피고인석에는 생부가 앉아 있었고 원고인 석의 의자 하나는 비어있었다. 증인석에 앉으니 머릿속이 반쯤 하얗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질문에 대답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질문에 중언부언하고 있었다. 일어난 상황과 연계된 감정적인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분리해서 대답하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날짜를 헷갈린다거나 상대방의 질문 의도조차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 때문인지 마음이 몸을 앞 찔러버린 감각 같다. 검사, 변호사의 질문 이후 생부의 발언을 듣는 중에 이성이 날아가버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 다가갈 뻔했지만 가슴을 닫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증인석에서 내려와 법원 구석에 있는 정자의 흡연 구역에서 담배 한 대와 라이터를 빌렸다. 담배가 절반 넘게 타들어 갈 때 쯤 소리조차 되지 못한 울음이 터졌다.

함께 온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철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은 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햇볕이 조금 변한 게 느껴졌다. 침대로 기어들어가 눈을 감았다. 얼만가 후 오늘 동행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저녁 7시 상영 조커를 봤다.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 까지 자리에 앉아 있다 극장에서 나왔다. 걸음이 유령 처럼 느렸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나의 두 배 넘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연초를 한 갑 샀다. 입을 다물고 담배를 피우고 저녁을 먹고 담배를 피웠다.

cracked

ordinary da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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