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럭저럭 암실작업을 끝내고, 허 모군의 집에가서 저녁을 (한밤중)먹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커피한잔, 그리고 뭔가 답답한 마음에…
‘커피 한잔 마실레?’
‘그래’
지금은 쑥이 타고 있습니다.
향내가 참 좋습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도 좋습니다.
은근하게 느껴지는 백열등 불빛.
커피물 끓이는 주전자에서 나오는 딸강거리는 소리..
음… 확실히 이런것은 좋은 것 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확실히 좋은겁니다.
그런데….
도무지 이렇게 우울한 까닭은 어째서 인가요.
추신 : 나의 철자법, 띄어쓰기는 정말 정신없군요.
이런식으로든 저런식으로는 에너지를 소비한다는건 좋은 일이다.
그것이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 혹은 행동이든 나쁜행동이든 말이다.
요컨데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어떤 선이라던지 악이라는것을 떠나서 말이다.
요즘은 뭔가를 조금씩 소비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딱히 에너지가 펑펑 남아돌아서 그런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비할 에너지따위는 남아있진 않치만
오히려 요즘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오히려 에너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나름대로 뭔가를 이야기하고 전해주고 조금씩 진행시켜 나간다는건
무척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내 속의 어떤 에너지가 조금씩 생겨나는것이다.
정신적 에너지라던지 육체적 에너지라던지, 에고적 에너지라던지
그런게 아니라 어떤 다른종류의 에너지라는것이 생기고 있다.
나로써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를 잃어버린..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 뭐 아무렴 어떻냐만 서도….
추신 : 그래도 사진을 찍는 일은 좋다.
왠진 모르겠지만..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어서 그런건진 몰라도.
역시 기분이 나쁠때 혹은 우울할때, 작업을 해야 잘되는듯 하다.
오늘은 심기일전해서 (1월 1일이기도 했고 말야..)’딱히 나쁜기분은 아니니까….’라는
느낌으로 작업을 해봤는데…
역시나…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와주질 않았다.
보통 무협지 같은거 보면 이런 시기가 있고. 나중에 ‘무림고수’가 되고나면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않게되는체 일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뭐.. 그것과 이것은 좀 다른 이야기겠지만… 여튼.. 그렇다는 이야기..
이것은 아마도 아직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기 못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위로를 하곤 하는데…
뭐 아무렴 어때요?! 싶은 생각도 든다.
올해는 조그만 소망을 빌었다.
‘애인’을 만날수 있는 ‘인연’을 주세요..라고.
뭐, 팩토리 장사 잘되게 해달라던지, 공부잘하게 해달라느니
혹은 가족건강..등등이 있겠지만.. 정말 다른건 하나도 빌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서 ‘필요’한것은 애인이다. 애인..
아아아… 암튼… 02년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추신 : 사람벅적거리는게 보고싶어 용두산 공원엘 갔었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표정들을 보고 담배 피고 밤하늘 보고
같이 간 두사람의 얼굴 표정들도 보고…
사진만 찍었다. 그래… 그래.. 그래……
‘황야의 이리’를 읽는다.
그 소설은 날 미치게 만든다.
평소엔 생각도 하지 않고, 읽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 그 책을
손에 드는것 조차 하기 싫다.
읽고나면…. 온 몸이 사라져버릴듯한 피곤함 그리고 온 세상의 납덩이들이
날 짖누르는듯한 지쳐옴이 날 불쾌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날 미치게
만든다.
피가 섞인 눈물을 쥐어짜버린다…
그 후에…. 다시 싯다르타를 읽는다.
운다.
그리고. 그리고서야…. 잠을 잘수가 있게 된다.
악몽과 함께.
난, 난 눈을 감아요, 빛과 그대 모습, 사라져
이제 어둠이 밀려오네.
저 파란 어둠속에서 그대 왜 잠들어가나.
세상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 어둠은 사라지네
시간은, 빛으로 물들어 또 다시 흐르네.
내 눈빛속, 그대.
– 그대안에 블루 노래가사 中 –
잘은 모르겠지만.. (괜한 소리가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
여태껏.. 난 항상 무엇인가에 미쳐왔었다.
어렸을땐 컴퓨터에 미쳐살았었다. 장차 컴퓨터로 먹고살리라..라고
생각했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사랑에 미쳤었다.
그리고 여자에 미쳤었고
섹스에 미쳤었다.
그리고 사진에 미쳤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심장에 피가 뿜어져나올듯한 고통이라도
난 견뎌낼수 있었다. 다소, 비명도 지르고 목이 잘릴듯한 아픔이라도
난 견디어 내고 살(生)수 있었다.
미쳤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개월간 난 왜 그랬는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음.. 이런거야 전에도 경험한적이 있었던게 아닌가.. 라고.. 혹은..
흠.. ‘또야?’ 라던지… 그런것..
다소 힘들겠지만 어떻게 될지 알고 있으니까..
그냥 그렇게 지나가면 되는거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뭔가….
전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것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느껴버렸다.
상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점 더 악화가 되어갈 뿐이었다.
도대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거지..?
그러다가… 이틀전.. 그 원인을 찾아내었다…
그 원인은…. 미쳐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난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단 한 순간도 미쳐있지 않았던
시간이 없었다.
어느 한곳에서 다른 한곳으로 이행하는 사이의 갭이라는게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아주 당연한듯. 자연스러운듯. 그것은 이어져 나갔다.
나의 몸 자체가 전혀 스스럼없이 흘렀던 것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무언가에 미치고 싶다… 미치지 못해서 돌아버리겠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미치고 싶다.
음….
이빨이 부러졌습니다.
내일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불리우는 날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과연 내일 치과를 할런지 안할런지 불투명이군요…..
간단하게나마 응급조치라고 해야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빨이 나간상태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는건
아무리 나 라고 해도 신경쓰이는군요.
발음도 새버리고…. 영 기분 다운입니다… 음…
직종을 불문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은 아름답게 보인다.
직종이 뭐든…
하지만 그런게 의식적인 행동과 모습이 눈에 보여질땐 왠지
마음이 안타까워진다.
읏쌰 읏쌰….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굳이 이런걸 여기저기 쓸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느낌으로는 ‘필요’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듯하다.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겠지만(그래 정말 모르겠다), 난 지금 슬프다.
여러가지 것들이 지나가긴 하지만
‘감정의 요점’은 슬픈것이라는 것이다.
뭐 아무렴 어떻냐..싶으면서도, 역시 어느 한구석 마음 어디엔가
뭔가 끓어오르는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 아직 수양이 부족한 탓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밤에 사람이 몇명왔다. 버드와이저 20병과 간단한 안주꺼리…
물론 그 사람들은 내가 어떠한 기분인지 잘 모를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어줍잖은 행운으로, 제법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있다.
언젠가 저 밑에 일기에서 썼던 그 맥주맛과는 전혀.. 그러니까
상상할 수 있을만큼까지의 거리만큼 아주 아득히 아득히 멀리 떨어저
있는 만큼의 다른 맛이지만….
제법… 맛있다.
쓸데 없는 이런 저런 소리를 하면서… 약간은 씁쓸한 맛,
약간 달짝지근한 맛… 뭔가 거품들이 위장속에 떨어져서는
뭔가 쏴아아 하고 위쏙을 한번 헤집고 다니는 가스의 훑음이
지나간다……
제법…. 맛있다.
추신 : 행복하세요…
너무나도 불쾌하고, 너무나도 화가나서, 오히려 화가나지 않는 경우…
그런 경우 혹시 있지않은지…?
보통.. 반 농담, 진담으로 저의 현재 않좋은 상태(우울, 화, 불쾌 등…)를
표현할때 저의 신체 일부를 가리키며 이야기 하곤 합니다.
보통 평소때는 골반근처(이 정도면 매우 평온한 상태입니다.)고
조금씩 불쾌감이 쌓이면 배꼽근처, 그 다음 위장, 명치, 갈비뼈
이런식으로 점점 수위가 올라갑니다.
보통의 경우 어깨뼈 이상 올라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편입니다.
목근처까지 가면 이것은 무척이나 무척이나 아주 아주 좋치않은
상태이고, 눈위로 올라가면 이것은 상당하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머리꼭때기로 올라가는 경우엔 사람이 변해버립니다.
저 스스로 그다지 폭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이런경우엔 거의 뭔가가 부서지든, 제가 부서지든 둘중의 하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엔 1년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한 경우입니다.
최근에 눈을 지나서, 머리끝을 넘어버린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3, 4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어쩌면 너무나 화가나서 그런지
그다지 화가나지 않았습니다.
화가나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경우 자연계에서도 그런경우가 있는듯 합니다.
어떠한 것이 계속 주우우욱 올라가다가, 일정수준 이상
너무나도 과도하게 올라가다보면 오히려 역행현상이 일어나는것
말입니다.
사진 화학에서 특성곡선 그래프들을 보더라도 그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생물적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평온하다 할 순 없지만, 작업실을 때려부순다던지, 아니면 내가
망가져버린다던지 하는정도의 격렬함은 전혀 없습니다.
왠지 오히려 무덤덤하군요.
난. 그 사람을 경멸합니다.