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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백라이트 모니터 싫어.

메인으로 쓰고 있는 NEC PA271W 모니터의 경우 인터넷을 한다던가 글을 쓴다던가 하기엔 어쩐지 부담스럽고, 작업할때만 쓰려고 서브 모니터 하나를 들여올 생각이였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지극히 심플했다.

IPS 광시야각 패널
CCFL 백라이트
광색역 색재현율 102%
PWM을 통한 백라이트 직접 제어
RGB Custom Color 설정
24인치
1920 x 1200 픽셀
Real 8bit Color
HDMI 단자
HDMI 연결시 YCbCr 지원
응답속도 6ms 이하
1:1 픽셀 매칭 고정 종횡비
되도록 심플한 디자인
30만원대

그런데 이런 모니터가 씨가 말랐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그럭저럭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싸그리 단종되었거나 몇개월 동안 생산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그나마 이런 저런 조건을 거의 대부분 만족시켰지만
어떻게 된게 딱 한가지 씩 조건이 안되는게 있었는데
어떤건 제일 치명적인 백라이트 조절이 안된다던가
어떤건 1:1 픽셀 매칭 저스트 스캔이 안된다던가
이런 식이다.

그나마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가격이 거의 60만원.

결국 찾다 찾다 못찾아서, 어짜피 서브 모니터로 사용 할거라 광색역은 포기하고
개인적으로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LED 백라이트의 색재현 72% 짜리를 구입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된게 모니터 종류는 그렇게 많은데
그 많고 많고 많고 많은 모니터들 중에 내가 원하는걸
어떻게 이리저리 피해서 만들 수 있지?

사람이란 그런 존재다.

십여년 전 의사의 오진으로, 전혀 그런줄 몰랐던 병을 들어냈다. 아마 수년 이상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수년 이상 전혀 기능을 못한체 덤으로 염증까지 매우 심하게 번져 있어 만만치 않은 상태 였다고 하는데, 비록 몸은 괴롭지만 수년 이상 전혀 기능을 못해도 막상 하루 하루 일상을 견뎌내가는데는 큰 지장이 없구나 하는 것이 괜히 신비로웠다.

수술 전 마취 할때의 감각을 생생하게 느껴보려 마취 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서 마지막 그 순간까지의 감각을 맛보며 재미 있었던 것은.

눈꺼풀은 100톤짜리 쇠로 누른듯 감겨지는데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남아있던 감각은 청각이였다. 그것이 나에겐 너무나 경의롭게 한편으론 너무나 당연하게도 느껴졌다. 그래. 마지막 까지 남아 있는 감각은 청각이라는 것.

눈을 뜨니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체 익숙치 않은 천장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무통 주사를 신청하지 않았기에, 온몸이 들끓듯 아프고 숨쉬는것도 가쁘다.

그 감각 역시 느껴보려 했으나 너무나 괴로워 반쯤 가파르고 작은 목소리로 진통제를 중얼거렸더니 옆에 있던 환자분들이 간호사를 호출하여 진통제를 맞춰주었다.

이십분이 흘러도 고통은 여전한데 어떤지 이렇게 슬금거리며 악랄하게 괴롭히는 고통의 감각이 나를 노쇄하게 만들어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무서웠다.

다시 십분쯤 지나니 겨우 안정을 취할 수 있었고 희안스럽게도 그렇게 무서웠던 감각은 사라졌다. 사람이라는 건 그런 존재다.

사일간 음식은 커녕 물 한방물도 마시지 못하고 있는데 희안하게도 숨이 가픈걸 빼놓곤 외려 몸이 조금씩 회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또 경망스럽고 희안스럽다.

십여년의 세월 동안 나를 꾸준히 괴롭혔던 몸의 일부가 나를 떠나고 지금은 회복기에 있는데, 수년간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을 장기를 때어냈다고 한다면 몸이 별 차이가 없어야 할텐데,

어쩐지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늘 시내에 용무가 있어 거리를 나섰는데 돌아올때 즈음 몸이 많이 지치고 쉽게 숨이 가쁘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수술한지 겨우 별일 되지 않았고 회복기에 있기 때문에라고 생각하면 간단할 일이지만. 기분 만은 어쩐지 그렇지 못하다.

전혀 기능을 못해 자신의 기능을 다른 장기가 대신하고 있도록 만들어 놓은 주제에 막상 사라지고 나니 마치 이년 전 헤어진 연인을 회상하는 듯한 감각이 몸속에도 도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좋으냐? 라고 묻는다면 일단 좋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야심한 밤에 아르마딜로 처럼 웅크리며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과 막 헤어졌을때의 오는 격렬한 고통은 이제 나와는 안녕이다.

기쁠 일이다.

그래. 사람이 원래 그런거지.

그런지도 몰라.

수요일 밤 11시 27분 거리를 걷다 보이든 텅비어있는 중형 할인마트. 문자 그대로 아무도 없고 기척도 없다. 계산원도 없다. 

무척 조용하다. 차가운 형광등만 환하게 켜져 있다. 거리에도 없다. 전기 스탠드의 고주파음이 그리울 정도로 조용한 풍경엔 이상하게도 사람의 자취가 있다. 

그렇게 십분을 걷자 yes 라고 쓰여진 포장마차가 나온다. 참 기묘하지. 날씨는 맑다. 기온 5도. 

SEGA의 DNA는 아직 살아 있었구나.

이건 이미 예술 작품이다.

일요일은 죄 사함의 날

지하철 문이 열린 그 순간
두터운 표범 패턴 모자에 검은색 목도리를 한체
두꺼운 쉐이드 선굴라스를 끼고
두껍게 화장을 한  땅딸막한 5-60대 여성이
급속히 새치기를 한다음 표범같이 의자에 착석후

우아하게 성경을 펼쳤다.

.

.

내가 하는 일

혹은 반대 이기도 하지.

.

.

시원해서 좋겠군요

그러니까, 당신은 정말 안타까운 사람이야.
법 그리고 관습법과 예의범절이 당신을 무사하게 한거야.

하지만 정말 참기 힘든것은
당신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게 엄청난 일을 저지른건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야.

무엇보다 잔인한 것은 그 댓가를 내가 치러내야 한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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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무 역정을 냈더니 온몸을 두드려 맞은것 처럼 쑤시다.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마음이라는 것은 이렇게 희안하지.

눈을 감고.

대략 서너달 전 부터 지금까지도
평소보다 훨씬 더 빈도수가 잦은 기시감을 느낄때가 있다.
단순히 어떤 장소가 될때도 있고 누군가 어떤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도 있고 심지어 감정의 상태까지도 기시감으로 나를 당혹 스럽게 할 때가 있다.

이렇게 비일상적인 것이 일상적인 영역으로 침범하여 들어오니 이젠 어느 쪽이라도 상관 없을 뿐더러 단지 내가 어떠한 것을 선호하는가 혹은 선택하는가라는 지극히 심플한 형태로 되어버린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당연히 내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은 수없이 많음에도 어떤 경우엔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느낌이 기시감의 형태로 왔을때 그것이 내 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때론 오한이 들기도 한다. 추론이나 예측의 감각이 아닌 기억을 꺼내와서 본다는 느낌의 차이.

예지몽 이라던가 예지력 혹은 예언 같은 종류의 멋진 이유는 아닐테고 아마 나의 뇌 반응과 기억 그리고 순서와 더불어 그것을 재조합 하는 회로 부분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긴게 아닐까 라는게 타당할것이다.

허나 내가 느낀 기시감중 어떤 종류의 것은 이 행동 혹은 상황 혹은 말이 몇백번이고 반복한듯한 거칠한듯 끈적거리는 이 느낌이 목 뒤로 스쳐 지나갈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익숙하기 쉽지 않다.

단지, 꿈이였을거라 생각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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