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df_Mutter

.

예전에 작업 하던 중 초등학교에서 촬영을 하는데 멀리서 남자 여자 꼬맹이들이 나를 보는 순간, 우르르 달려와선 날 보고 망태영감 망태영감 노래 부르면서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기억이 있다.

짖궂은 아이도 있었고 눈을 초롱초롱 거리면서 신기하게 나를 처다보며 나에게 폭 안기는 아이도 있었다.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같이 잠시 함께 놀았다.

겨울 오후 4시쯤의 선명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아이들의 얼굴을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런 평범한 날이였다.

그런 기억이 예고 없이 떠올라 몇 십 분간 나를 괴롭게 했다.

.

“인간의 눈으로 인간을 경멸해도 의미가 없다”

격리된 위협

격리된 위협은 격리되어 ***에서 실행할 수 없는 위협 입니다.
정기적으로 제거됩니다.

.

구역질 날 것 같은 봄의 나날 속에서 발생하는 것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비다.

먼 북소리처럼 천둥이 둥글게 이따금 들려오고 가까이에선 자동차의 젖은 타이어 소리. 세상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듯한 고요함은 외롭다기보다는, 부드럽게 눈을 감은 체 소리를 맛보고 냄새를 듣는 기묘한 감각. 분명 싸늘한 느낌일 터인 높은 습도의 공기도 어쩐지 부드럽고 포근한 두터운 느낌.

태양이 분명하게 떠 있을 하늘에 비구름이 가득하여선 마치 새벽 같은 한낮에, 옷을 다 벗은 연인과 침대 속에서 서로의 살결을 느끼며 부드럽게 껴안고 그대로 눈을 감는 부드럽고 온전한 감각. 시간이 흐르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는 흐름.

찰나의 순간이나마 삶이 완성된듯한 착각의 감각. 깊이깊이 눈을 감고 감고 감아서 결국 자신이 녹아 없어지는 감각과 동시에 껴안은 연인의 살결과 살 내음이 문득 나에게 알려주는 한 마디. 아무것도 아닌 사랑.

그런 날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은 글렌 굴드가 노년에 연주한 골덴 베그르 변주곡. 지금의 나에겐 이것 하나면 족해졌다. 난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무렴 어떻냐만.

.

무언가를 하기 위해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엇을 할지 정하는 거다.

.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그것을 지킬
용기뿐이 아니던가…

.

문득. 이런 작품이 세상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내장 깊숙이 깊숙이 우겨 넣어두었던 것이 울컥거리며 올라올때가 있다.

.

흑백 프린트 농도 데이터 수집.

세삼스럽지만 20년 가까이 했던 암실작업에서 하던 일련의 프로세스와 하는 일과 개념은 결국 다른게 없다.

.

죽기 전, 모든 것을 남겨두고
오직 단 한 장의 사진만을 가져가게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고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나의 얼굴은
아니라는 것이다.

.

말로 하면 틀어져 버릴 것 같은 마음이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보며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 Wonzu Au / No use without prior permission other than non-commercial use. / 비상업적 용도 이외의 사전 허가없이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